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로이터/뉴시스 |
▲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
또한 박근혜 캠프 안팎에서는 ‘문재인-안철수’ 야권 단일화가 성사될 경우 승산이 희박할 것이란 어두운 전망이 확산되고 있고, 일각에선 삼자구도로 가도 위험하다는 분석마저 제기되고 있다. 이 때문에 박 후보가 특단의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일요신문>은 박 후보 몇몇 측근들이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과의 만남을 극비리에 추진 중인 사실을 확인했다.
무르익고 있는 대선 판도를 뒤흔들 수도 있는 메가톤급 태풍이 될 것으로 보이는 ‘박근혜-김정은’ 회동설의 실체를 취재했다.
여의도 대하빌딩에 마련된 박근혜 캠프의 요즘 분위기는 한눈에 봐도 가라앉아 있다. 캠프 출범 초반 박 후보 지지율이 1위를 달리고 있을 때 활기가 넘쳤던 모습들은 찾아보기 힘들다. 현영희 의원 공천헌금 사건을 시작으로 친박계 좌장격인 홍사덕 전 의원의 공천헌금 수수 의혹, 송영선 전 의원의 돈 요구 정황이 담긴 녹취록 공개, 김재원 의원의 막말 등 불미스런 일들이 잇달아 불거지고 있기 때문이다. 친박 의원들 사이에서 조차 ‘수습불가’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게 끝이 아닐 것이란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캠프의 한 관계자는 “박 후보는 2008년부터 유력 대선 후보였다. 그만큼 박 후보나 그의 측근들에게 줄을 대기 위한 시도도 많았을 것”이라면서 “제2의 홍사덕·송영선이 나올 것을 우려하고 있다”며 우려감을 감추지 못했다.
5·16, 유신, 인혁당 사건 등 과거사를 둘러싼 논란도 박 후보의 대권행보에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과거사에 대해 그동안 애매모호한 입장을 고수해왔던 박 후보는 지난 9월 24일 기자회견을 열어 사과까지 했지만 그 진정성에 고개를 갸웃거리는 이들이 적지 않다. 이재광 정치컨설턴트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이라는 태생적 한계는 박 후보가 어찌할 도리가 없다. 대선 기간 내내 공격을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캠프 주변에서는 친박계 인사들이 연루된 각종 비리사건의 근본 원인이 박 후보의 ‘용인술’ 때문이라는 뼈아픈 지적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박 후보 주변에 직언을 하는 참모들이 없고 ‘충성파’들로만 가득 차 있어 사전 예방 기능이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박 후보 경쟁자들 입장에서는 더 없이 좋은 공격거리로 작용하고 있다.
이러한 악재들은 곧바로 박 후보의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박 후보가 과거사 기자회견을 한 다음날인 25일에 실시된 JTBC와 리얼미터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박 후보는 안철수 원장과의 양자대결에서 40.9%를 기록, 51.7%의 안 원장보다 무려 10%가량 뒤처졌다. 박 후보는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와의 맞대결에서도 4.8% 차로 패배했다. 그동안 여론조사에서 문 후보에게 밀린 적이 없었던 박 후보로서는 충격적인 결과가 아닐 수 없다. 이는 박 후보의 과거사 사과가 별다른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 것으로 판단할 수 있는 결과이기도 하다.
이런 와중에 박 후보 캠프에서는 떨어지고 있는 지지율보다 더욱 걱정하는 게 있다고 한다. 바로 부산경남(PK) 지역의 요동치고 있는 민심이다. 캠프 관계자는 “지지율이야 여러 변수에 따라 등락을 반복하는 것이지만 한 번 돌아선 민심은 쉽게 돌아오지 않는다. 박 후보는 PK에서 야권 후보와 지지율 격차를 크게 벌려놔야 승산이 있다는 점에서 심각하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박 후보 역시 지금의 상황이 위기라는 데 고개를 끄덕이고 있다. 최근 들어 파격적인 행보를 보여주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한다. 박 후보는 과거사 기자회견 직후 부산을 방문,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을 개사한 ‘부산스타일’에 맞춰 말춤을 추는 듯한 동작을 취했다. 평소 보여주기 위한 ‘쇼’를 자제해 온 박 후보의 정치스타일을 감안하면 놀랍다는 게 정치권의 반응이었다. 당시 박 후보와 동행했던 캠프 인사는 “젊은 층과 호흡하기 위한 박 후보의 노력”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박 후보는 25일 ‘트위터 대통령’으로 불리는 소설가 이외수 씨 자택을 방문해 환담을 나눴다. 박 후보의 취약대인 20~30대와 진보 세력을 끌어들이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박 후보 캠프 내에선 지지율 회복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는 이들이 상당수다. 특히 안철수 원장과 문재인 후보 간의 야권 단일화 싸움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박 후보의 존재감이 더욱 미미해질 것이란 비관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현재 해당 교수를 포함한 자문단은 이러한 내용이 담긴 보고서를 박 후보 측에 전달한 것으로 전해진다. 캠프에서도 박 후보와 김정은 위원장의 회동 추진에 필요한 조건과 방법·시기 등을 살펴보는 동시에 이를 추진하기 위한 적임자를 물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김 극비 회동’ 플랜이 이미 구체적인 단계로 접어들었음을 방증하고 있다. 박 후보 역시 지난 9월 13일 ‘김정은 위원장을 만날 용의가 있느냐’는 질문에 “남북관계 개선에 도움이 된다면 누구든 만날 수 있다”며 긍정적인 답을 내놓은 바 있다.
이처럼 박 후보 진영이 김정은 위원장과의 회동을 극비리에 추진하고 있는 것은 성사될 경우 그 파급력이 야권단일화를 포함한 그 어떤 이슈와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폭발적이기 때문이다. 또한 ‘준비된 대통령’이라는 이미지를 심어주는 효과도 누릴 수 있다. 이는 박 후보가 정치 경력이 짧은 문재인·안철수 후보에 비해 자신감을 보이고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이재광 정치컨설턴트는 “박 후보가 김정은 위원장과 만나는 장면이 TV를 통해 방송되면 국민들로서는 박 후보를 차기 대통령감으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가능성이 있다. 집권 여당 후보라는 프리미엄까지 고려하면 박 후보에게 큰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또한 박 후보의 취약 세력인 진보 진영으로부터도 환영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외연을 확대할 계기를 마련할 수도 있다. 김 위원장과의 만남이 성사될 경우 박 후보는 ‘일석다조’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셈이다.
하지만 박 후보가 김 위원장을 만나기까지는 여러 가지 난관이 예상된다. 우선 야권의 대대적인 공세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시기적으로 민감할 때 여권의 유력 대권 후보가 북한 최고 통치권자를 만나는 것에 대해 ‘북풍’이라는 비난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통합당 중진 의원은 “박 후보 정도의 유력 정치인이 김 위원장을 만나 남북 관계를 논의하는 것에 대해 딴죽을 걸 생각은 없다. 다만 누가 보더라도 시기상의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 김 위원장과의 회동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속셈이다. 왜 하필 대선을 앞두고 만나느냐”고 꼬집었다.
이명박 대통령과 어떻게 관계를 설정할지 여부도 난제다. 박 후보가 대권에서 승리하기 위해선 임기 말 지지율이 바닥권인 이 대통령과의 차별화에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 그런데 살아있는 권력인 이 대통령의 지원 내지는 동의 없이는 김 위원장을 만나는 것 자체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앞서 언급한 박 후보의 자문 교수는 “이 대통령과의 선 긋기, 김 위원장과의 회동 카드 중 어느 것이 대선 승리에 유리할지는 박 후보가 최종적으로 선택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과연 ‘박근혜-김정은 극비 회동설’이 대권 판도를 뒤흔들 메가톤급 태풍으로 진화할지 대선정국을 바라보는 또 다른 관전 포인트로 부상하고 있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