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덕영 감독 “‘건국전쟁’ 덮기 위해 ‘파묘’에 좌파들 몰려” 파문…단체관람 논란 울산시 “단체할인 인원 파악”
‘건국전쟁’ 측의 흥행 목표는 200만 관객 돌파다. ‘건국전쟁’을 연출한 김덕영 감독은 자신의 SNS(소셜미디어)를 통해 “이 고비를 넘어야 185만 명 관객을 동원한 ‘노무현입니다’를 넘어설 수 있다”며 “‘건국전쟁’의 200만 고지 달성을 위해 애써달라”고 밝혔다.
‘노무현입니다’를 넘어서야 한다는 표현을 단순하게 해석하면 정치 다큐멘터리 역대 흥행 순위 1위를 목표로 한다고 의미로 볼 수 있다. 그렇지만 정치색이 짙은 다큐멘터리임을 감안하면 진보 정치인인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보다 보수 정치인인 고 이승만 전 대통령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에 더 많은 관객을 기록해야 한다는 의미로도 풀이된다.
2월 28일까지 ‘건국전쟁’은 101만 8572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200만 관객을 돌파하려면 98만여 명의 관객이 더 영화를 관람해야 하며 ‘노무현입니다’를 넘어서려면 83만여 관객이 더 필요하다. 하지만 현재 상황에선 쉽지 않아 보인다.
김 감독이 언급한 ‘고비’는 한국 영화 ‘파묘’의 흥행 돌풍과 외화 ‘듄: 파트2’의 개봉을 의미한다. 3월은 대표적인 극장가 비수기로 대작 영화의 개봉이 많지 않은 시즌이다. 2023년 3월 8일 개봉한 일본 애니메이션 ‘스즈메의 문단속’은 별다른 경쟁작이 없는 상황에서 3월과 4월 내내 홀로 흥행독주하며 557만 명의 관객을 기록했다.
그런데 2024년 3월은 상황이 전혀 다르다. 오컬트 장르의 한계가 분명해 보였던 ‘파묘’가 개봉 7일 만인 2월 28일 331만 2980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손익분기점(330만 명)을 넘겼다. 또한 2월 28일에는 영화 팬들이 기다린 할리우드 대작 ‘듄: 파트2’까지 개봉했다.
아무래도 경쟁작에 관객이 몰리면 이미 개봉한 영화는 불리한 상황에 처하게 된다. 극장 입장에선 관객이 몰리는 영화를 더 많이 상영해야 수입이 늘어나는 터라 흥행작에 스크린수와 상영횟수를 더 많이 배정하게 된다. 그만큼 어느 정도 흥행세가 꺾인 영화는 스크린수와 상영횟수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김덕영 감독 역시 자신의 SNS에 올린 글을 통해 “수백억짜리 블록버스터 영화들 속에서 3억짜리 다큐멘터리 영화 ‘건국전쟁’의 힘겨운 싸움이 예상된다”면서 “‘파묘’와 ‘듄 2’로 관객이 몰리면 가장 큰 타격은 극장 수, 스크린의 감소”라고 피력했다.
실제로 2월 28일 일별 박스오피스에 따르면 ‘건국전쟁’은 1만 3902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파묘’는 평일임에도 38만 4610명의 관객을 동원하는 힘을 보여줬고 이날 개봉한 ‘듄 2’도 15만 2957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이런 흐름에서 ‘건국전쟁’의 상영횟수는 683회로 ‘파묘’ 개봉 직전인 2월 21일 2860회 대비 크게 줄어들었다. 2월 27일만 해도 상영횟수가 1464회였지만 ‘듄 2’까지 개봉하면서 하루 만에 683회로 급감했다.
한편 영화관계자들 사이에선 김 감독이 지나치게 정치색을 강조하는 부분은 아쉽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SNS에 올린 글에서 김 감독은 “항일독립? 또다시 반일주의를 부추기는 ‘파묘’에 좌파들이 몰리고 있다”면서 “‘건국전쟁’에 위협을 느낀 자들이 ‘건국전쟁’을 덮어버리기 위해 ‘파묘’로 분풀이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심지어 “진실의 영화에는 눈을 감고, 미친 듯이 사악한 악령들이 출몰하는 영화에 올인하도록 이끄는 자들은 누구일까”라는 표현까지 사용했다.
실제로 영화 ‘파묘’가 일제가 우리 땅에서 벌인 비극적인 역사를 바로잡고자 하는 ‘항일의 메시지’를 담고 있기는 하다. 그렇지만 영화관계자들은 ‘파묘’의 흥행을 ‘건국전쟁’에 위협을 느낀 좌파들이 몰리고 있기 때문이라는 주장은 너무 과하다고 지적한다.
한 영화관계자는 “‘파묘’는 보고 ‘건국전쟁’은 보지 않은 관객은 모두 좌파라는 얘기로 들리는데 너무 과한 표현이 아닌가 싶다”면서 “‘파묘’ 흥행 열풍에 일정 부분 항일 메시지가 영향을 미쳤을 수 있지만 지금의 흥행세를 그 한 가지 이유로만 볼 수는 없다. 결국 관객들을 끌어 모으는 힘은 영화 자체의 완성도와 흡입력”이라고 설명했다.
SNS에 올린 글에서 김 감독은 “이걸 극복하는 대안은 오직 하나, 단결이다. 뜻있는 기업, 사회단체, 기독교 교회가 마지막 힘을 내달라”고 호소했다. 김 감독은 “대한민국이 어디서 왔고, 누구 덕분에 이렇게 잘 살고 있는지, 그리고 어디로 가야 할지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며 “대한민국의 파국을 막을 수 있도록 모두가 고민해야 할 상황”이라는 언급도 했다. 결국 이런 생각에 동의하는 기업이나 사회단체, 기독교 교회 등이 단체 관람 등에 나서 달라는 호소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건국전쟁’ 단체 관람 강요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최근 민주노총 공무원노조는 기자회견을 통해 “울산시가 부서별 단합대회 형식으로 건국전쟁 단체 관람을 추진했다”고 주장했다.
울산시가 2월 21일부터 27일까지 오후 7시 남구 삼산동의 영화관 특정 상영관(192석)에서 영화를 관람하는 계획을 공무원들에게 제시했는데 해당 상영관에서 상영되는 영화가 바로 ‘건국전쟁’이라는 것. 이를 단독보도한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익명을 요구한 한 공무원은 “자율이라면서 특정 시간과 특정 극장, 상영관을 제시해 압박하고 있다”며 “관람하겠다고 나서는 직원이 없자 ‘이러면 (시장에게) 찍힌다’는 말이 나와 강제로 영화를 보게 됐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에 울산시는 건국전쟁에 대한 의견이 많아 단체관람을 준비했고, 단체 할인 적용을 위해 인원수를 파악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또한 ‘건국전쟁’ 단체관람은 예시일 뿐 다른 영화를 관람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김덕영 감독은 2월 29일 오후 서울 용산구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건국전쟁2 : 인간 이승만’ 제작발표회를 열고 이 자리에서 100만 관객 돌파를 자축했다.
전동선 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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