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쪽부터) 정교선 상무, 이호진 회장, 이미경 부회장, 이화경 부사장 | ||
300만 가입 가구를 가진 티브로드는 태광그룹의 이호진 회장, 150만 가구를 가진 CJ케이블넷은 CJ그룹 이미경 부회장, 100만 가구의 HCN은 현대백화점 그룹의 정교선 상무, 온미디어는 오리온 그룹의 이화경 부사장이 경영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이중 우선 현대백화점 그룹 정몽근 회장의 2남인 정교선 현대백화점H&S 상무(32)가 대주주로 사업을 맡고 있는 HCN은 업계의 주목을 한몸에 받고있다.
HCN은 현대홈쇼핑(36.61%), 현대백화점H&S(11.48%), 정교선 상무(5.95%) 등 정 상무가 지배력을 갖고 있는 회사가 50% 이상의 지분을 확보하고 있다.
최근 HCN은 미국계 사모펀드인 칼라일그룹과 1600억 원 규모의 자본유치 계약을 체결함으로써 업계 경쟁을 가속화하고 있다. 100만 가입자를 가진 HCN으로서는 가입자 수를 늘려야 하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가입자가 200만은 넘어야 규모의 경제 효과가 가능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HCN이 대규모 투자를 유치한 것은 M&A뿐 아니라 최근 케이블방송 업계가 추진하고 있는 디지털화에 필요한 자금을 충당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아날로그 방송의 경우 사용료가 월 5000∼6000원 정도인데 가격 저항으로 그 액수를 올리기가 어렵다. 그러나 디지털방송은 월 1만 8000원 수준으로 사용료를 받을 수 있다. 디지털방송 가입자를 늘리는 것이 수익성의 관건인 셈이다.
지난해 8월 디지털방송을 시작한 HCN은 아날로그 방송에서는 점유율 8%에 그치지만 디지털방송에서는 13%를 차지하는 등 성장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지난해 매출액 1427억 원, 당기순이익 310억 원으로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티브로드를 직접 챙기고 있는 태광의 이호진 회장은 1997년 사장에 취임한 후 안양방송 설립을 시작으로 SO(케이블방송사업자)들을 인수해 현재 18개 SO를 거느린 국내 최대 MSO(복수케이블방송사업자)가 되었다.
특히 지난해 계열 SO들의 브랜드를 모두 티브로드(Tbroad)로 바꾸고 올해부터는 디지털방송 상용화를 개시해 본격적인 뉴미디어 사업을 펼치고 있다. 지난해 8월 소시에떼제네럴 등 국내외 은행으로부터 6000억 원의 해외자금을 조달해 매달 1000억 원씩 투자를 해왔다.
지난해부터는 우리홈쇼핑 인수를 위해 지분을 매집하기도 했다. 비록 올해 8월 롯데쇼핑이 먼저 인수계약을 체결해버려 뒤통수를 맞기도 했지만 케이블방송 사업뿐 아니라 콘텐츠 제작 분야까지 진출을 시도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티브로드 경영은 진헌진 사장, 이상윤 사장이 맡고 있지만 이 회장은 계열사 이사로 방송사업에 관여하고 있다. 한편 올해 이 회장은 자신이 100% 출자한 ‘티브로드’라는 법인을 따로 세웠다. ‘티브로드’ 브랜드를 단 18개 SO들의 구조조정본부 역할을 맡은 일종의 컨트롤타워인 셈이다.
티브로드는 아직까지 대규모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지금까지 디지털방송을 위해 대규모 시설투자를 했지만 9월까지 가입자수 700명으로 미미한 상황이다. 아날로그 방송에서는 300만에 가까운 가입자로 19%의 점유율을 차지하지만 디지털방송에서는 0%다. 광고·홍보를 잘 하지 않는 태광그룹의 성향상 어떻게 가입자를 늘릴지 관심이 모아지는 부분이다.
CJ케이블넷은 이미 지난해 4월부터 본사가 있는 양천지역부터 북인천, 부산·경남 5개지역 등에서 디지털방송을 시작해 9월 현재 7만 7000명의 가입자를 확보하고 있다. CJ케이블넷은 2000년 3월 양천 유선방송을 인수한 이후 현재 11개 SO를 두고 있다.
CJ케이블넷은 CJ엔터테인먼트, CJ미디어, CJ CGV, CJ홈쇼핑과 함께 CJ그룹의 미디어 사업 분야의 5개 계열사 중 하나다. 그룹 내 식품 사업군을 이재현 회장이 총괄하고 있다면 미디어 사업군은 누나인 이미경 부회장이 총괄하고 있다.
미디어 사업군은 방송과 영화 양대 산업에서 콘텐츠 제작과 유통을 망라하고 있다. 특히 아날로그 방송에서는 160만 가입자로 12%의 점유율이지만, 디지털 방송에서는 7만 7000명으로 40%라는 높은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CJ케이블넷은 지난해 두 차례에 걸쳐 ABN암로 계열사, 맥쿼리, XCA, 국민은행 등 4개 금융기관으로부터 2000억 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덕분에 최근 CJ케이블넷은 안정적인 수익을 내고 있다. CJ케이블넷 본사인 양천방송의 경우 지난해 340억 원의 매출 중 방송사업이 155억 원으로 절반이 안 되지만 초고속인터넷 등 부가서비스 사업이 89억 원, 광고서비스가 61억 원, 인터넷대행사업이 34억 원이다. 영업이익 46억 원, 당기순이익 107억 원이다.
온미디어는 4개 SO와 52만 명의 가입자를 두고 있지만 M&A나 디지털화가 필요한 SO 사업보다는 콘텐츠제작(PP)에 좀 더 집중할 계획이다. 지난해는 오히려 1개 SO를 매각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서는 “특별히 축소한다거나 확대할 계획은 없다. 예전에는 케이블방송 시청률 1%도 괜찮은 수치로 봤지만 최근엔 1%를 넘어 지상파와 경쟁하는 추세이기 때문에 콘텐츠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온미디어는 오리온이 지분 38.13%를 가진 대주주로 담철곤 오리온 회장이 대표이사로, 이화경 부사장이 이사로 참여하고 있다. 미디어플렉스, 쇼박스, 메가박스 등 영화 제작·배급업을 책임지고 있는 이화경 부사장은 온미디어에 일주일에 두 번씩 출근해 현안을 챙기고 있다고 한다.
우종국 기자 woobea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