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본무 회장이 15년 동안 살았던 옛집과 새로 이사한 저택(아래). 새집은 삼성가를 굽어보는 위치에 자리했다. | ||
삼성 그룹의 이건희 회장 일가의 경우 새로 집을 짓더라도 옛집을 팔지 않고 영빈관 등의 용도로 사용하거나 하는 경우가 많다. 구 회장의 옛집은 15년 동안 살았던 집으로 한남동 726번지 일대의 고급 주택과는 달리 기와지붕을 얹은 단층짜리 가옥이다. 고풍스러운 느낌 때문에 영빈관 등의 용도로 쓰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현재 이 가옥을 매입한 이는 부부로 보이는 박아무개 씨(47)와 홍아무개 씨(42)로 LG가와는 관련이 없어 보인다. 매매가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지만 한남초등학교 뒤편 지역의 시세는 평당 1300만 원이라고 한다. 지난해까지는 평당 1000만 원이었지만, 올해 한남동 뉴타운 지역이 지정되면서 땅값이 올랐다.
고급 주택가임에도 가격이 높지 않은 이유는 오래된 집이 많고 매매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구 회장의 옛집은 대지가 295평, 건물이 83평이다. 마침 바로 옆집은 신축을 위해 터파기 공사가 한창이었다. 이곳처럼 오래된 건물은 허물고 새로 짓는 데 의미가 있기 때문에 매매가는 건물보다는 토지 중심으로 이루어진다고 한다.
건물 가격을 따로 정하지 않는 대신 매매가를 최대치인 평당 1300만 원으로 계산하면 대략 38억 원이다. 옛 집을 판 것에 대해 구 회장이 목돈이 필요했던 것이 아니냐는 등 여러 가지 반응이 나오기도 하지만 진짜 이유는 구 회장만이 알고 있을 뿐이다.
한편 구본무 회장이 새로 지은 집터가 묘하게도 삼성 이재용 상무의 집 바로 윗편에 위치한 것이나, 한남동의 삼성가 주택들 일대를 굽어보게 되자 이를 두고 LG가 삼성을 이기기 위해 집터를 여기로 고른 것이 아니냐는 우스갯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새집이 위치한 748번지 일대는 삼성 일가 소유의 집이 많기 때문이다. LG 그룹이 GS 그룹과 계열 분리를 하면서 SK그룹에도 밀려 4위로 밀리며 절치부심하기 위한 노력으로 볼 수도 있다는 얘기다.
지난해 구 회장은 집을 지으면서 지하 1층에 179.6평 규모의 미술관 용도 공간이 있다고 등기부의 ‘건물 내역’란에 적어 놓았다. 이 때문에 한 때 이 공간의 실제 용도가 무엇일까에 대한 궁금증이 고조되기도 했다. LG 측은 이에 대해 “손님맞이 시설로 문화 및 집회시설 용도로 쓰이기 위한 것이다”라고 해명한 바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주택가의 평범한 집 안에 미술관이 들어서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LG 측이 명확한 해명을 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궁금증은 더욱 커지고 있다.
우종국 기자 woobea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