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뱅크 컨소시엄 구성했지만 시중은행 미포함 약점…유뱅크 “일부 은행들과 컨소시엄 합류 관련 얘기 중”
현대해상은 렌딧 등과 인터넷전문은행 컨소시엄 ‘유뱅크’를 구성했다. 유뱅크 컨소시엄에 시중은행이 합류하지 않았다는 점은 약점으로 꼽힌다. 시중은행이 참여하지 않으면 은행 인가 심사에서 상대적으로 불리하고, 인가를 받더라도 경쟁에서 뒤처질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은행 영업 노하우가 상대적으로 부족하고, 자본력에서도 밀릴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현존하는 인터넷전문은행은 모두 시중은행을 주주로 두고 있다.
#정경선 전무 경영 시험대
현대해상은 지난해 12월 정경선 씨를 최고지속가능책임자(CSO) 겸 전무로 선임했다고 밝혔다. 정 전무는 올해 1월 정식으로 현대해상에 합류했다. CSO는 지속 가능한 성장과 미래 경쟁력 강화를 맡는다. 정 전무는 경복고와 고려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한 후 미국 컬럼비아대학교 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정 전무는 2012년 사회적기업 루트임팩트를 창업했고, 2014년에는 벤처캐피털 에이치지이니셔티브(HGI)를 설립했다. HGI의 주요 투자처 역시 사회적기업이다. 정 전무는 2020년 6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싱가포르 사모펀드 운용사 실반그룹에서 근무하기도 했다.
현대해상은 정경선 전무 선임 당시 “(정 전무는) 대형 보험사로서 시장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장기적 비전을 수립할 것”이라며 “미래 성장동력을 발굴하고 선도적인 디지털·인공지능(AI)으로의 전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내재화, 고객 및 이해 관계자와의 커뮤니케이션 등을 확대해 회사의 브랜드 가치와 위상을 제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 전무는 주로 사회적 기업에서 활동한 관계로 대기업 내 경영 능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그럼에도 정 전무는 실무진을 거치지 않고 바로 임원에 취임했다.
외부적인 구설도 있다. 현대해상 자회사 현대씨앤알은 지난해 HGI 지분 100%를 220억 원에 인수했다. 그런데 현대해상이 인수한 HGI 지분 중에는 정경선 전무의 지분 약 64%와 정정이 씨(정몽윤 회장 장녀)의 지분 약 12%도 포함돼 있다. 이를 놓고 현대해상이 오너 일가의 자금 확보를 위해 HGI를 인수했다는 뒷말이 나오기도 했다.
강성희 진보당 의원은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이번 인수로 정경선 전무와 정정이 씨는 147억 원의 현금을 챙겼다”며 “현대씨앤알은 현대해상 콜센터와 빌딩 외주 관리, 교육, 임대차 관리 등을 하는 회사고, HGI는 루트임팩트 투자를 하는 회사인데 도대체 왜 인수했을까 이해가 되지 않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현대해상은 신성장 동력을 이유로 HGI를 인수했다고 해명했다.
정경선 전무가 부정적인 여론을 뚫고 리더십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경영 능력을 보여줘야 한다. 마침 정 전무는 취임하자마자 인터넷전문은행 진출이라는 과제를 안았다. 정 전무는 현대해상의 디지털전략본부, 커뮤니케이션본부, 브랜드전략본부 등 3개 본부를 총괄하고 있다. 이 중 디지털전략본부 산하 신성장파트에서 인터넷전문은행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현대해상 관계자도 “인터넷전문은행 사업이 정 전무 휘하에 있는 것은 맞다”고 인정했다.
사실 현대해상은 과거부터 인터넷전문은행에 큰 관심을 보였다. 현대해상은 2015년 인터파크 등과 ‘아이뱅크’ 컨소시엄을 맺고 인터넷전문은행 진출을 추진했지만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에 밀려 고배를 마셨다. 2019년에는 비바리퍼블리카가 주도하는 ‘토스뱅크’ 컨소시엄 참여를 검토했지만 주주 구성 과정에서 이견이 발생해 최종적으로 불참했다.
#시중은행 부재 약점 극복 가능할까?
금융당국은 지난해 7월 인터넷전문은행의 신규 인가를 상시 허용하겠다고 발표했다. 금융위원회(금융위)는 당시 “과점적 구조인 은행 산업을 언제든 경쟁자가 진입할 수 있는 경합 시장으로 전환하겠다”며 “기존에는 사실상 금융당국에서 인가 방침 발표 후 신규 인가 신청·심사가 진행됐지만 앞으로는 충분한 건전성과 사업계획 등을 갖춘 사업자에게 엄격한 심사를 거쳐 신규 인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금융당국은 조만간 새로운 인터넷전문은행 인가 기준을 마련할 예정이다. 인터넷전문은행 사업 희망자는 금융당국의 인가 요건을 충족하면 인가를 받을 수 있다. 경쟁 구도가 아닌 만큼 과거에 비해 인가가 수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금융위 관계자는 “어떤 심사 기준을 적용할지 고민하고 있지만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것은 참여 숫자를 제한하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동일하게 요건을 충족했는데 어떤 곳은 인가를 내주고 어떤 곳은 인가를 내주지 않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금융권에서는 금융당국이 당분간은 1~2곳에만 인터넷전문은행 인가를 내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금융위 내부에서도 희망 사업자의 자본력과 기술 수준을 고려해 인가 기준을 마련할 방침으로 전해진다. 유뱅크가 인터넷전문은행 진출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경쟁자들보다 앞선 콘텐츠가 있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현재까지 인터넷전문은행 진출을 선언한 곳은 유뱅크, 더존뱅크, KCD뱅크, 소소뱅크 등 네 곳이다.
유뱅크의 약점으로는 컨소시엄 참여 업체 중 시중은행이 없다는 점이 꼽힌다. 기존 인터넷전문은행은 모두 시중은행을 주주로 두고 있다. 우리은행과 국민은행은 각각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에 투자하고 있고, 하나은행과 SC제일은행은 토스뱅크 주주로 참여하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시중은행 없이는 인터넷전문은행 진출에 성공하더라도 운영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현실적인 이유로 시중은행은 자본력이 막강하기 때문에 큰 도움이 된다”며 “인터넷전문은행 경영에 있어서도 은행을 경영해 본 노하우가 있는 것과 없는 것은 차이가 크다”고 밝혔다. 현행법상 인터넷전문은행은 최소 250억 원의 자본금을 유지해야 한다. 금융권에서는 실질적인 은행의 역할을 위해서는 1조 원 이상의 자본금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4대 시중은행(신한·국민·하나·우리) 중 유일하게 인터넷전문은행에 참여하지 않은 곳은 신한은행이다. 그런데 신한은행은 유뱅크가 아닌 더존뱅크 컨소시엄에 참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신한은행은 이에 대해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았지만 더존뱅크 참여 가능성을 부정하지도 않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신한은행과 더존비즈온은 조인트벤처를 설립하기도 했고, 지분 교환도 하는 등 매우 밀접한 관계”라며 “신한은행 내부에서도 더존뱅크 참여를 긍정적으로 보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귀띔했다.
유뱅크가 은행을 주주로 맞이하는 것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신한은행을 제외하면 인터넷전문은행에 참여하지 않은 시중은행은 외국계 은행인 한국씨티은행뿐이다. 한국씨티은행은 2021년 소비자 금융 사업에서 철수하는 등 한국 시장에서 발을 빼고 있다. 특수은행인 NH농협은행의 참여도 현재로는 높지 않다는 평가다. 농협 계열사인 NH투자증권이 케이뱅크 주주로 참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방은행이 유뱅크 주주로 참여할 수도 있지만 일반 시중은행에 비해 자본력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다.
유뱅크는 일부 은행에 컨소시엄 합류를 제안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와 관련, 유뱅크 관계자는 “당연히 은행이 컨소시엄에 합류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은행을 포함한) 일부 기업들과 이야기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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