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웃고 있지만… 13일 서울 상암동 월드컵공원 평화광장에서 열린 2012 과학기술나눔마라톤축제 개회식에 안철수 문재인 박근혜 후보가 함께 참석해 어깨동무를 하고 있다.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
단순히 그가 후보단일화의 ‘밀알’이 되기 위해 건너간 것이라기보다 구체적이고 분명한 미션이 있었을 것이라는 얘기다. 일각에서는 그것을 민주당의 묵계 속에 송 의원이 안철수 캠프의 독자완주론파를 저지하기 위해 떠났다는 주장으로 풀이한다. 다른 한편에서는 송 의원이 그와 한몸인 박원순 서울시장의 ‘지시’에 의해 적을 옮겼고, 이는 안철수 후보단일화 필승전략의 핵심전제였다는 것이다. 안철수-문재인의 단일화 1차전 길목에서 터져 나오는 ‘송호창 나비효과’를 집중 분석해봤다.
대선 정국이 요동치고 있다. 겉으로는 박근혜-문재인-안철수 3자의 지지율이 미세한 차이로 등락을 거듭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물밑으로는 몇 가지 의미 있는 흐름이 형성될 시점에 왔고, 또 실제로 그런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그중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안철수 무소속 후보의 ‘선전’이다. 그동안 안 후보는 정당의 지원도 없고, 정치 경험이 거의 없는 아마추어 집단이라는 한계 때문에 상승 곡선에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게 지배적 견해였다.
하지만 지금까지 안철수의 힘은 여전히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앞서 지적한 안 후보의 약점들이 지지율에 ‘전혀’ 반영되지 않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민들이 안 후보의 약점에 제대로 반응하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오히려 안 후보는 일부 여론조사에서 박근혜-문재인 후보와의 양자대결에서 더 격차를 벌이는 기염을 토하고 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정치부 기자들이 동업자 정신이라는 틀에 묶여 안철수 현상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안철수 현상을 제대로 분석해보라는 질타도 이어진다.
이렇게 좀처럼 스러지지 않는 안철수 현상은 민주통합당의 쇄신 진척도와 직접 맞물려 있다. 그 바람은 민주당, 특히 문재인 후보가 당의 인적쇄신을 제대로 이뤄내지 못할 경우 더 강하게 불 가능성이 높다. 그가 추석 위기를 넘기며 지금까지 잘 버티고 있는 이유는 민주당 문재인 후보가 그동안 당 쇄신과 관련해 해놓은 게 전혀 없기 때문에 생긴 일종의 반사이익 성격이 짙다. 문 후보는 최근 새누리당으로부터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NLL 논란과 관련한 공격을 받고 있고, 안철수 후보로부터는 정치개혁 요구에 직면해 있지만 뾰족한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다(6면 기사 참조). 이러는 사이 안 후보가 국민들뿐 아니라 민주당 내에서도 점차 문재인 대안론으로 부상하는 상황으로까지 발전하고 있다.
김능구 폴리뉴스 대표는 이에 대해 “현재 나오는 여론조사 결과 가운데 정권교체를 원하는 국민이 50% 정도로 높게 나온다. 현 정권의 재집권은 35% 정도다. 그런데 정권교체를 원하는 50% 국민들의 ‘진심’을 제대로 봐야 한다. 그들은 현재의 민주통합당 중심으로 정권교체를 원하는 게 아니다. 쇄신하지 않는 기존 민주당으로 선거를 치르면 필패라는 게 이 조사결과의 핵심 포인트다. 안철수 후보의 지지율이 여전히 깨지지 않고 강한 흐름을 이어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안 후보를 중심으로 정권교체를 하라는 여론이 더 높다는 것이다. 현재의 민주당이 완전 탈색하지 않고는 절대 승리할 수 없다. 단일화 문제는 문재인 후보가 유리한 것처럼 보이지만 안 후보가 훨씬 유리한 국면이다”라고 밝혔다.
민주당의 한 핵심 고위 당직자도 이에 대해 “현재 민주당의 침묵하는 다수 의원들은 당내 쇄신이 없는 상황에서 별로 할 일을 못 찾고 있다. 누가 나설 수가 없는 상황이다. 문재인 후보가 단독플레이를 하고 있다. 조직플레이가 전혀 안 되고 있다. 쇄신의 주체가 문 후보가 돼야 하는데 대외활동만 하다 보니 의원들이 겉돌고 있다. 국민들이 모두 공감해주는 인적 쇄신 없이 그럭저럭 시간 보내다가 막상 단일화 전쟁이 시작되면 안 후보가 그 자리를 차지할 가능성이 높다”라고 말했다.
안철수 바람의 유지는 바로 민주당의 쇄신실패에서부터 시작되고 있다. 인적쇄신에 손을 놓은 문 후보를 다른 의원들도 그냥 지켜보고만 있다. 이렇게 어영부영 문 후보가 시간을 보낼 때 여론은 점점 안 후보에게로 옮겨가고 있다. 안 후보 지지층 가운데는 원래의 마니아층도 있지만 ‘문재인은 좋으나 민주당은 싫어서 떠나는 층’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그들이 안철수 바람을 실질적으로 떠받치고 있는 근간이다. 더구나 앞으로도 민주당이 쇄신 움직임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안 후보의 지지율도 계속 상승할 전망이다.
▲ 송호창 의원. 임준선기자 |
이런 안철수 현상의 붐업 상황에서 ‘송호창 영입’이 이뤄졌다. 이는 단순히 의원 한 명을 영입하는 것이 아니라 향후 단일화 전투의 필승카드로 송 의원을 끌어당겼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보이지 않는 손’이 작동했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그렇다면 누가? 정치권에서는 박원순 서울시장의 행보를 주목하고 있다. 박 시장은 송 의원의 정치입문에 결정적 역할을 한 ‘정치적 대부’다. 송 의원이 ‘개인의견’으로 탈당한 것이 아니라, ‘박원순 사단’의 역할 조정에 따라 움직였다고 보는 것이 더 설득력이 있다. 더구나 안철수 캠프의 핵심 요직은 거의 ‘박원순 사단’ 출신이라는 점에서 박 시장의 캠프 내 영향력도 상당하다고 할 수 있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박 시장으로서는 안 후보가 단일화 전쟁에서 이기는 게 자신의 정치적 영역확장 면에서 더 낫다. 그도 어차피 정치인이다. 안 후보가 만약 단일화 전쟁에서 패배하게 되면 그의 정치적 공간도 사라지게 된다. 그의 조직도 민주당 속으로 편입되거나 해체될 수 있다. 안 후보를 완주시켜 대통령으로까지 밀어 넣게만 된다면 박 시장도 차기를 도모하든지 서울시장 재선에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 있다. 그런 이유 때문에 자신의 ‘입’ 역할을 했던 현역의원 송호창을 안 캠프로 이적시킨 것이다. 송 의원이 안 캠프의 원내 ‘대변인’ 역할을 하게 되면서 민주당 내의 안철수 지지의원 영입에도 더 탄력을 받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현재 민주당 지도부는 제2의 송호창 탈당 사태를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앞서의 민주당 고위 당직자는 이에 대해 “현재 민주당 내부 분위기가 좋지 않다. 황주홍 의원의 이해찬 대표 항명사태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앞으로 추가 탈당자가 더 나올 수 있다. 문 후보가 친노그룹 정리 등 당 쇄신을 단 한 건도 해결하지 못한 것에 대한 의원들의 반감이 생각보다 심각하다. ‘이래선 문재인이 대통령 안 될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차라리 안철수가 낫다는 얘기다. 이런 분위기가 더 확산되면 추가 탈당의원이 얼마든지 나올 수 있다. 2~3명 정도만 더 나와도 민주당은 급격하게 와해국면으로 치달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민주당에서 일정한 지분이 있는 혁신과통합의 한 고위 관계자도 “마음으로는 문재인 후보를 지지하지만 안철수도 좋은 카드다. 문 후보가 당 쇄신을 이뤄내지 못할 경우 혁신과통합도 다른 대안을 찾아볼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라고 말했다.
▲ 안철수 원장이 9월 13일 서울시청을 방문해 박원순 시장을 만났다. 사진제공=서울시청 |
송호창 탈당 사태는 민주당 쇄신실패에 대한 실망감이 잉태한 안철수 대망론의 새로운 출발점이다. 그 곁에는 ‘박원순 사단’의 보이지 않는 손이 거들고 있다. 국민들은 마지막으로 주시하고 있다. ‘응답하라 문재인!’
고진동 언론인
성기노 기자 kino@ilyo.co.kr
달궈져야 ‘용광로’ 되지
우선 꾸준한 상승세에도 불구하고 문 후보가 필승카드냐에 대해 당내에선 여전히 물음표가 따라붙고 있다. 민주당의 한 고참 당직자는 “추석 연휴(9월 29일∼10월 1일) 직후 잠시 분위기가 좋았지만 다시 안철수 후보가 치고 올라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면서 당내에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 당직자는 “호남의 여론이 문 후보와 안 후보 사이에서 망설이는 것처럼 민주당 의원들과 조직 역시 망설이고 있다고 보는 게 맞다”며 “문 후보가 완만한 상승세를 계속 이어가면서 안 후보를 압도하지 못한다면 위험한 상황을 맞을 수도 있을 것 같다”고 우려했다.
이 같은 반응은 일부 인사들에 국한돼 있지 않다. 친노(친노무현)그룹으로 분류되는 한 재선의원도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문 후보의 지지율 상승이 안 후보 덕분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는 게 문제”라며 “문 후보가 자신이 안철수를 대체할 인물이라는 확신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신뢰 부족’ 못지않게 문 후보를 발목 잡는 것은 ‘스킨십이 부족하다’는 평가다. 계파 갈등을 녹여낼 ‘용광로 선거대책위원회’를 만들었다고 문 후보는 자평하고 있지만 당내에선 이에 대해 의문을 표하는 인사들이 적지 않다.
수도권의 한 재선의원은 “문 후보가 사람에 대해 낯가림이 심한 데다 별로 친화력이 뛰어난 것 같지도 않다”는 평가를 내놨다. 이 의원은 “문 후보가 소속 의원 전원을 선대위에 참여시키겠다며 여기저기 배치했는데, 나를 비롯해 많은 의원들이 선대위 인선 결과를 휴대폰 문자메시지로 통보받았다”며 “아무리 바쁘더라도 후보가 전화 한 통 못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꼬집었다.
또 다른 당직자는 “선대위에 배치되지 않은 당직자들의 소외감이 우려할 만한 수준”이라며 “당력을 모으기 위해 후보가 직접 나서야 하는데 그런 노력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박공헌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