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9일 방영된 MBC <100분토론>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질문에 답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 ||
부산지역 기업들로 눈길이 가는 기업들은 넥센타이어, 삼미, 세운철강. 이들 회사의 오너경영인인 강병중 회장, 박원양 회장, 신정택 회장은 2002년 대선 당시 노 후보의 측근인 최도술 씨에게 불법 정치자금을 제공한 혐의로 나란히 검찰 조사를 받기도 했다. 이 중 강 회장과 박 회장은 같이 3000만 원 벌금형을 선고받았고, 신 회장만 벌금형을 면했다.
이들은 올해 3·1절 골프 파문 때 이해찬 전 총리와 함께 골프를 쳤던 멤버로 알려지기도 했다. 또 골프를 함께 쳤던 류원기 영남제분 회장의 경우 교원공제회가 영남제분에 투자를 한 것이 구설수에 올라 야당의 공격을 집중적으로 받기도 했다.
한편 신발제조업체인 태광실업의 박연차 회장은 올해 5·31 선거 때 친노성향으로 알려진 국회의원 24명에게 120만∼500만 원, 총 1억 1800만 원의 후원금을 낸 것 때문에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2002년 대선 때는 노무현 후보의 최측근인 안희정 씨에게 7억 원의 불법자금을 준 혐의로 벌금형을 선고받은 적도 있다.
모두 노무현 대통령 캠프와 직·간접적으로 관계를 맺어 오다 검찰 조사를 받는 등의 위험을 감내한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리스크를 택했던 이들의 경영성적표는 어땠을까.
대부분의 업체들은 꾸준한 성장세를 보였지만 이렇다 할 정도로 대박을 터뜨리지는 못했다. 199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10년 가까이 부산상공회의소 회장을 지내면서 부산 재계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것으로 알려지는 강병중 회장의 넥센타이어는 2002년 매출액 2720억 원이 2005년 4005억 원으로 늘었다. 타이어재료를 만드는 계열사인 ㈜넥센은 같은 기간 1416억 원에서 1449억 원으로 크게 늘지는 않았다.
넥센타이어는 ㈜넥센이 31.61%, 강병중 회장이 21.07%를 가지고 있는 회사다. ㈜넥센은 강병중 회장의 23.4%를 비롯해 부인과 아들의 것까지 합한 지분이 총 40.51%에 이른다.
그러나 넥센타이어의 당기순이익은 크게 늘지 못하고 오히려 소폭 하락했다. 2002년 당기순이익이 263억 원이었던데 반해 2005년에는 218억 원이다. 매출은 늘었지만 원자재 가격 상승과 달러화 약세라는 경제 여건으로 제조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실을 보여주는 듯하다. ㈜넥센은 155억 원에서 116억 원으로 하락세가 눈에 띈다.
▲ (왼쪽부터) 강병중 넥센 회장, 박원양 삼미 회장,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 | ||
삼미는 어려움을 돌파하기 위해 사업영역에 문화사업을 추가하고 올해 3월 경품용 상품권 발행업자로 지정되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바다이야기 파문으로 6개월도 버티지 못하고 상품권 발행을 그만둬야 했다. 상품권 발행으로 돌파구를 마련해 보려던 삼미로서는 사업을 얼마 해 보지도 못한 채 검찰 수사를 받아야 하는 처지가 된 것이다.
열린우리당과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박연차 회장의 태광실업은 신발제조업이 사양산업화되면서 공장을 해외로 이전하고 자사 공장 물품을 수입판매하는 것으로 사업구조를 변경했다.
태광실업은 신발산업의 한계를 보여주듯 2001년 매출액 4188억 원, 당기순이익 298억 원이던 것이 2005년 매출액 3400억 원, 당기순손실 35억 원을 기록했다.
교원공제회가 지분투자해 한나라당이 발끈하기도 했던 영남제분은 비교적 성공적인 상승세를 타고 있다. 2002년 매출액 672억 원, 순이익 41억 원이었던 것이 2005년 매출액 704억 원, 순이익 62억 원으로 늘었다. 당시 교원공제회는 회사의 재무구조를 살핀 뒤 투자 결정을 내린 것이라고 해명했는데, 올해 실적이 어떨지가 관건이 된 셈이다. 류원기 회장이 지분 34.97%를 가진 영남제분은 지난해 바이오벤처인 페레스바이오피드 지분 40%를 인수해 바이오 산업에도 진출하고 있다.
한편 노무현 대통령이 허리디스크수술을 한 곳으로 유명한 우리들병원이 참여정부 이후 눈부신 성장세를 보여 눈길을 끌고 있다. 이상호 병원장은 부산고등학교 출신으로 노 대통령과 막역한 사이로 알려져 있다.
우리들병원은 2004년 4월 수도약품을 인수해 최대주주가 되면서 의약품, 의료기구 제조 및 판매업에 진출했으며, 생명공학 업체인 한스바이오메드와 우리들창업투자를 인수하는 등 의료·부동산·영화·금융 사업을 포괄하는 그룹사로 성장하고 있다. 2002년 164억 원이었던 수도약품의 매출은 2005년 322억 원으로 두 배가량 늘었다.
최근 바다이야기 파문과 관련해 게임개발업체인 클릭엔터테인먼트가 한 때 우리들병원의 계열사였던 것이 알려져 눈길을 끌기도 했다. 그러나 클릭엔터테인먼트는 지난해 10월 대주주인 이상호 원장 부부가 지분을 매각하고 계열사에서 제외되었다. 우리들병원이 대통령의 그늘 아래서 성장한 것이라고는 할 수 없겠지만 남다른 관심을 받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상황이다.
한편 부산이 연고지만 친 한나라당으로 분류되는 기업들도 나름대로 성장을 구가하고 있다. 한나라당 소속인 김양수 의원이 대주주인 유림종합건설은 2002년 매출 513억 원, 순이익 1억9041만 원에서 2005년 매출 1332억 원, 순이익 20억 원으로 늘어났다.
최근 김 의원이 상품권과 관련해 삼미에 대한 발행업자 지정의 부당성을 계속 거론한 것을 놓고 유림종합건설이 삼미의 계열사인 삼미건설과 부산에서 경쟁 관계이기 때문이 아니겠냐는 반응도 정가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한나라당 소속이었던 고 김진재 의원의 아들인 김세연 씨가 지분 38.51%를 보유한 동일고무벨트는 미미하게나마 조금씩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우종국 기자 woobea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