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월 3일 내곡동 특검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박은숙 기자 |
▲ 특별검사로 임명된 이광범 변호사. 최준필 기자 |
역대 11번째로 시행되는 이번 특검은 이 대통령으로서는 정권 초인 2008년 2월 BBK특검에 이어 두 번째 특검이다.
8개월여 간의 수사를 거친 검찰은 6월 10일 이 대통령의 아들 시형 씨를 포함한 관련자 7명을 불기소하고 모두 무혐의 결론을 내렸다. 특히 검찰이 핵심인물인 시형 씨에 대해 한 차례 서면조사만 진행했으며 이 대통령 일가의 해명을 전적으로 수용했다는 점에서 부실수사 의혹이 끊이지 않았다. 따라서 63명의 전문가들로 꾸려진 ‘이광범 호’는 약 한 달 후 이렇다 할 결과물을 내놔야 할 부담을 안게 된 셈이다.
핵심 쟁점은 크게 두 가지다. 우선 배임 의혹으로, 부지를 매입하면서 대통령 경호처가 사저 부지 값을 시세보다 낮춰 이 대통령 일가의 부담을 6억~8억 원 줄인 반면 경호동 부지 매입가를 시세보다 높여 국가 부담 분을 늘린 경위에 대한 부분이다.
김인종 전 경호처장은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에도 청와대 경호부지 매입을 담당한 김태환 씨가 대통령 일가와 국가 부담 분을 적정하게 나눴을 뿐”이라고 답변했다. 지가 상승 가능성을 참작해 분담비율을 결정했다고 판단한 검찰은 8억여 원 상당을 대신 부담한 경호처가 국가에 고의적 손해를 끼치려 한 의도가 없다고 판단, 관련자 전원을 무혐의 처리했지만 일가 재산이 들어가는 중대 거래를 이 대통령이 몰랐을 리 없다는 의혹은 여전했다. 특히 특검에서 김 전 처장이 배임죄로 기소되면 이익의 귀속자도 처벌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는 점에서 특검 결과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 이시형 |
검찰은 시형 씨가 본인 이름으로 돈을 빌린 만큼 땅을 산 게 맞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이 대통령이 방문해서 오케이해서 산 것”이라는 김 전 처장의 발언으로 부지 매입의 결정자가 이 대통령이라는 데 무게가 실렸다. 따라서 시형 씨가 매입자금을 조달하는 과정에 이 대통령이 관여했는지, 큰아버지가 빌려줬다는 돈이 이 대통령 돈은 아니었는지도 풀어야 할 과제다.
그런데 이 와중에 땅 매입에 이 대통령이 개입했다는 정황이 포착돼 파문을 예고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불기소 결정서에 따르면 시형 씨는 이 대통령으로부터 “여러 가지 편의상 사저 부지를 먼저 네 명의로 취득했다가 사저 건립 무렵 내가 재매입하는 게 좋겠다”는 말을 듣고 시키는 대로 했다고 진술했다. 또 땅값도 “부친으로부터 들은 내용에 따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땅값 송금을 시형 씨가 아니라 이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청와대 안살림 책임자인 김세욱 당시 청와대 행정관이 했다는 점은 의혹을 더욱 키우고 있다. 부동산실명제법 위반 의혹뿐 아니라 기존 검찰 수사결과가 완전히 뒤집힐 수도 있다는 점에서 청와대를 긴장시키고 있다.
특검의 한 관계자는 “실무자들로부터 부지 지분율이나 부지 값을 혼자 결정했는지, 가격 결정 과정에 이 대통령이 개입했는지, 대통령 지시가 있었는지 등에 대해 어떤 진술이 나오는지에 따라 수사는 급물살을 탈 것”이라고 귀띔했다.
정치권은 상황 및 여러 이유로 이번 특검이 고강도 수사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최초로 야당이 추천한 특별검사가 임명된 데다가 당시 수사 책임자였던 최교일 서울중앙지검장이 대통령일가에 대한 수사에 부담을 언급한 이상 호락호락할 수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따라서 대통령 일가에 대한 소환이 불가피해 보인다. 여성 검사를 특검팀에 파견한 이유가 김윤옥 여사를 염두에 둔 것이라는 얘기도 있다. 김백준 전 총무기획비서관,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 등 MB맨들의 줄소환도 예고돼 있다. 법조계에서는 특검이 부실수사 논란을 빚은 검찰 수사팀에 대한 수사까지 고려하고 있다는 얘기도 있다.
청와대도 바짝 긴장하고 있다. 청와대 한 관계자는 “특검은 성과물 하나라도 남겨야 한다는 각오로 임할 것이기에 우려스러운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특검이 MB정권의 최대 위기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파다하다. 이는 이광범 변호사의 출신이나 성향으로 볼 때 이 대통령에게 불리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얘기다. 새누리당 한 중진의원은 “민통당이 수사책임자로 좌편향된 인물을 추천한 것은 정치적 결과를 바라는 저의가 있는 것”이라며 불편한 기색을 보였다.
▲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법원종합청사 인근에 위치한 내곡동 특검 사무소 전경. 최준필 기자choijp85@ilyo.co.kr |
▲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
하지만 수사는 시작과 동시에 난관에 봉착했다. 이상은 회장이 수사 개시 하루 전날 돌연 출국한 것이다. 특검팀 한 관계자는 “돌연 출국할 줄 상상이나 했겠나. 시작부터 김샜다는 자조 섞인 한탄도 나오고 있다”며 언짢아했다.
다스 측은 소환을 염두에 둔 출국이라는 의혹을 부인했지만 법조계와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른바 ‘청와대 사전 교감설’까지 나돌고 있는 상황이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코미디다. 이상은 씨가 출국하면 뒷말이 나올 것을 몰랐겠는가. 또 아무리 정부에 소속되지 않은 변호사들로 꾸려졌다 해도 60명이 넘는 특검팀에서 그렇게 중요한 사전 정보를 캐치한 이가 한 명도 없었다는 게 말이 되느냐”라고 꼬집었다. 그는 이 회장의 자택 등에 대한 압수수색 관련해서도 “출국 전 자금관계나 계약관계 등에 대한 증거들을 다 빼돌려놓고 만반의 준비를 다 해놨을 텐데 뭐가 나오겠나. 이 대통령이 개입한 정황이 나온다 해도 시형 씨나 실무자들이 말을 바꾸면 물증이 없는 이상 수사는 어려워진다. 아마도 쉽지 않을 것”이라며 회의적인 입장을 보였다.
특히 청와대를 긴장시켰던 청와대 경호처와 총무기획관실 압수수색이 영장 청구 대상에서 제외된 것도 구설에 오르고 있다. 대형 로펌 소속의 한 변호사는 “과거 특검에 파견됐던 이들 이 이번 수사에서 청와대 압수수색을 필수로 꼽았다더라. 대통령의 사저부지 매입을 주도한 곳이 경호처 아닌가. 청와대 안방까지 들어가는 부담은 이해하지만 아쉬운 느낌은 있다”라고 설명했다.
특검에 대한 관심이 지나친 탓일까. 일각에서는 이광범 변호사의 친형인 이상훈 대법관을 놓고 여러 가지 얘기가 나오고 있기도 하다. 이 대법관이 정봉주 전 국회의원과 통진당 강기갑 의원의 ‘공중부양’ 행위, 우파논객 변희재 씨를 비난한 진중권 씨에 대해 유죄를 확정하는 등 최근 우파진영 측의 손을 들어주는(?) 판결을 내렸다는 것이 그 이유다. 특히 이 대법관은 곽노현 서울시교육감 재판의 주심이었는데 이로 인해 야권 성향의 사람들로부터 집중 포화를 당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와 관련해서 특검 관계자는 “형제 사이지만 이 대법관과 이번 특검이 무슨 상관인가. 혹자는 이 변호사가 야권 추천 인사인데다가 우리법연구회소속인 것을 두고 우려를 표하더니 이젠 또 그 반대인가. 이 대법관의 판결이 본인들의 정치 성향에 맞지 않는다고 해서 비난을 퍼붓고 그 동생이 맡은 특검의 수사 방향까지 함부로 예측하는 자체가 정치적인 것이고 심지어 한심하기까지 하다”고 일침을 가했다.
한편 의욕에 불탄 특검팀이 도를 넘은 수사를 강행할지도 모른다는 불편한 시선도 있다. 친이계의 한 전직 의원은 “제대로 하되 지킬 것은 지켜야 한다. 현직 대통령이 업무를 보는 곳에 압수수색이 이뤄진다면 정권에 더없는 모욕을 주는 것이다. 더군다나 임기 말 이빨 빠진 대통령을 상대로 무리수를 둔다면 특검은 야당의 구미에 맞는 수사 결과를 내놓기 위해 정치적인 수사를 하는 것으로 비춰질 수 있다. 대선정국에서 오히려 야권이 역풍을 맞게 될 수 있다”는 의견을 보였다.
특검 수사 결과가 대선의 주요변수 중 하나로 지목된 만큼 정치권도 복잡한 셈법에 들어갔다. 최장 45일간 특검이 진행된다고 봤을 때 11월 말쯤에는 특검 결과가 나오는데 이때는 선거를 3주도 안 남긴 시점이라는 점 때문이다.
특히 정치쇄신을 강조하고 있는 박근혜 후보 측은 특검 결과를 대비해 이명박 정권과 확실한 선긋기에 들어갔다는 얘기도 있다. 임기의 시작뿐 아니라 마지막까지 특검으로 얽혀야 하는 이명박 대통령의 기묘한 운명을 두고 청와대의 남모를 고민도 깊어가고 있다.
자신의 명의와 돈으로 적정 가격으로 땅을 매입했더라면 아무 문제가 없었을 텐데 이 대통령은 왜 일을 이렇게 복잡하게 만들었던 것일까. 이광범 호는 이에 대한 시원한 답변을 내놓을 수 있을까.
이수향 기자 lsh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