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주영이 우여곡절 끝에 대표팀으로 돌아왔지만 이란전에서 겉돌았다는 지적이다.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
# 짝
최강희 감독이 가장 고민해왔던 포지션이 있다. 바로 스트라이커 포지션이다. 여기에는 ‘공존’이라는 핵심이 내포돼 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아스널에서 스페인 프리메라리가로 떠나며 새 전기를 마련한 박주영(셀타비고)이 중심이다.
최 감독에게, 아니 현재 대표팀 코칭스태프에게 박주영은 ‘숙제’로 다가왔다. 병역 문제 관련 해명 기자회견 거부 사태로 최 감독의 마음에서 멀어졌던 박주영이 우여곡절 끝에 대표팀으로 들어왔지만 박주영이 온다고 모든 게 해결된 건 아니었다. 다른 중요한 과제에 봉착했다. 결국 박주영은 공격 라인의 한 자리만 차지할 뿐이다. 그와 최상의 궁합을 보이는 다른 선수들을 찾는 일도 시급했다.
이동국(전북 현대)은 빠짐없이 대표팀 엔트리에 올랐다. 이란 원정에서 명단 제외라는 결과가 나왔을 때, 세상은 깜짝 놀랐다. 하지만 최 감독의 생각은 분명했다. 적어도 이란 원정 이전까지의 상황만 놓고 보면 이동국과 박주영은 아직 100% 호흡을 맞출 만한 상태가 아니었다. 물론 최 감독은 “박주영과 이동국은 결국 모두 끌어안고 가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지금’ 그리고 ‘당장’이라는 측면에서 둘 중 하나는 내려놔야 했다.
▲ 김신욱 .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
▲ 손흥민. 연합뉴스 |
둘 모두 장단점이 뚜렷하다. 김신욱은 196cm(20대 중반을 바라보는 24세의 나이에도 불구, 지금도 키가 큰다는 얘기도 있다) 신장을 무기로 제공권에서 탁월한 강점을 보이고 있다. 적어도 아시아권에서는 김신욱을 당해낼 재간이 없다. 실제로 아시아권 국가들과 공식 A매치를 할 때, 김신욱이 투입되면 상대 수비진이 크게 당황하는 모습을 종종 찾아볼 수 있었다. 손흥민은 물 오른 공격 감각과 빠른 스피드가 강점이었다. 상황을 뒤집어야 할 때 흐름을 우리 쪽으로 끌어올 때 손흥민은 조커로도 그만이었다.
통상 대표팀은 조기에 베스트 11을 낙점한 뒤, 일부 선수들을 조금씩 바꿔주는 형태를 취해왔는데, 최강희호도 거의 비슷한 선택을 했다. 하지만 이란 원정은 특히 고민이 많았다고 한다. ‘닥공(닥치고 공격)’ 기조는 이어가겠다고 마음의 결정은 내렸지만 마지막 명단 제출 순간까지 초반부터 맞불을 놓을지, 중간에 상대와 경기 전체 양상을 보고 흐름 변화를 꾀할지 생각이 복잡했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결과적으로는 실패였다. 선수 기용은 옳았을지 몰라도, 전술 선택은 패착이었다는 분석도 함께 나왔다. 김신욱의 신장을 살리려다 정작 박주영의 플레이를 활용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한몫했다. 지도자 출신의 한 유력 축구인은 “마치 옛날로 돌아간 느낌이다. 아시아 예선에서 이기는 것도 중요하지만 국제적인 흐름에 맞춰가야 한다. 뒤지고 있는 상황,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절박한 상황에서 그런 롱볼 축구를 구사하는 건 이해하지만 시작부터 똑같은 패턴을 유지하는 건 아니었다”라며 조심스러운 평가를 했다.
▲ 기성용. 일요신문 DB |
# 핫(Hot)
‘짝’의 연장선일 수도 있다. 요즘 대세를 찾는 일이었다. 최근 한국 축구 최고의 ‘핫 플레이어’는 단연 손흥민이라고 할 수 있다. 대표팀을 둘러싼 안타까운 과거가 있어 흥미로웠고 더욱 반가웠다. 작년 1월 카타르 아시안컵을 기점으로 급부상했다가 잠시 잊혔고, 다시 잠시 살아났다가 또 다시 열풍이 사라지는 ‘냉온탕’ 행보를 거듭했던 손흥민이다. 그러한 일련의 과정에서 대표팀 차출 거부 사태가 퍼져 본의 아니게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어찌됐든 중요한 건 지금 이 순간. 갓 20세가 된 손흥민은 소속 팀에서 펄펄 날고 있다. 독일 분데스리가에서도 가장 오래된 명문 클럽 중 하나인 함부르크에서 2012~2013시즌 초반부를 화려하게 수놓고 있다.
7경기에서 4골을 몰아치며 독일 매체들의 주목을 끌었다. 선정적인 대중지가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영국 못지않게 극성스럽고, 때론 무시무시한 비판을 늘어놓는 현지 언론들이지만 손흥민이 아직 공격의 대상에 오른 적은 없었다. 오히려 칭찬일색이다. 심지어 유수의 유럽 빅리그 클럽들의 러브콜 소식이 손흥민의 근황으로 전해진다.
대표적인 게 프리미어리그 리버풀이었다. 올 시즌 초반 성적표가 좋지 못해 연일 질타를 받고 있으나 리버풀을 약한 클럽으로 보는 시선은 없다. 언제든 상위권으로 치고 올라갈 수 있는 저력을 지닌 팀이다. 손흥민에게 관심을 보이고 있는 팀이 바로 리버풀이라는 소식이 여러 매체들을 통해 외부에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손흥민의 리버풀행 루머를 놓고 그 소문의 진원지가 다른 곳도 아닌 함부르크라는, 즉 몸값을 올리기 위해 흘렸다는 ‘설’도 제기하지만 그게 사실이든, 아니든 그만큼 손흥민이 인정을 받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손흥민은 이렇듯 이란 원정을 떠난 대표팀에 합류하기 전까지 최고의 뉴스 메이커였다. 그게 끝이 아니었다. 이란 현지에서도 최고 히트상품이었다. 사실 이란이 손흥민에 관심을 쏟는 이유는 따로 있었다. 이란에서 분데스리가의 이미지는 굉장히 좋다. 유흥거리가 없는 이란 국민들(주로 남성들)이 즐길 거리라곤 스포츠 관전이 거의 유일한데, 독일은 이란 축구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였다.
이런 저런 여러 내용들을 차치하더라도 거의 무명에 가까웠던 박종우의 주가가 런던올림픽 이후 껑충 뛰었다고 해도 무방하다.
# 듦
빈자리를 채우는 것도 최강희호의 오랜 숙제였다. 2000년대 한국 축구를 이끌어왔던 두 명이 대표팀 은퇴를 선언하며 빚어진 사태(?)였다. 박지성(QPR)과 이영표(밴쿠버 화이트캡스)의 공백은 대표팀 전 사령탑인 조광래 감독부터 시작된 어려움이었다.
그나마 박지성의 공백은 차라리 나은 편이었다. 선수들의 계보가 완전하게 끊긴 건 아니었으니 말이다. 손흥민도 있었고, 이근호(울산 현대)도 존재했다. 박지성이 자신의 후계자로 낙점한 김보경(카디프시티)에다 특급 날개로 이름을 알렸던 염기훈(경찰청)도 언제든 투입 준비가 돼 있으니 그런대로 윙 포워드는 찾을 만했다.
▲ 윤석영. 박은숙 기자 |
▲ 박주호. 연합뉴스 |
현재로서는 절반의 완성 단계라는 시선이 주를 이룬다. 심지어 포지션 변경이 이뤄진 고요한(FC서울)까지 계속 거론되고 있는 상황. 최 감독의 부임 후 기회를 좀처럼 잡지 못하고 있는 베테랑 수비수 차두리(뒤셀도르프)까지 염두에 둔다면 더욱 흥미를 끈다.
남장현 스포츠동아 기자
국대 선수가 뚜쟁이라고?
누구나 알 만한 A는 자신이 몸담은 B 구단이 위치한 국가와 주변 프로축구리그를 선전하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물론 여기까지는 그리 큰 문제가 아닐 수 있다. 유럽 빅리그에서 활약 중인 스타 선수가 자신의 동료 선수들에게 “내가 뛰어보니 이곳이 정말 괜찮다”라고 말하며 그 곳으로 이적하기를 권하는 게 불법은 아니니까 말이다. 그렇지만 A가 얽힌 지역은 유감스럽게도 유럽처럼 매력적인 곳이 아니다.
아울러 정말 짚어봐야 할 점은 A가 동료들과 선후배들에게 B 구단 외에 주변 팀으로의 이적을 권하는 진짜 이유가 무엇인지다. 자신이 알고 있는 서유럽 국적의 현지 에이전트에게 국내 선수를 소개해주고, 협상이 잘 마무리되면 이 과정에서 일종의 커미션을 챙긴다는 최악의 소문까지 나오고 있다. 이 경우, 간접 에이전트 역할을 하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 심지어 “구단과 (이적 관련) 대화는 다 끝마쳤으니, 너는 선수만 설득하라’는 등 A의 휴대폰 문자까지 직접 확인한 선수도 있다고 한다. 국가대표부터 K리그 핵심 멤버로 뛰고 있는 유력 선수들까지 A로부터 추천받은 사례가 있다고 한다.
일단 A로부터 추천받은 선수들의 협상이 잘 이뤄지면 문제 소지가 없다. 피해 받은 사실이 없는데 나쁜 소문이 나올 리도 없다. 그러나 대부분 선수들은 “A가 왜 그토록 선수 설득에 정성을 쏟는지 통 이유를 모르겠다”고 의아해하는 모습이다. A로부터 추천받은 한 선수의 측근은 “좋은 곳도 아니고, 별 매력도 없는 곳을 열정적으로 ‘강추’하는 저의를 알고 싶다. 처음 그 얘기를 듣곤 설마 했다. 정말이라면 문제가 있다. 선수 보호를 위해서라도 대한축구협회와 프로축구연맹 등이 확실히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A를 잘 알고 있는 한 지인은 “말도 안 된다. 중개 수수료를 받는다고? 고작 돈 몇 푼에 자존심을 팔 선수는 아니다. 주변 동료들이 그 지역을 행선지로 염두에 두고 있으니 알고 있는 에이전트가 있으면 먼저 소개해달라고 요청했거나 관심 있는 팀에 대해 조언을 구하는 수준이었을 것”이라며 일축했다. [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