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승인 아직인 데다 추가 수혈 가능성…공장 가동률과 파인트리 엑시트 시점 등 관건
그러나 STX중공업의 주가 추이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STX중공업 주가는 지난 1월 12일 최고 1만 3200원까지 상승했지만 현재는 1만 원을 살짝 웃도는 수준이다. HD현대그룹의 STX중공업 인수 소식이 발표된 지난해 7월 이후 계속 1만 원대에 머물고 있다. STX중공업에 대한 증권가 전망은 엇갈린다. 신영증권은 STX중공업을 업계 최선호 종목으로 꼽고 있다. 반면 STX중공업 관련 리포트조차 내지 않는 증권사도 적지 않다.
#시설 노후화 심각한 STX중공업
HD현대그룹은 지난해 7월 STX중공업을 인수하겠다고 밝혔다. STX중공업은 옛 STX그룹 계열사 중 가장 좋은 주인을 만났다는 평가다. HD현대그룹과 STX중공업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림그룹에 인수된 팬오션, 글로벌세아에 인수된 STX중공업 플랜트사업부, KHI에 인수된 케이조선(옛 STX조선해양) 등은 계열사 간 시너지 효과가 상대적으로 낮다는 평가를 받는다.
STX중공업은 주로 중소형 선박 엔진을 생산한다. 선박용 디젤엔진과 DF엔진, 액화천연가스(LNG)·액화석유가스(LPG) 엔진 부문에서 경쟁력을 갖췄다. 물론 HD현대도 엔진 기술을 갖고 있다. 재계에서는 한화그룹이 한화오션(옛 대우조선해양)에 이어 HSD엔진 등을 인수하자 HD현대그룹도 시장 지배력 유지를 위해 STX중공업 인수를 결정한 것으로 보고 있다.
HD현대는 STX중공업의 이중연료 엔진, 디젤엔진 등 제품별 생산 라인을 전문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중연료 엔진이란 필요에 따라 디젤 연료와 가스 연료를 자유롭게 선택해 사용할 수 있는 엔진을 뜻한다. 상황에 따라 연료를 선택해 활용할 수 있는 하이브리드 자동차와 같다. 이중연료 엔진은 유해 배기가스 배출량이 80% 수준으로 낮고, 향후 탄소중립 연료로 주목받는 암모니아 엔진으로 개조하기 쉽다는 점이 장점이다. STX중공업은 이미 이중연료 엔진 분야에 상당한 기술력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STX중공업의 HD현대그룹 편입이 지연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가 아직 승인을 내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HD현대그룹은 공정위 승인이 나는 대로 442억 원 규모 자금 지원에 나설 계획이다. 재계에서는 지난해 안에 인수 작업이 마무리될 것으로 기대했지만 이러한 예상보다 늦어지고 있다. 공정위가 승인을 거절할 가능성은 낮다는 평가다. 그럼에도 이후 진행될 유상증자 등의 ‘불확실성’ 때문에 투자자들은 선뜻 매수세에 가담하지 않고 있다.
투자자들이 불안해하는 것은 또 있다. 조선업계 일각에서는 HD현대그룹의 추가 수혈이 예상보다 클 것이라는 소문이 나오고 있다. STX중공업 내부에서도 442억 원 지원만으로는 부족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STX그룹이 2014년 해체된 이후 STX중공업은 회생절차를 거쳐 사모펀드 파인트리파트너스에 인수됐다. 이 과정에서 STX중공업은 허리띠를 졸라매야 했다.
STX중공업의 한 직원은 “사내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를 보면 회사의 단점으로 ‘시설 노후화’가 꼭 꼽힌다”며 “10년 정체기를 거치면서 직원들의 임금도 동종업체 대비 터무니없이 낮은데 이런 과제들을 HD현대그룹이 어떻게 풀어나갈지 염려된다”고 말했다. STX중공업 다른 직원은 “HD현대그룹이 최근 수년간 여러 건의 인수합병(M&A)을 진행한 것은 알고 있지만 STX중공업 정도의 중견기업을 인수한 적은 처음인 것으로 안다”며 “조직 간 융합이 잘 될 수 있을지 우려되는 건 사실”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HD현대그룹 관계자는 “아직 인수가 완료되기 전이므로 구체적인 로드맵이 정해지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낮은 공장 가동률’은 지켜볼 포인트
신영증권은 STX중공업에 긍정적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신영증권은 STX중공업의 ‘낮은 공장 가동률’을 주목하고 있다. 엄경아 신영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8월 보고서에서 “현재 25% 미만에 불과한 선박 엔진 제조설비 가동률이 50%까지 오르는 것은 (HD현대그룹 피인수로 인해) 시간문제”라며 “STX중공업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2016년까지 40~50%대의 설비 가동률을 지키고 있었다. 매출과 이익의 레벨이 현저히 내려온 현 상황에서는 가동률 상승으로 실적이 빠른 속도로 개선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엄 연구원은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서도 “앞으로도 가동률 상승 여지가 많이 남아있다”며 “친환경 선박 핵심부품에 해당하는 엔진 업체인 점을 감안해 조선기자재 최선호주로 추천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낮은 가동률을 부정적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최근 STX중공업의 가동률이 올라왔다고는 하나 아직 30%대”라며 “이 정도 가동률로 흑자 등 유의미한 실적이 나온다는 것은 반대로 과도한 비용 절감으로 기업의 근본은 취약해져 있을 수 있다는 뜻”이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공정위 승인, 추가 출자로 인한 향후 로드맵까지 나와야 안전하게 투자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전 최대주주였던 파인트리파트너스의 엑시트(투자금 회수) 계획도 변수다. 파인트리는 HD현대그룹과 매각가 협상 과정에서 이견이 많았고, 주당 매각가를 인상하는 대신 매각 물량을 조정했다. 파인트리파트너스는 경영권 매각에도 불구하고 지분 20.75%를 보유하고 있다. 파인트리파트너스는 당장 이 지분을 처분하지는 않을 계획이지만 추후 주가가 오르면 오버행(잠재적 매도 물량) 이슈로 인한 주가 변동성이 나타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영훈 언론인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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