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시즌 울산 모비스와 원주 동부의 4강 플레이오프 모습. 모비스는 올 시즌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다. 사진제공=KBL |
# 울산 모비스
모비스는 10개 구단 감독들이 지목한 강력한 우승 후보다. 유재학 모비스 감독조차 스스로 우승에 가장 근접한 시즌이라고 자부한다. 모비스 역대 최고의 호화 멤버를 구축했다. 올해 1월 신인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제2의 김승현’을 꿈꾸는 김시래를 뽑은 뒤 귀화혼혈선수 문태영의 합류로 화룡점정을 했다. 김시래와 양동근의 투가드 시스템과 확실한 득점기계 문태영, 든든한 빅맨 함지훈은 ‘판타스틱4’로 불린다. 박구영 노경석 박종천 천대현 이지원 등 백업자원도 풍부해 두려울 것이 없는 탄탄한 구성이다. 외국선수 리카르도 래틀리프와 아말 맥가스킬도 안정된 평가를 받고 있다. 국내 멤버가 워낙 좋아 외국선수는 평균 수준의 실력만 있어도 우승을 노려볼 수 있는 전력이다.
사실 올 시즌 모비스는 약점을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유재학 감독도 당초 구상대로 완벽한 조화가 이뤄져 이례적으로 개막 전 대만족감을 나타내고 있다. 그러나 모비스를 넘어서야 하는 9개 구단은 모비스의 약점을 찾아냈다. 처음 시도하는 투가드 시스템과 래틀리프의 적응도다.
모비스의 핵은 국가대표 주전가드 양동근이다. 올 시즌부터 슈팅가드로 나선다. 신인 김시래가 포인트가드를 맡으면서 투가드 시스템을 선보인다. 변수는 김시래다. 대학시절 빼어난 시야와 뛰어난 패스 감각으로 각광을 받았지만, 프로에서 통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양동근의 역할도 축소될 수 있다. 투가드로 나설 경우 상대적으로 신장이 낮아진다. 래틀리프의 신장이 크지 않고, 맥카스킬은 노장이다. 오히려 9개 구단에서는 모비스가 투가드로 나서는 것을 반기는 분위기다.
▲ 잠실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1-2012KB국민카드 프로농구’ 서울 삼성 썬더스와 원주 동부 프로미의 경기 장면. 사진제공=KBL |
동부는 최고의 빅맨 카드를 거머쥐었다. 귀화혼혈선수 이승준을 FA로 영입하면서 공포의 트윈타워를 구축했다. 이미 국가대표팀에서 한솥밥을 먹으며 호흡에 큰 문제는 없다. 그러나 외국선수 선발에 곤욕을 치르며 장신 센터 저마리오 데이비스 대신 포워드 빅터 토마스를 영입했다. 브랜든 보우먼 역시 만족도가 낮다. 동부는 강력한 장신 포워드로 포진됐지만, 확실한 센터 부재는 지난 시즌 로드 벤슨과 윤호영이 버티던 트리플 타워와 비교해 상승 효과를 볼 수 있을지 미지수다.
윤호영의 자리는 성향이 비슷한 토마스가 충분히 메울 수 있다. 문제는 이승준이 벤슨을 대신할 수 있느냐다. 벤슨과 달리 이승준은 공격 성향이 짙다. 게다가 이승준은 동부로 이적 후 잡음이 생기면서 팀 훈련에 뒤늦게 합류했다. 조직력에 문제점을 드러낼 수 있다.
동부는 대표적인 수비 농구를 하는 팀이다. 그러나 동부는 이승준과 토마스 영입으로 새 판을 짜면서 공격 농구를 선보일 예정이다. 슈터 이광재도 공격형 포워드이기 때문에 동부의 올 시즌은 예년과 확실히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수비 성향이 강한 포인트가드 박지현이 색깔이 바뀐 동부의 공격 농구를 어떻게 진두지휘할지도 기대를 모으고 있다.
# 안양 KGC인삼공사
디펜딩챔피언 KGC인삼공사는 올 시즌 역시 우승을 노리는 4강 후보다. 지난 시즌 우승을 이끈 젊은 선수들이 2연패에 도전한다. 야전사령관 김태술을 중심으로 신인왕을 거머쥔 ‘괴물센터’ 오세근과 양희종, 이정현 등이 핵심 멤버다. 지난 시즌 김태술과 함께 가드를 맡았던 박찬희가 군입대하면서 공백이 생긴 것을 제외하고 전력은 여전히 탄탄하다.
그러나 KGC는 두 가지 숙제를 안고 있다. 가장 큰 변수는 오세근의 몸 상태다. 오세근은 고질적인 발목 부상으로 오프시즌 재활에 중점을 뒀다. 오세근의 공백을 어떻게 메우느냐가 초반 승수 쌓기에 핵심 과제다.
KGC는 지난 시즌 우승 당시 다재다능한 빅맨 크리스 다니엘스의 활약이 컸다. 그러나 올 시즌 눈에 띄는 외국선수가 없다는 것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KGC는 공격형 포워드 후안 파틸로와 교체 외국선수 키브웨 트림을 선발했다. 파틸로는 개인기와 운동능력이 뛰어난 포워드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볼 소유욕과 득점 욕심이 많다는 것이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오세근의 빈자리를 채울 수 있는 카드는 아니다. 오세근이 있을 때와 없을 때 극명하게 나뉘는 골밑 전력은 KGC가 풀어나가야 할 약점이다.
# 고양 오리온스
오리온스는 올 시즌 기대를 가장 많이 받고 있는 팀이다. 최근 수 년간 최하위에 머무르며 플레이오프 문턱조차 오르지 못했던 팀이다. 지난 시즌부터 체질 개선에 들어가며 가능성을 확인했고, 올 시즌 우승후보로 떠올랐다.
오리온스는 변화의 중심에 섰다. 포인트가드 공백을 말끔히 해소할 귀화혼혈선수 전태풍을 영입했다. 화려한 개인기를 갖춘 전태풍은 한국 무대 데뷔 이후 센세이션을 일으킨 특급 가드다. 오리온스를 하나로 묶을 경기 운영 능력을 보유하고 있어 수 년간 해묵은 과제를 단 번에 해결해줄 카드다. 프로 2년차 최진수의 폭풍 성장과 포워드 김동욱의 존재도 든든하다. 신인 빅맨 김승원의 가세로 골밑 자원도 풍부해졌다.
그러나 시즌 개막을 앞두고 입증된 외국선수 테렌스 레더가 연습경기서 무릎 부상을 당해 한 달간 결장이 불가피하다. 전태풍과 KCC 시절 호흡을 맞춘 바 있어 기대를 모았지만, 시작부터 전력의 공백이 크다.
# 부산 KT
KT는 올 시즌 다양한 시각에서 주목할 선수가 많다. 당장 우승권으로 평가받고 있진 않지만, 충분히 다크호스로 떠오를 전력을 갖췄다.
KT는 오프시즌 ‘국보센터’ 서장훈을 FA로 영입했다. 서장훈은 KT로 이적하면서 은퇴를 선언했다. 올 시즌이 농구인생 마지막이다. 남다른 각오를 보이고 있는 서장훈에 대한 활용이 가장 큰 변수다.
평소 눈독을 들였던 포인트가드 김현중을 영입해 오랜 가드 공백을 채웠다. 포워드 왕국으로서 명맥도 잇게 됐다. 10월 신인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잠재력이 뛰어난 장신 포워드 장재석을 선발해 SK로 떠나보낸 박상오의 자리를 채웠다. 또 득점력이 탁월한 신인 임종일을 영입하면서 LG로 이적한 김영환의 아쉬움도 덜었다.
KT의 결정적인 불안요소는 외국선수 영입 실패다. 1라운드에 영입한 대리언 타운스가 기대 이하의 기량을 보였고, 2라운드에 뽑은 브랜든 코스트너의 부상으로 KT에서 뛰었던 제스퍼 존슨을 긴급 수혈했다. 낙제점 외국선수 영입이 KT의 최대 약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 서울 SK
SK는 스타군단이다. 수년째다. 그러나 ‘모래알’ 조직력으로 불리며 성적을 내는 데 실패했다. 올 시즌도 선수구성은 훌륭하다. 베테랑 가드 주희정과 프로 2년차 슈퍼루키 김선형을 중심으로 김효범, 이적생 박상오와 김동우, 김민수 등 화려한 이력의 선수들이 많다. 또 올해 1월 드래프트 전체 2순위로 사실상 ‘1순위 후보’로 불렸던 센터 최부경을 선발해 골밑을 보강했다. 외국선수 선발도 안정적이다. 이미 KBL에서 검증된 에런 헤인즈와 크리스 알렉산더를 영입했다.
SK의 가장 큰 약점은 조직력이다. 5명의 선수들이 얼마나 조화를 이루느냐가 성적을 좌우할 과제다. 문경은 SK 감독은 주희정 대신 김선형을 주전 포인트가드로 낙점했다. 지난 시즌까지 슈팅가드를 맡았던 김선형의 포인트가드 전환이 성공을 거둘 수 있을지 미지수다.
올 시즌 SK가 포인트가드로 변신한 김선형의 재발견이냐, 실험무대로 그치느냐에 따라 성적도 판가름날 것으로 보인다.
# 인천 전자랜드
전자랜드는 팀 해체설에 직면한 위기의 팀이다. 그러나 위기는 곧 기회다. 전자랜드는 올 시즌 똘똘 뭉쳤다. 오프시즌 가장 많은 훈련량을 소화하며 독을 품었다. 선수구성에 큰 변화는 없다. 대신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포지션별로 칼을 빼들었다.
그 결과 가드에 강혁, 임효성, 정병국을 포진시켰고, 포워드에 문태종, 이현호, 이한권, 송수인과 대학 최고의 슈터로 불린 신인 차바위를 구축했다. 내년 2월 국가대표 출신의 가드 정영삼도 돌아온다. 국내 센터진은 주태수와 다시 돌아온 한정원이 지킨다. 화려하진 않지만 ‘알짜’ 구성이다. 외국선수 영입도 기대를 모은다. 최고의 득점력을 자랑하는 포워드 카를로스 포웰이 돌아왔고, 신장에 비해 리바운드 능력이 좋은 디엔젤로 카스토를 선발했다.
전자랜드의 최대 강점은 조직력이다. 그리고 폭발적인 득점력이 최대 무기다. 문태종과 포웰의 쌍포는 10개 구단 가운데 최고의 클러치 능력을 보여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역시 약점은 골밑이다. 확실한 센터가 없다는 것은 전자랜드가 풀어나가야 할 숙제다. 빅맨의 한계를 한 발 더 뛰는 조직력으로 승화해야 한다.
# 서울 삼성
지난 시즌 최하위 수모를 당한 삼성은 시즌 개막 직전 악재를 만났다. 주전 포인트가드 김승현이 갑작스런 목디스크로 수술을 확정했다. 최소 3개월의 결장이 불가피하고, 최악의 경우에는 시즌 아웃까지 고려해야 한다. 올 시즌 김승현을 전력 외로 두고 새 판을 짜야 한다.
삼성의 선수구성은 준수하다. 올 시즌 이동준과 황진원을 영입하면서 부족한 포지션을 보강했다. 이동준은 친형인 이승준이 떠난 자리를 메울 빅맨이다. 화려함보다 우직한 골밑 플레이로 내실을 거둘 수 있는 장신 포워드다. 이규섭과 함께 나설 경우 두 장신 포워드의 강점이 극대화될 수 있다. 베테랑 가드 황진원의 합류도 플러스 요인이다. 삼성의 어린 가드진에 안정감 있는 슈터가 들어오면서 무게감이 생겼다. 지난 시즌 통으로 날린 이정석의 복귀도 반갑다.
외국선수는 불안하다. 브라이언 데이비스와 케니 로슨을 선발했지만 기대 이하의 평가를 받고 있다. 게다가 두 외국선수는 김승현이 뛸 것을 가정해 뽑은 맞춤형 빅맨이었다. 그러나 김승현이 시즌 아웃 위기에 놓이면서 외국선수 활용에 최대 위기를 맞을 수밖에 없다.
막중한 무게는 이정석과 이시준에 쏠리고 있다. 김승현의 빈자리를 채워야 한다. 무릎 수술을 받은 이정석은 아직 100% 컨디션이 아니다. 야전사령관이 초반부터 흔들릴 경우 전반적인 밸런스가 무너질 수 있다.
# 전주 KCC
KCC는 올 시즌 성적에 대한 기대감이 가장 낮다. 주축 선수들이 모두 빠졌다. 추승균이 은퇴했고, 최장신 센터 하승진도 병역 의무로 자리를 비웠다. 전태풍마저 FA로 오리온스에 이적하면서 전력 누수가 가장 많은 팀이다. 또한 백업 포워드 유병재와 이중원이 임의탈퇴하는 바람에 젊은 선수들로 시즌을 꾸려가야 한다.
KCC는 지난 시즌 주축 선수 가운데 유일하게 남은 포인트가드 임재현의 책임이 막중해졌다. 젊은 선수들과 함께 팀을 이끌어야 한다.
KCC가 기댈 수 있는 것은 외국선수다. 1.5%의 지명 행운을 누린 KCC는 전체 1순위로 코트니 심스를 영입했다. 기대감이 가장 큰 외국선수다. 하지만 심스는 발목 부상을 당하면서 KBL 출신의 안드레 브라운으로 일시 교체됐다. 브라운은 일찌감치 교체된 존 토마스와 함께 시즌 개막전을 치러야 한다. 부족한 선수 자원에 겹친 악재다. 올 시즌 KCC의 겨울은 춥다. 하지만 젊은피의 깜짝 반전으로 달아오를지도 모를 일이다.
# 창원 LG
LG는 올 시즌 확 바뀌었다. 핵심 득점원이었던 문태영과 서장훈, 전형수, 김현중 등 주축 선수들이 대거 이탈했다. KT로부터 포워드 김영환과 가드 양우섭을 새로 영입한 것 외에는 전력 보강이 크게 되지 않았다. 변현수와 송창무가 LG를 떠나지 않고 주축 선수로 기용될 가능성이 크다. 내년 2월 군제대하는 기승호가 유일한 보험이다. 올해 1월과 10월 신인드래프트에서 각각 뽑은 슈터 박래훈과 가드 유병훈에 기대를 걸고 있다. 전력의 변화가 많아지면서 LG는 세대교체와 함께 체질 개선에 나섰다. 젊은 선수들을 중심으로 투지 넘치는 스피드와 수비 강화에 나섰다.
LG의 외국선수 선발은 합격점을 줄 수 있다. 지난 시즌까지 동부의 트리플 타워를 이끌었던 로드 벤슨을 영입했다. 이타적인 선수로 득점력까지 갖추고 있어 LG에 적합하다. 또 지난 시즌 삼성에서 노익장을 과시했던 아이라 클라크의 합류도 공격력에 힘을 더할 수 있는 카드다.
LG의 가장 큰 약점은 국내선수들의 지원 부족이다. 외국선수 의존도가 가장 높은 팀이 될 전망이다. 포지션별 불균형 문제도 갖고 있기 때문에 쉽지 않은 시즌이 될 것으로 보인다.
서민교 MK스포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