부상으로 은퇴 결심했다 극적으로 재활 성공…“WK리그 첫우승, 마지막 우승 모두 수원에서 하고 싶다”
WK리그의 수원 FC 위민도 다가오는 시즌 준비에 여념이 없다. 이들은 지난 시즌 염원하던 우승을 눈앞에서 놓쳤다. 2024시즌을 준비하는 마음가짐이 남다를 수밖에 없었다. 핵심 수비수 심서연 또한 눈빛을 반짝이며 결의를 다졌다. '올해는 우승'을 다짐하는 심서연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수원 FC 위민은 12월 한 달간 휴가를 보내고 지난 8일부터 훈련을 시작했다. 심서연은 외출보다는 집에서 쉬는 것을 좋아하는 유형이라고 본인을 소개했다. 휴가 기간임에도 몸이 근질거릴 때면 동료들과 풋살을 즐긴다고 한다.
"전엔 남자 선수들과 함께 팀을 구성하기도 했는데 수원에 오고 나서는 팀 동료들과 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지소연, 문미라, 전은아, 어희진, 박세라 등을 불러서 '공 차고 밥 먹자'고 하는 식이다(웃음). 다른 팀 불러서 구장 사용료 내기를 하기도 하고."
심서연은 지난 2023년을 돌아보며 "아쉬움이 많은 1년"이라고 표현했다. 소속팀과 대표팀을 오가며 맹활약했지만 결과라는 측면에서 만족할 수는 없었다. 수원 FC는 챔피언결정전에 진출, 우승을 노렸으나 1, 2차전에서 1승 1패를 기록, 골 득실에서 밀려 준우승에 머물렀다. 대표팀은 월드컵에서 1무 2패로 부진한 데 이어 아시안게임에서는 8강에서 멈췄다.
그는 "지난해 시작부터 우승만을 바라보고 달렸다. 2023시즌을 앞두고 이 팀에 이적을 했는데 목표는 우승이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적 과정을 밝히기도 했다. 심서연의 마음을 움직인 데에는 현재 팀 동료 지소연이 있었다. 심서연은 "소연이가 '언니 우승 한번 해야지'라고 하더라"라며 웃었다.
챔피언결정전 1차전 승리로 다 잡은 듯했던 우승 트로피는 2차전 패배로 손에 쥐지 못했다. 이 같은 과정에 경기장에서 뛴 선수로선 더욱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었다.
"1차전을 3-1로 이겼다. 너무 좋았다. 우승에 대한 의심이 전혀 없었다. 그런데 2차전에서 급격히 무너졌다. 경기 중에라도 다시 집중력을 끌어올렸어야 했는데 그게 안 됐다. 올해는 절대 같은 실수 반복하지 않겠다."
WK리그에서 열다섯 번째 시즌을 맞이하는 심서연은 누구보다 많은 경험을 가진 인물이다. 만 19세였던 2008년부터 성인 대표팀에 합류했다. WK리그 데뷔부터 우승을 차지했다. 이후 대교로 팀을 옮겨서 다시 우승을 맛봤으며 대표팀에서도 빠르게 주전 자리를 꿰찼다.
"축구 시작하고 오랫동안 꽃길만 걸었다. 운이 좋게도 어린 시절부터 매번 연령별 대표팀에 들어갔다. 각 학교에 잘하는 친구들이 모여 함께하는 게 재밌어서 더 열심히 했던 것 같다. 그렇게 A대표까지 갔다. 소속팀 옮겨가며 우승도 하고 몸도 좋았다."
승승장구하던 심서연에게도 시련이 찾아왔다. 그는 30대가 되기 전, 축구를 그만두려 했다고 털어놨다.
"2015년에 대표팀 경기 뛰다가 큰 부상을 당했다(십자인대 파열). 그런 선수가 주변에 많으니까 나도 수술하고 재활해서 돌아오면 될 줄 알았다. 그런데 나는 후유증이 심했다. 무릎에 자꾸 물이 차서 운동이 안됐다. MRI 찍어보면 이상이 없다더라. 정말 답답했다. 그 와중에 소속팀 대교가 해체를 했다. 팀에 애정이 많았는데 그런 상황이 되니 은퇴를 결심했다."
이른 시점에 커리어를 끝내려 했던 심서연은 우연한 계기로 다시 축구화 끈을 조였다. 그는 "모든 병원, 재활센터에 다 가봤는데 무릎 문제가 해결이 안됐다. 그러다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추천을 받은 부산의 병원에 갔다"며 "마사지 치료를 받았는데 너무 아팠다. 다시는 안 가려고 했는데 다녀와서 몸살을 앓고 통증이 없었다. 몸이 가벼워진 느낌이었다"라고 설명했다. 이후 심서연은 팀의 허락을 받고 두 달간 부산에서 지내며 집중 치료를 받았다. 이어진 스토리는 알려진 대로다. 과거의 기량을 되찾고 대표팀에서도 다시 활약하게 됐다.
지난해 대표팀의 성적도 심서연에겐 아쉬움으로 남는다. 월드컵, 아시안게임, 올림픽 예선 등 주요 이벤트에서 원하는 결과를 얻지는 못했다. 그는 "중요한 고비에서 작은 차이들을 결국 극복하지 못했다"면서 "우리 또래 선수들이 황금세대로 불리기도 하는데 그런 부분을 넘어서야 진정한 황금세대가 아닐까 한다. 우리가 더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 대표팀 사령탑 콜린 벨 감독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목소리를 냈다. "내가 대표팀에 처음 갔을 때 감독님이 '나는 네가 누군지 모른다. 과거에 대표팀에서 얼마나 뛰었든 나는 네가 경기하는 것을 보고 뽑았다'고 말해주더라"라며 "그 말을 듣고 눈물을 흘렸다. '나를 이렇게 믿어주는 사람이 있었나' 생각이 들더라. 거기서 큰 동기부여가 됐고 더 끓어오르는 것을 느꼈다. 선수마다 생각이 다르지만 나는 좋아하는 감독님이다"라고 했다.
심서연은 최근 경기장 밖에서도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다름 아닌 한국프로축구선수협회 활동이다. 선수 인권 보호, 처우 개선 등에 나서는가 하면, 팬들과 소통을 늘리고 '꿈나무'들을 위한 클리닉에도 참가한다. 그는 "나는 임원은 아니다. 정회원으로 적극 참여하고 있다"면서 "WK리그 연봉 상한선이 오랫동안 그대로인데 논의를 하는 중이다. 대표팀 처우도 개선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선수협 회장을 맡은 지소연은 최근 한국 여자축구에 대한 '쓴소리'를 이어가고 있다. 리그 환경, 제도 등이 변화에 대한 필요성을 이야기하며 선수들의 분발도 촉구한다. 심서연도 "소연이 말이 백 번 맞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기존 선수들은 오랫동안 느끼고 있던 것들이 많았는데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었다. 소연이는 해외에서 뛰다 2년 사이에 국내 리그를 경험하는 중이다. 선수협 활동으로 좋아진 부분도 생겼고 앞으로 더 생겨야 한다. 우리는 선수생활이 많이 남지는 않았지만 후배들을 위해서 열심히 하려고 한다."
2024시즌을 준비하는 심서연은 소속팀 수원 FC의 우승에 모든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그는 "준비 잘해서 우승으로 시즌을 마무리하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이처럼 수원 FC의 우승에 열망을 드러내는 이유 중에는 심서연과 수원 FC 구단의 특별한 인연도 있다.
"WK리그에 데뷔하고 첫 우승을 했던 팀이 수원 FC다. 선수생활이 길게 남지는 않은 시점이다. 첫 우승과 마지막 우승을 한 팀에서 한다면 정말 특별한 순간이 될 것 같다. 올해 이 팀과 재계약을 맺은 이유도 우승 때문이다. 많이 응원해주셨으면 좋겠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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