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남성은 친구, 여성들과는 메신저 통해 만나…마약·성범죄 정황 없지만 계획범죄 가능성
4월 10일 오전 10시 35분 즈음 파주시 야당동의 한 호텔에서 20대 남성 2명이 건물 밖으로 추락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정황상 이들이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이는데 이들이 투숙한 객실에는 약 1.5m 높이의 유리 난간이 설치돼 있는 테라스가 있다.
극단적 선택의 계기는 사건 발생 30여 분 전인 10시 무렵 이뤄진 경찰의 해당 객실 방문으로 보인다. 당시 경찰은 수사 과정에서 해당 객실을 찾았지만 남성 한 명이 객실 문을 열고 얼굴만 내밀고 질문에 답했다. 그러다 보니 경찰은 객실 안 상황은 알 수 없었다. 남성과 대화를 나눈 뒤 경찰은 CC(폐쇄회로)TV를 확인해 답변 내용의 진위를 파악하려 1층으로 내려갔다. 그 사이 두 남성이 투신했다.
경찰이 문제의 파주시 야당동의 한 호텔 21층 객실을 찾은 이유는 실종 사건 수사 때문이었다. 4월 9일 경찰은 A 씨 실종신고를 접수했다. A 씨 가족은 8일 오후 5시 즈음 “친구를 만나러 간다”며 집을 나간 A 씨와 연락이 되지 않자 9일 고양경찰서에 실종신고를 했다.
9일 오후 6시 즈음 경찰이 A 씨의 거주지인 아파트를 방문해 CCTV 기록을 요청했지만 이미 CCTV 담당 관리사무소 직원이 퇴근한 상태였다. 10일 오전 7시에 다시 아파트 관리사무소를 찾은 경찰은 CCTV를 확인해 A 씨가 한 택시에 탑승한 정황을 파악했다. 그리고 그 택시를 추적해 A 씨 행선지가 야당동의 한 호텔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호텔에 도착한 경찰은 A 씨가 21층 객실로 향한 것을 확인한 뒤 오전 10시 즈음 해당 객실을 방문했다. 당시 객실 문을 열고 고개만 내민 남성은 “(A 씨가) 객실에 왔었는데 어젯밤 고양시의 한 상점가에 볼 일이 있다며 나갔다”고 답했다. 이에 경찰은 CCTV를 통해 A 씨가 실제로 전날 밤 호텔에서 나갔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1층으로 내려갔다.
만약 경찰이 당시 객실 내부를 바로 확인했다면 사망한 여성들의 시신을 발견하고 두 남성의 투신을 막아 사건의 실체를 바로 파악했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경찰이라고 아무 때나 객실에 강제로 진입할 순 없다. 경찰관직무집행법상 범죄가 눈앞에서 벌어지는 ‘긴급 상황’에서만 객실 강제 진입이 가능하다. 게다가 이미 경찰은 A 씨의 휴대폰 위치추적을 했는데 휴대전화 신호가 마지막으로 잡힌 곳이 바로 그 고양시 상점가였다.
경찰이 해당 객실에 들어가 숨진 여성 2명을 발견한 것은 두 남성이 추락사 한 다음이었다. 케이블 타이로 손목과 목 부분이 묶여있는 등 타살 정황이 확인됐지만 함께 있던 남성 2명이 사망하면서 경찰은 사건 경위 파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객실에선 빈 소주병 4개가 발견됐지만 주사기 등 마약류 사용 흔적은 없었다. 또한 성관계나 성폭행 정황도 확인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는 현장 정황일 뿐 정확한 내용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 결과를 통해 드러날 전망이다. 또한 시신 상태로 두 여성의 사망 시점이 9일 즈음으로 추정되고 있지만 정확한 사망 시점도 부검을 통해 특정될 것으로 보인다.
아직 수사 초기 상황이긴 하나, 현재까지 드러난 부분만 놓고 보면 두 남성이 계획적으로 두 여성을 살해했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해당 객실에 다른 사람이 출입한 정황이 발견되지 않은 데다 결박을 위한 케이블 타이 등을 사전에 준비했기 때문이다. 국과수 1차 부검 소견 역시 ‘교살’로 발견 당시 목에 묶여 있던 케이블 타이에 의해 목 졸림을 당해 사망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 확인 결과 4월 8일 남성 2명이 먼저 해당 객실에 입실했고 여성 2명은 약 한두 시간 간격으로 객실에 들어간 것으로 파악됐다. 사건 경위 파악을 위해 가장 기본적인 부분은 이들이 왜 호텔 객실에 모였는가다.
두 남성은 친구 사이로 알려졌지만 여성들과의 관계는 모호하다. 한 여성은 두 남성 가운데 한 명인 B 씨와 구인·구직 앱 메신저를 통해 친근한 대화를 나눈 지인 사이이며 또 다른 여성은 B 씨와 8일 처음 텔레그램을 통해 대화를 나눈 사이다. 이 여성은 8일 처음 텔레그램으로 B 씨와 대화를 나눈 뒤 그날 바로 호텔 객실을 찾았다. 두 여성의 관계는 전혀 파악되지 않고 있다.
경찰은 추락사한 두 남성의 휴대전화에 대한 디지털 포렌식을 실시하고 있다. 다만 사망한 두 여성의 휴대전화는 객실에서 발견되지 않았다. 이 가운데 A 씨의 휴대전화는 고양시의 상점가에서 마지막으로 위치 신호가 잡혔는데 그곳은 객실에 있던 남성이 A 씨가 볼일을 보러 갔다고 말한 장소와 같다. 두 여성의 휴대전화를 찾는 것은 물론이고 왜 사라졌는지를 밝히는 것도 사건 경위 파악에 중요한 요소가 될 전망이다. 객실을 방문한 경찰에게 남성이 A 씨의 휴대전화 마지막 신호가 잡힌 고양시의 상점가를 언급한 것으로 볼 때 여성들의 휴대전화가 사라진 이유에도 두 남성이 연관된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다만 시신 훼손 시도 정황도 발견됐다. 숨진 여성 가운데 한 명의 오른팔에서 길이 9cm, 깊이 3cm의 상흔이 발견됐는데 욕조에서만 소량의 피가 발견됐다. 경찰은 남성들이 여성 사망 후 시신 훼손을 시도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만약 실종 신고가 접수되지 않아 경찰이 10일 10시 즈음 해당 객실을 방문하지 않았을 경우 두 남성이 어떤 행보를 보였을지도 의문이다. 이들은 8일 체크인해 10일 체크아웃이 예정돼 있어 퇴실까지 한두 시간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었다. 이미 해당 객실은 10일 오후 2시 다른 손님의 예약까지 돼 있었다. 시신 훼손 시도로 추정되는 정황이 발견되긴 했지만 경찰이 방문한 10일 10시는 퇴실 시간이 임박해 시신 처리 등을 할 시간적 여유가 있는 시점은 아니다. 케이블 타이를 사전 준비하는 등 계획 살인 정황과는 잘 들어맞지 않는 상황이다.
전동선 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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