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유럽서 45배 폭증, 국내서도 4개월 새 6명 확진…예방접종 확인하고 해외여행 조심해야
‘홍역은 급성 발진성 바이러스 질환으로 전염성이 매우 높다. 홍역에 걸리면 초기에 감기처럼 기침, 콧물, 결막염 등의 증상이 나타나고, 고열과 함께 얼굴에서 시작해서 온몸에 발진이 나타난다. 홍역은 기침 또는 재채기를 통해 공기로 전파되며, 홍역에 대한 면역이 불충분한 사람이 홍역 환자와 접촉하게 되면 90% 이상 홍역에 걸릴 수 있다.’
질병관리청 홈페이지에 나온 홍역에 대한 설명이다. 코로나19가 2023년 8월 제4급 법정감염병으로 전환된 데 반해 홍역은 여전히 제2급 법정감염병이다. 감염재생산지수(감염자 1명이 2차로 감염시킬 수 있는 사람의 수)가 무려 12~18이나 된다. 알려진 바이러스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으로 감염재생산지수가 5~7인 수두 바이러스보다도 훨씬 높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감염재생산지수 1을 넘느냐를 두고 유행의 기준을 삼은 것을 볼 때 엄청나게 높은 수준이다.
홍역은 호흡기 감염병으로 기침이나 재채기 등을 통해 공기로 전파된다. 발열, 전신 발진, 입안 발진으로 인한 식욕 저하 등의 증상이 나타나는데 마땅한 치료법이 없어, 확진돼 발진이 나타나면 4일 동안 격리하면서 대증치료를 받아야 한다.
다행히 홍역은 걸리지 않는 방법이 있다. 예방백신(MMR) 접종으로 감염 위험을 크게 떨어트릴 수 있는 것. 홍역(Measles), 유행성 이하선염(Mumps), 풍진(Rubella) 등 세 가지 전염병 예방을 위해 개발된 MMR 백신은 생후 12~15개월 때와 4~6세 때 총 2차례 접종을 권고한다. MMR 백신은 반드시 맞아야 하는 필수 예방접종이면서 그 비용을 국가가 지원하는 국가 예방접종이기도 하다.
국내에서 마지막으로 홍역이 대유행을 일으켰던 것은 2000~2001년이다. 그 전에도 홍역이 3∼4년 주기로 유행했지만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 소규모 유행이었다. 그런데 2000~2001년 즈음에는 대규모 유행이 이어졌다. 심지어 이산가족 교환방문 행사를 앞둔 2000년 11월에는 북한 당국이 평양으로 가는 방북단 151명 전원이 홍역 예방주사를 맞아야 한다고 요구했을 정도다.
결국 정부는 2001년 4월 전국 초중고교 학생들이 의무적으로 홍역 예방접종을 하도록 결정했다. 그것도 보건소 직원들이 학교를 직접 찾아가 무료로 예방접종을 실시해주는 적극적인 방식이었다. 1회 접종을 권고했던 MMR 백신을 두 차례로 나눠 2회 접종하는 현재의 방식으로 변경된 것도 이 즈음이다. 그렇게 홍역 백신은 필수 접종대상이 됐다. 덕분에 국내에서는 오랜 기간 홍역이 잊힌 질병이었다. 2014년 세계보건기구(WHO)가 대한민국을 홍역 퇴치 국가로 인증했을 정도다. 2021년과 2022년에는 국내에서 단 한 명의 홍역 확진자도 나오지 않았다.
문제는 코로나19 팬데믹이 끝난 뒤 시작됐다. 마스크를 쓰고 손을 자주 씻는 등의 개인위생 관리가 철저해지고 사회적 거리두기로 외부인과의 접촉도 제한됐던 팬데믹 당시에는 대부분의 감염병이 함께 사라졌다. 그런데 팬데믹이 끝나면서 감염병들도 다시 살아나기 시작했고, 홍역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2023년 1월 3년 만에 국내에서 다시 홍역 환자가 발생한 뒤 1년 동안 8명이 홍역 확진 판정을 받았다. 다만 홍역 확진자 8명은 모두 카자흐스탄, 인도, 태국 등에서 감염된 해외 유입 사례다. 8명 가운데 1명은 비행기 내에서 감염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2023년 홍역이 세계적으로 유행한 여파다.
2023년 전 세계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고된 홍역 확진자는 무려 28만여 명으로 2022년 대비 1.6배 늘었다. 유럽에서는 4만 2000여 건의 확진자가 발생했는데 이는 2022년(941건)에 비해 무려 45배 폭증한 수치다.
우리처럼 홍역이 퇴치됐다고 여기던 유럽은 되살아난 홍역의 기세로 시름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홍역 예방접종을 하지 않거나 연기하는 사례가 많아지면서 홍역 감염이 급증한 것으로 분석된다. 영국 보건안전청(UKHSA)에 따르면 초등학교 입학 시 MMR 백신 2차 접종 완료 비율이 85%인데 이는 지난 10년 동안 가장 낮은 수준이다. 참고로 WHO 권고 비율은 95%다. 문제는 런던만 놓고 보면 74%밖에 안 돼 우려가 더 커지고 있다.
올해에는 2024 파리올림픽 등으로 인해 프랑스 등 서유럽을 찾는 관광객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돼 더욱 근심이 깊어진다. ‘빈대(베드버그) 공포’에 ‘홍역 감염 공포’가 더해지는 분위기다.
그러다 보니 유럽 여행 등을 계획한 어린 자녀를 둔 부모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MMR 백신은 생후 12~15개월과 4~6세 때 각각 1회씩 총 2회를 접종한다. 문제는 6~11개월 미만의 영아가 홍역 유행 국가로 여행을 떠나는 경우다. 이런 경우에도 1회 접종이 권고되는데 정확한 판단을 위해 의료진과 상의가 필수다.
문제는 유럽만 피하면 되는 상황이 아니라는 점이다. WHO가 발표한 2023년 1월부터 10월까지 지역별 홍역 환자 수를 보면 인도가 6만 1555명으로 가장 많고 그 다음이 예멘으로 4만 3675명이다. 특히 최근 동남아시아 상황이 심각한데 인도에 이어 인도네시아, 필리핀, 말레이시아, 네팔, 중국, 베트남, 캄보디아 등에서 홍역 환자 증가율이 높게 나오고 있다.
따라서 반드시 MMR 백신을 접종해야 하며 해외여행 과정에서 감염병 예방수칙을 철저하게 지키고 해외여행을 다녀온 뒤 3주일 정도는 고열, 오한, 설사 등의 이상 증상이 없는지 잘 지켜봐야 한다.
전동선 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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