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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9월 25일 중국 쓰촨성 청두에서 열린 잉창치배 준결승에서 이창호 9단(왼쪽)과 박정환 9단이 대국하고 있다. | ||
올해 출범한 내셔널리그에서는 ‘충남 서해바둑단’이 정말 극적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정규리그 3위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해 4위 ‘인천 에몬스’, 2위 ‘충청북도’, 그리고 1위 ‘대구 덕영치과’ 팀을 연파했다. 정규리그에서 ‘대구 덕영치과’가 우승한 것도 드라마였다. 시즌 초반부터 끝 무렵까지 충청북도가 1위를 달리고 있었으나, 마지막에 충북과 대구 덕영치과가 만나, 두 팀을 일부러 마지막에 만나게 한 것도 아닌데, 덕영치과가 뒤집은 것.
덕영치과와 서해바둑단이 챔피언 결정전을 치르게 되었을 때 서해바둑단을 응원하는 사람이 많았다. 약자가 이겨야, 뭔가 역전극 같은 게 생겨야, 3등이 세 번을 거푸 이겨 우승해야, 그리고 서해바둑단은 이번 시리즈 12개 팀 가운데 자칭 타칭 ‘슬픈 팀’이었는데, 슬픈 팀이 이겨야 얘깃거리가 생길 것이니까.
다른 팀들은 모두 도에서 시에서 군에서 혹은 기업에서 후원을 받았지만 서해바둑단은 이런저런 사정으로 후원이 없었다. 선수들은 자비로, 그야말로 고속버스 안에서 ‘찬 흰 우유와 함께 눈물 젖은 빵…^^’을 씹으며 대구 강릉 광주 투어를 뛰었다. 다른 팀에는 승리 수당 같은 것도 있었지만, 서해는 없었다. 사람들은 그게 우승의 동력이었다고도 한다. 헝그리 정신이 승부에는 보약이니까. 슬픈 서해 팀이 용전분투하는 것을 보고 사람들은 애칭을 붇여주기도 했다. ‘서해 공갈단’ ‘서해 해적단’.^^
다른 팀 같았으면 도에서 시에서 군에서 파티를 열어 주었을 테지만 서해는 축하연도 자비, 자축연이었다. 선수들이 우승 상금에서 비용을 대고 클럽A7-아바사식구들이 음식을 장만했다. 70여 명이 찾아온 파티는 조촐했으나 성황이었다.
파티는 자정 무렵까지 이어졌다. 사람들은 기념 수건을 받아들고 석별했다. 오래 잊고 있었던 것이 생각나는 것 같았다. 뭔가 좀 부족해도 행복할 수 있다는 것, 약간의 결핍이 사람을 고요하게 만든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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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하는 기보는 9월 25일, 중국 쓰촨(四川)성 청두(成都) 칭청(靑城)호텔에서 열린 잉창치배 준결승 3번기 제2국, 이창호 9단과 박정환 9단의 대국이다. 이창호 9단이 흑이다. <1도>는 중반 초입에서 박정한 9단이 백1로 붙여 응수타진하고 3의 곳을 끊어 흑진 교란을 시작하면서 접전이 벌어진 장면.
이 9단은 흑4, 6으로 몰고 8로 덮었다. 이걸로 백1, 3은 좀 무리 아니었나 싶었는데, 박 9단은 백9로 한 칸 뛴 수를 준비하고 있었다.
<2도>는 실전진행. 흑1, 3으로 위를 잡고 백4, 6으로 아래를 잡는 바꿔치기인데, 백이 점수를 올렸다는 것이 검토실의 중론이었다. <2도> 흑1처럼 여기를 건드리지 말고 <3도> 흑1로 사는 것은(흑A로 막고 가는 것도 대동소이) 백2에서 4, 쌍립되는 곳의 급소를 짚는 수가 있단다. 흑이 곤란하다는 것. 백4로는 그냥 B로 나가 끊는 것도 있다. <2도> 흑1로 <4도>처럼 흑1쪽에서 누르는 것은? 백2~6에서 8, 10으로 나가 끊는다고 한다. 계속해서 <5도> 흑1~7, 백2~6으로 여기서도 바꿔치기가 되는데, 다음 백8, 10으로 손이 돌아가 이건 흑이 나쁘다는 것.
<1도> 백9로 <6도> 백1은 무책. 알기 쉽게 흑2, 4 젖혀잇는 것으로 백의 다음이 잘 안 보인다. 그건 그런데 <1도> 백3으로 끊었을 때 흑은 <7도>처럼 백로 끊었을 때 흑1쪽에서 몰아갔으면 어땠을까. 이하 흑9까지는 외길일 것이고, 백은 <8도>처럼 사는 정도일 텐데, 이건 상변 흑10으로 손이 돌아간다는 것. 흑이 이게 실전보다 좋아 보인다는 의견이 많았고, <8도>가 백이 불만이라면 백도 <1도> 3으로 당장 끊을 것이 아니라 <9도>처럼, 백와 흑 가 교환된 후 3으로 뛰어나가면서 저쪽 끊는 걸 보는 방법도 있었고, 이건 피차 어려운 싸움이다.
박정환은 대선배 이창호 9단을 넘어 결승에 올라갔다. 대회를 시작하면서 이창호 9단은 마치 계시라도 받은 듯 “이번에는 박정환이 우승할 것 같다”고 예상했는데, 예언대로 박정환이 조훈현 서봉수 유창혁 이창호 최철한으로 이어져온 잉창치배 제패의 전통을 이어줄지. 결승 5번기는 12월 22일부터 싱가포르에서 열린다. 상대는 중국 선수. 한국에 강한 씨에허 9단이다. ‘90후의 기재’ 중에서도 재주가 첫손가락에 꼽히는 판팅위 3단을 꺾고 올라왔다.
이광구 객원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