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2022년 5월 윤 씨 유족은 “이 씨가 실제 결혼생활을 할 의사 없이 재산상 이득을 취할 목적으로 윤 씨와 결혼했다”며 혼인 무효 소송을 제기했다. 민법 815조에 따르면 당사자 간 혼인의 합의가 없을 경우 혼인 무효의 사유가 될 수 있다.
법원은 “혼인신고 당시부터 윤 씨의 사망에 이르기까지 이 씨에게는 참다운 부부관계를 바라는 의사가 없었다”고 판단했다. 실제로 두 사람은 2017년 3월 혼인 신고를 했으나 단 한 번도 함께 산 적은 없었다. 윤 씨는 경기 수원시에서 거주했고 그 기간 이 씨는 인천에서 다른 남성과 함께 살았다.
재판부는 “경제적으로 이 씨와 윤 씨가 공동으로 생활을 운영했다기보다는 이 씨가 윤 씨를 일방적으로 착취하는 구조였던 점”을 지적했다. 이어 “한 사람에게만 참다운 부부 관계의 설정을 바라는 의사가 있고, 상대방(이은해)에겐 그러한 의사가 결여됐다”면서 “혼인신고를 통해 법률상 부부가 됐다고 하더라도 그 혼인은 당사자 간에 혼인의 합의가 없는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이 씨 스스로도 형사사건에서 윤 씨와의 혼인은 가짜 결혼이라고 말한 점”, “이 씨의 지인들도 윤 씨와의 혼인신고를 아예 몰랐다거나 두 사람이 실질적인 부부가 아니었다는 취지로 진술한 점”도 혼인 무효 판단의 근거가 됐다.
이 씨는 2019년 6월 사망보험금을 목적으로 내연 관계인 조현수(33)와 공모해 남편 윤 씨를 계곡에서 뛰어내리도록 유도해 사망하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재판부는 심리적 지배에 의한 직접 살인 혐의는 인정하지 않았지만 적절한 구호조치를 하지 않아 윤 씨를 숨지게 한 것과 복어 독 등을 이용해 윤 씨를 살해하려 했던 살인미수 혐의 등을 유죄로 판단했다.
이 씨와 조 씨는 2023년 9월 대법원에서 각각 무기징역과 징역 30년을 확정받았다.
최희주 기자 hjoo@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