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타짜>(왼쪽), <가문의 부활> 포스터. | ||
CJ엔터테인먼트(CJ)의 <타짜>, 미디어플렉스(쇼박스)의 <가문의 부활>, 롯데엔터테인먼트(롯데)의 <잘 살아보세>, 시네마서비스의 <라디오 스타>, 프라임엔터테인먼트의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이 이번 추석을 대표하는 영화 상품이다. 벌써부터 이들 업체의 주가가 시사회 평에 따라 춤을 추는 등 대결이 치열하다.
특히 관심을 끄는 업체는 CJ와 쇼박스의 대결. 이들 두 업체는 극장체인 CJ CGV와 메가박스를 가지고 있어 배급에 있어서도 큰손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영화 배급과 극장업이 재벌기업의 손에 의해 커지면서 작은 영화나 독립영화의 설 자리가 점차 좁아지고 있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영화가 산업화되는 과정에서 이들의 역할이 점점 커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CJ그룹 계열사인 CJ엔터테인먼트와 오리온그룹 계열사인 미디어플렉스는 지난해 여름 <친절한 금자씨>와 <웰컴 투 동막골>로 맞붙기도 했는데, 이들 사업부를 책임지고 있는 이미경 부회장과 이화경 사장이 화제로 떠오르기도 했다. 모기업이 식품업으로 자리를 잡은 것이라던지, 영화사업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키우고 있다는 점, 오너의 딸이 경영을 맡고 있다는 점이 비슷했기 때문이다.
올해 8월까지의 한국영화 흥행 톱10(영화진흥위원회 집계)에 CJ는 <투사부일체>(3위), <한반도>(4위), <음란서생>(5위), <달콤 살벌한 연인>(6위), <비열한 거리>(8위)등을 올려 수위를 차지하고 있다. 반면 <맨발의 기봉이>(9위), <청춘만화>(10위)로 상대적으로 뒤처졌던 쇼박스는 <괴물>이 전국 관객 1297만 명을 동원하는 국내 신기록을 세우며 단숨에 1위 다툼에 합류할 수 있게 됐다.
지난해 외국영화와 한국영화를 합한 전체 영화시장 점유율(서울관객수 기준)은 CJ가 21.2%로 쇼박스의 20.7%를 근소하게 앞섰다. 2004년도에도 CJ가 24.4%, 쇼박스가 18.1%를 기록했다.
그러나 한국영화 부문에서는 2005년 16편을 배급한 쇼박스가 33.6%로 18편을 배급한 CJ의 30.7%보다 앞섰다. 그러나 올해 1∼8월의 집계에서 CJ가 한국영화(32%), 전체영화(21.8%) 부문에서 모두 쇼박스(한국영화 31.1%, 전체 20%)를 근소하게 앞서고 있다.
▲ 영화 <잘살아보세> 포스터. | ||
<괴물>의 기세에 눌린 듯한 CJ는 “기획 단계에서 1000만 넘는 영화를 예상하고 만들 수는 없는 일이다. 오히려 흥행작이라고 부를 수 있는 관객수 300만 명 이상의 영화를 꾸준히 내는 것이 중요하다”며 애써 표정관리를 하고 있다.
<괴물>에 힘을 받은 쇼박스는 “하반기 라인업이 좋다. 상반기의 부진을 털고 올해 관객동원 1위를 차지하겠다”며 자신에 차 있다. <가문의 부활>에 이어 문근영 주연의 <사랑따윈 필요없어>(10월), 이병헌 주연의 <그 해 여름>(11월), 중국 배우 서기 주연의 <조폭마누라3>(12월), 김아중 주연의 <미녀는 괴로워>(12월)에 기대를 걸고 있다.
CJ 측은 쇼박스와의 대결 구도를 그다지 달갑지 않게 여기고 있는 분위기다. 미디어플렉스(쇼박스)가 올해 7월 7일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이후 주가 관리를 위해 끊임없이 ‘재료’(주가에 영향을 미치는 화제)를 만들어 내야 하기 때문에 1위인 CJ를 물고 늘어지는 작전을 쓴다고 불만을 토로한다. 예를 들면 “삼성전자의 TV가 해외 수출을 얼마나 많이 하느냐가 관심사지, 국내에서 점유율이 얼마냐를 얘기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다”라는 것. 해외 진출 등 갈 길이 바쁜데 국내에서 1, 2위 다툼을 할 여유가 없다는 얘기다.
CJ는 추석 시즌 <타짜>가 1위를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경쟁작인 쇼박스의 <가문의 부활>에 대한 관객들의 평이 전편처럼 좋지만은 않다는 것이 이유다. “추석 흥행은 <라디오 스타>(시네마서비스 배급)와 <타짜>의 대결이 될 것”라고 전망하고 있다. 시네마서비스는 CJ가 지분 40%를 투자하고 있는 회사다. 계열사로 분류되지는 않지만 CJ의 지원이 가능하다. 따라서 <타짜>와 <라디오 스타>의 1위 대결 구도는 쇼박스를 배제시키는 결과가 되는 셈이다.
CJ도 하반기 흥행에 자신을 보이고 있다. 장진 감독의 <거룩한 계보>(10월), 김수로 주연의 <잔혹한 출근>(11월), 한석규 주연의 <사랑할 때 이야기하는 것들>(11월), 비와 임수정이 주연을 맡은 박찬욱 감독의 신작 <사이보그지만 괜찮아>(12월), 김태희·정우성 주연의 <중천>(12월)이 개봉 대기 중이다.
한편 뒤늦게 영화 제작·배급에 나선 롯데엔터테인먼트는 아직까지는 이렇다 할 흥행작을 내지 못하며 호된 신고식을 치르고 있다. 롯데는 대신, 극장 체인 사업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올해 개관한 것과 개관 예정인 것을 합해 미디어플렉스의 메가박스가 2개, CJ CGV가 9개를 늘릴 예정인데 반해 롯데는 12개에 이른다.
롯데는 상반기 <아랑>, <다세포소녀>, <홀리데이>, <백만장자의 첫사랑>, <모노폴리> 등을 개봉했지만 성적은 시원찮았다. 이들은 하반기 <가을로>(10월), <애정결핍이 두 남자에게 미치는 영향>(11월), 다니엘 헤니 주연의 <미스터 로빈 꼬시기>(12월), <우아한 세계>(12월)를 준비하고 있다. 흥행감독으로 분류되는 김대승 감독의 <가을로>와 최근 국내 배우 중 가장 흥행세가 좋은 배우로 분류되는 송강호의 <우아한 세계>의 흥행 여부가 롯데시네마의 시장 안착을 가늠케 해 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우종국 기자 woobea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