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캐리커처=장영석 기자 zzang@ilyo.co.kr |
반면 새누리당 진영에서는 3자 구도를 반기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박근혜 후보의 여론지지율 및 자체 시뮬레이션 결과 3자 구도의 경우 박 후보의 승리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당 차원에서 안철수 후보를 완주시키기 위한 전략수립에 고심 중이다. 특히 민주당 문재인 후보를 강하게 압박하며 안철수 후보와의 힘의 균형을 적절히 맞추는 데 초점을 두는 양상이다. 3자 구도가 실제로 전개될 시 과연 누가 승리할지 예측해봤다.
지금 여야는 대선을 앞두고 전략 마련에 분주한 가운데 여론조사 데이터를 놓고 득표율 계산에 한창이다. 이 중에서 ‘3자 구도’에 관한 논의가 가장 활발한 쪽은 ‘무소속’ 안철수 후보 캠프 쪽이다. 안철수 캠프의 박선숙 선거대책본부장은 “단일화는 만병통치약이 아니다”라며 독자노선으로 갈 가능성을 시사했고, 지난 7일 안 후보 캠프에 합류한 한나라당 출신 김성식 전 의원 역시 “민주당의 정당후보론은 식상하다”며 뜻을 보탰다.
‘무소속 대통령’에 대한 안 캠프 측의 자신감에는 추석 직후부터 시작된 박근혜 후보의 지지율 하락세와 함께 10월 7일 비전선언문 발표 이후 민주당 문재인 후보와의 지지율 격차 역시 벌어지고 있다는 데 있다. SNS와 같은 온라인 점유율 역시 안철수 후보가 높고 그의 ‘진심’에 공감하는 의견이 많아 해볼 만한 싸움이라는 시각도 팽배하다. 반면 민주당의 경우 지지기반인 호남의 지지율에서 문재인 후보가 밀리고 있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어 반전의 기회를 찾지 못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추석 때 지지율이 반짝 반등한 이후 단일화 협상만 믿고 미디어 대응과 전략 측면에서 실기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민주통합당 한 재선 의원은 이에 대해 “정당 정치에 관한 유권자들의 불신이 안철수 후보의 지지율을 떠받치고 있는 근간이기 때문에 우리 당과 거리를 유지하려는 것이지 여전히 단일화를 1순위로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라고 전했다.
▲ 문재인 후보가 9월 27일 민주통합당 당 대표실에서 담쟁이 캠프 1차회의를 개최했다. 사진제공=문재인 |
▲ 10월 9일 서울 워커힐호텔에서 열린 제13회 세계지식인포럼에서 대선후보 강연자로 참석한 박근혜 후보와 안철수 후보가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
그렇다면 이번 12월 대선에서 3자 대결이 성사된다면 마지막에 웃게 될 캠프는 어느 곳일까. 기자와 인터뷰한 전문가들은 하나같이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가 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그중에는 “100%”라고 단언하는 이들도 있었다. 한국갤럽 장덕현 부장은 “3자 구도는 사실상 박근혜 후보의 승리로 끝날 것”이라며 “민주당 입장에서는 중도층 상당 부분을 흡수하고 있는 안 후보가 꼭 필요한 선거일 수밖에 없다. 현재 상황만 보면 두 진영에서 박 후보가 아닌 단일화 대상자의 지지율을 빼앗으려고 하면서 죄수의 딜레마(서로 협력하면 양쪽이 윈윈하게 되지만 어느 한쪽이 의심하거나 사욕에 빠져 제 갈 길을 가게 될 경우 양쪽 모두 큰 손해를 입는다는 이론)에 빠지고 있다”라고 전했다.
또 다른 여론조사 관계자 역시 “3자 구도는 야권 후보가 이길 가능성이 없다. 안 후보 캠프에서 단일화 협상의 주도권을 놓치지 않기 위해 전략적으로 행동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라며 “‘타이밍 정치’라는 게 나쁜 말처럼 쓰이고 있지만 안 캠프가 잘하고 있다는 뜻도 된다. 권력의지 측면에서 봤을 때 문재인 후보보다 한수 위다”라고 전했다.
최근 발표되고 있는 여론조사 역시 3자 구도에서 박 후보의 낙승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 4월 총선 이후 매일 대선 다자구도 지지율을 조사해 발표하고 있는 한국갤럽의 경우 박 후보가 한 번도 1위를 놓친 적 없이 40%대를 유지하고 있다. 100% 휴대폰 ARS 조사 방식으로 젊은 유권자들의 의견 반영 비중이 높은 리서치뷰 여론조사 결과의 경우 양자 대결에서는 안철수-문재인 두 후보 모두 박근혜 후보보다 지지율이 높지만 다자대결로 접어들면 박 후보가 두 후보를 10% 이상씩 앞서는 것으로 나오고 있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이번 대선은 단일화가 되어도 51:49의 싸움으로 야권이 불리한 선거”라며 “당연히 3자 구도로 간다면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가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예견했다. 홍 소장은 “박 후보의 경우 TK·충청·강원에서 압도적인 표가 나올 것으로 보이고 PK 지역이 흔들리고 있다고는 하지만 60% 이상은 나올 것이다. 그런가하면 호남에서도 10%대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3자 구도는 야권 후보들에게는 치킨게임이다”라고 밝혔다.
이에 민주당 측은 안 후보와의 단일화 무산만은 막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현재 문재인 캠프에서는 인선 마무리 작업이 한창인 가운데 10월 말부터 단일화 협상을 시작할 것이라는 기대감만 밝히고 있는 상황이다. 당 내에서는 두 후보 가운데 어떤 후보가 되어도 박 후보를 쉽게 이길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이 많아 안이하게 대처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국립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민주당에서는 이번 대선이 노무현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2002년 대선처럼 될 것이라는 막연한 환상에 젖어있는데 10년 전과 비교해 인구구성비가 많이 달라졌다는 것을 간과하고 있다. 50대 이상의 비중이 더욱 많아진 상태에서 2030세대 역시 1/3 내지 3/4 정도는 보수적인 성향을 지닌다. 또 이번 대선 투표율이 70%를 넘지 않을 가능성이 많아 여러모로 야권에 불리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반면 새누리당으로서는 3자 대결이 성사될 경우 어부지리로 대권을 낚아챌 가능성이 높아 이를 전략적으로 활용할 계획인 것으로 보인다. 야권단일화 협상이 잡음 없이 원활하게 진행되기 위해서는 안철수와 문재인 어느 한 쪽의 지지세가 꺾여야만 가능하기 때문에 새누리당으로서는 대선 직전까지 두 후보 모두를 견제하면서 힘의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판단이다.
최근 새누리당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과의 비밀회담 사실을 폭로하며 구성된 ‘민주당 정부의 영토주권 포기 등 대북게이트 진상조사위원회’ 역시 추석 이후 상승추세에 있는 문재인 후보의 지지율을 견제하는 동시에 야권의 단일화 협상을 대비하기 위해 꺼내든 카드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새누리당 정문헌 의원은 “팩트라는 것 이외에는 말씀드릴 수 없다”는 입장만을 밝히고 있어 이번 사안은 조기에 매듭지어지지 않고 대선 내내 공방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 경선캠프에 참여했던 한 인사는 “새누리당 입장에서는 야권의 두 후보가 모두 11월 말 최종 후보로 등록하는 상황까지 간다면 승기를 잡은 것으로 봐야하지 않겠느냐”라며 “민주당과 안철수 후보가 단일화 협상에 나설 경우 안 후보 측에 ‘새로운 정치를 보여주겠다더니 선거를 위해 민주당과 손을 잡았다’는 식의 공격도 가능하니 우리로서는 1석 2조의 효과를 거두는 셈”이라고 전했다.
앞서의 정치외교학과 교수 역시 “대선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새누리당이 유권자들의 역풍이 일어날 수 있음에도 노무현 전 대통령과 북한 문제를 꺼낸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새누리당에서 야권의 두 후보를 동시에 견제하며 단일화 과정을 최대한 어렵게 만들겠다는 과정의 연장선상에서 봐야 한다”라며 “앞으로는 참여정부 때의 신자유주의 노선이나 야권 캠프 간 영입 을 놓고 더 큰 싸움이 일어날 것”이라고 귀띔했다.
실제 민주당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송호창 의원이 민주당을 탈당하고 안 후보의 캠프로 간 이후 원색적인 비난들이 쏟아지고 있다. 일부 지지자들은 안 후보가 야권 단일후보가 되어도 찍지 않겠다는 강경론까지 제기하고 있다.
민주통합당 한 재선 의원은 “개인적으로는 안 후보가 민주당과 섞일 수 있는 후보인지 의문이 있다”라며 “안 후보 캠프 면면을 살펴보면 다들 교수 변호사같이 전문가 그룹으로 구성돼 운동권 출신이 많은 민주당과는 거리가 있다. 안 후보 본인의 삶 역시 기득권과 가까워 그가 사심을 버리고 도원결의해 줄지 잘 모르겠다”고 밝혔다.
안철수 후보 캠프의 정연순 대변인은 “단일화가 지상과제는 아니며 더 큰 목표를 놓고 세 후보가 선의의 경쟁을 해야 한다는 게 우리의 생각”이라며 “지금 상황에서 3자 구도로 갈 것인지 단일화할 것인지는 대답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닌 것 같다”라고 말했다.
김임수 기자 imsu@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