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취임 2주년을 넘겨 ‘장수 장관’ 반열에 오른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의 행보가 최근 구설에 오르고 있다.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
하지만 취임 1년이 지나면서부터 곳곳에서 잡음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교과서개정 과정에서의 역사왜곡 논란부터 일명 ‘도종환 사태’로 불리는 정치적 편향성 논란까지 교과부 안팎이 시끄러웠다. 지금도 학교 폭력 가해 사실을 생활기록부에 기재한다는 방침을 둘러싸고 일부 교육청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상태다. 여기에 중소기업이 관리하는 대입 온라인 원서접수 대행 시스템을 대기업에 넘기려한다는 지적까지 제기돼 파장이 일고 있다.
대기업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엄격한 규제에도 불구하고 교육과학기술부(교과부)만 홀로 이를 외면하고 있다. 보호는커녕 10여 년 동안 중소기업에서 문제없이 운영해오던 대학 원서접수 대행 사업을 넘보고 있는 것. 특히 해당 사업은 이주호 장관이 대통령직인수위 간사 시절부터 추진해오던 일이라 막무가내로 밀어붙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본래 대학 온라인 원서접수 대행 업무는 지난 1999년부터 중소기업인 진학사와 유웨이중앙교육을 중심으로 수개의 입시 관련 업체가 도맡아 진행해왔다. 그동안 교과부도 이들에 대해 기본적인 관리감독만 했을 뿐 제재를 가하지 않았다. 하지만 2009년 돌연 교과부가 대학 원서접수 업무를 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에서 관리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사설업체에 수험생의 개인정보를 맡길 수 없다는 이유에서였는데 초기 사업비로 무려 192억 원의 예산을 책정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기획재정부에서는 “사업타당성이 낮고 민간기업의 사업영역을 침해한다”며 충분한 연구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사실상 반려했다.
뜻대로 사업을 진행할 수 없게 되자 지난해 6월 교과부는 기존 업체를 압박하기 시작했다. 교과부는 진학사와 유웨이중앙교육에게 조직을 개편해 원서접수 부분을 단독 사업체로 분사할 것을 요구했고 업체명도 ‘진학어플라이’ ‘유웨이어플라이’로 통일할 것을 주문했다. 여기에 1년마다 대교협에서 지정하는 업체를 통해 정보관리 등에 대한 감사를 받으라는 조건도 내걸었다. 물론 두 회사는 모든 요구사항을 받아들였다.
서로의 양보로 해결될 수 있었던 일은 올해 초 교과부가 삼성SDS에 용역비 4억 원을 지불하며 온라인 지원 시스템 개선안을 만들라는 지시를 내리면서 다시 문제가 불거졌다. 이를 바탕으로 올해 안에 새로운 업체를 선정하겠다는 계획이었는데 여기에 84억 원이 넘는 예산이 책정됐다. 국회의 심의를 받지 않아도 되는 특별교부금을 이용한 것이다.
하지만 석연치 않은 점이 한둘이 아니었다. 삼성SDS와 컨소시엄을 구성한 유큐브는 지난해 7월 차세대 나이스를 운영하는 과정에서 대규모 성적 입력 오류 사태를 일으킨 전력이 있는 곳이라 업체 선정 기준에 의구심을 갖게 만들었다.
또한 교과부에서 말 바꾸기를 한 정황도 포착됐다. 앞서의 관계자는 “지난해 교과부와 협상 당시 담당자였던 김 아무개 과장으로부터 향후 정부 주도로 대입 온라인 원서접수 대행 사업을 추진하는 일은 없을 것이란 메일을 받았다. 하지만 약속을 한 지 채 1년도 지나지 않아 새로운 업체를 선정한다는 계획을 발표했고 우리로서도 가만히 있을 수 없어 내용증명을 발송했다. 만약 사업체를 빼앗길 경우 소송도 불사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삼성SDS 측은 “본 입찰에는 참여하지 않을 계획이라 문제 될 것이 없다”며 모든 논란을 부인했다.
교과부 역시 “내용증명에 대해서는 당시 담당자가 교체돼 알고 있는 사안이 없다”며 “향후 입찰공고, 제안서 접수, 업체선정 등 모든 과정은 조달청에 의뢰해 공정 경쟁을 통해 업체가 선정될 수 있도록 추진할 예정이다. 사업에 무리가 없다고 판단되는 만큼 계획대로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 사진제공=청와대 |
하지만 지나치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바람에 근본적인 해결은커녕 수백만 학생들에게 ‘주홍글씨’를 새긴다는 비난을 들었고 전북교육청이 제일 먼저 반기를 들었다. 사법적인 판결을 받은 학교 폭력만 기록하겠다며 교과부의 지침을 거부한 것이다.
이에 교과부는 전북교육청에 대해 특별감사를 실시했고 계속해 마찰을 빚던 김승환 전북교육감은 공개적으로 이 장관의 탄핵을 주장하며 법정소송까지 준비하고 있다. 여기에 강원도교육청까지 교과부의 생활기록부 기재 방침에 대해 보류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라 추후 탄핵 요구는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교과부 측은 “학교폭력 가해학생 조치사항을 기재하도록 한 훈령은 헌법상 과잉금지의 원칙을 준수하는 합헌적 제도로 문제 될 것이 없다”며 “감사과정에서 문제시 된 부분에 대해서는 법적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한편 앞서 이 장관은 정치적 편향성 논란까지 일으키기도 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정치적 중립성을 감안해 현역 정치인의 작품 수록은 배제하는 것이 원칙”이란 이유로 중학교 국어 교과서에 실린 민주통합당 도종환 의원의 시를 삭제할 것을 권고하면서 논란이 불거진 것이다.
문제가 커지자 교과부는 “평가원의 결정일 뿐 장관의 지시는 없었다”고 선을 그었고 결국 평가원도 권고철회를 통해 사건을 마무리 지었다.
하지만 이 사건으로 인해 이 장관의 정치적 편향성이 도마 위에 올랐다. 민주통합당의 박홍근 의원은 “문화와 정치도 구분하지 못하는 이명박 정권의 몰상식함에 국민들도 어이없어 하고 있다. 이번 사건은 우발적인 사건이 아니라 이 장관의 정치적 편향성이 불러온 과잉 충성”이라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이주호 장관은 지난 7월 12일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시 삭제와 관련한 내용은 사전에 알지 못했다. 앞으로 지휘감독기관으로서 절차적 문제가 없는지 지속적으로 점검하며 유사한 문제 발생이 최소화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유감의 뜻을 전했다.
박민정 기자 mmjj@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