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4월 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도시주택공급 점검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https://storage3.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4/0412/1712905582917019.jpg)
집권여당인 국민의힘은 지역구 90석에 국민의미래 비례대표 18석으로 도합 108석에 그쳤다.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이른바 ‘탄핵·개헌저지선(100석)’을 지켜내며 최악의 결과는 피했지만, 지난 4년에 이어 앞으로의 4년도 국회 주도권을 범야권에 고스란히 내주게 됐다.
국정을 운영해야 하는 윤석열 대통령의 앞날은 험난해졌다. 윤석열 정부 3년 차 중간평가에서 국민들이 투표를 통해 심판을 내린 것으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민주 정부가 들어선 이후 ‘여소야대’ 구도가 대통령 임기 5년 내내 지속되는 것은 윤석열 정부가 처음이다.
![윤석열 대통령에 사퇴 의사를 표명한 한덕수 국무총리가 4월 1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퇴근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https://storage3.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4/0412/1712905701917343.jpg)
한덕수 국무총리를 비롯해 대통령실 고위 참모진도 총선 다음날 일괄 사의를 표명했다. 이관섭 비서실장, 성태윤 정책실장, 한오섭 정무수석, 이도운 홍보수석, 박춘섭 경제수석, 장상윤 사회수석, 박상욱 과학기술수석 등이다. 장호진 국가안보실장은 자진 퇴진 대상에서 제외된 것으로 전해진다.
국무총리를 교체하기 위해서는 국회를 넘어야 한다. 총리의 경우 인사청문회를 거쳐 국회 본회의 표결을 통해 ‘재적 과반 출석에 과반 찬성’으로 임명동의안이 통과돼야 대통령이 임명할 수 있다.
윤석열 정부 지난 2년 동안 한덕수 총리 교체 카드를 몇 차례 만지작거렸지만, 민주당 동의를 얻어낼 만한 후보자를 찾지 못해 결국 포기했다는 전언이 있었다. 이번 22대 국회에서도 거대 야당이 윤 대통령이 지명한 차기 총리 후보자에 임명 합의를 해줄지 미지수다. 거야가 실력 행사를 벼르고 있다는 말도 곳곳에서 들린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제22대 총선 민주당 당선인들이 4월 12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참배를 마치고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박은숙 기자](https://storage3.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4/0412/1712905905881382.jpg)
야권 한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국정쇄신 일환으로 총리를 교체하고 민생 개혁입법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야당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야당 지도부를 만나야 한다. 그런데 정치는 주고받는 것이다. 민주당이 총리 임명동의의 조건으로 채 상병 특검·김건희 특검 수용을 내걸면 윤 대통령이 받을 수 있겠느냐. 국정기조가 바뀔지 미지수”라고 평가했다.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를 비롯한 제22대 총선 당선인들이 4월 11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서 김건희 여사에 대한 수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임준선 기자](https://storage3.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4/0412/1712906001546624.jpg)
경기 화성을에서 당선된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4월 11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윤 대통령은 집권 2년이 자나가는 대통령인데 아직도 통치나 정치의 기본에 해당하는 것들을 안 하고 계신다”며 “총선 뒤에도 바뀔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고 꼬집었다. 이어 SBS라디오 ‘김태현의 뉴스쇼’에서는 ‘3년 후 대선 도전’ 질문에 “다음 대선이 몇 년 남았나. (3년) 확실한가”라고 반문했다. ‘조기 퇴진’을 암시하는 발언으로 해석됐다.
조국혁신당은 윤 대통령 아킬레스건 중 하나인 김건희 여사에 공세를 펼쳤다. 조국 대표는 총선 결과가 확정된 11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서 비례대표 당선인들과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에 대한 국민의 명령이자 마지막 경고”라며 “검찰은 김건희 여사를 즉각 소환해 조사하라”고 촉구했다. 이어 “검찰이 국민의 명령을 따르지 않으면 22대 국회 개원 즉시 ‘김건희 특검법’을 민주당과 협의해 추진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2023년 1월 11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서울시당 신년인사회에 참석한 안철수 의원과 나경원 전 의원. 사진=박은숙 기자](https://storage3.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4/0412/1712906176796786.jpg)
“21대 국회에서는 의원들이 공천을 받기 위해 윤 대통령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이번에 국회 입성하는 의원들은 윤 대통령보다 남은 임기가 길다. 차기 공천에 윤 대통령이 영향을 줄 수 없다는 뜻이다. 또한 차기 대권을 노리는 의원들은 인기 없는 현직 대통령과 각을 세워야 존재감을 부각시킬 수 있다. 22대 국회에서는 ‘비윤’으로 돌아서는 의원들이 많을 것이다.”
21대 국회에서는 범야권이 대통령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에 따른 재의결에 필요한 ‘3분의 2 의석(200석 이상)’을 확보하지 못해 폐기된 법안이 노란봉투법·간호법·김건희 특검법 등 8개에 달했다. 하지만 22대 국회는 앞서 언급했듯 범야권 의석이 192석이다. 국민의힘이 이른바 ‘개헌 저지선’은 구축했지만 내부에서 8표만 이탈하면 산술적으로 대통령 거부권은 무력화될 수 있다.
실제 국민의힘 내부에선 벌써부터 다른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국민의힘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았던 안철수 경기 성남분당갑 당선인은 4월 12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인터뷰에서 야당이 추진하는 ‘채 상병 특검법’ 표결에 대해 “개인적으로는 찬성”이라며 찬성표 투표 여부에 “나는 그렇다”고 강조했다. 이어 윤 대통령을 향해 “총선 결과를 바탕으로 국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국정기조를 전면적으로 혁신하고 대전환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서울 도봉갑에서 승리한 김재섭 당선인 역시 김 여사를 언급했다. 4월 12일 KBS라디오 ‘전종철의 전격시사’ 인터뷰에서 “김건희 여사에 대한 여러 가지 문제가 국정운영을 하는 데 있어 발목을 잡았고, 여전히 국민들이 의문을 갖고 해소해야 한다 요청하는 상황”이라며 “김건희 특검법에 대해 우리가 전향적인 태도를 보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여당 관계에 대해서도 “여당이 정부와 대통령실에 종속적인 모습을 보여줬다고 생각한다”며 “22대 국회에서는 정부와의 건전한 긴장 관계를 통해 정부와 협력하면서 야당과도 협력할 수 있는 독립성과 자주성을 가진 여당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2월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에서 김건희 특검법이 상정되고 있다. 사진=박은숙 기자](https://storage3.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4/0412/1712906302636378.jpg)
현재 야당 당선인들이 수사선상에 오른 사건으로는 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수수 의혹, 문재인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대장동 사건 관련 윤 대통령 명예훼손 의혹 등이다. 이외에도 이번 총선 과정에서 선거법 위반 수사가 진행될 수 있다. 검찰과 경찰에 입건된 선거사범이 2000명이 넘는데, 이 가운데 당선인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법조인 출신 한 민주당 당선인은 “이번 총선 참패로 윤석열 대통령은 사실상 ‘식물 대통령’ 상태가 될 수 있다. 검찰이 그런 기류를 누구보다 잘 안다. 예전처럼 검찰이 윤 대통령의 수족처럼 움직일지는 미지수”라고 꼬집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