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임 포기 선언 조중연 회장이 차기 축구협회장 선거에 나오지 않기로 결정했다. 조 회장은 축구협회가 허술한 행정 등으로 끊이지 않는 비판을 받자 이번 결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이미지 합성. |
실제로 10월 19일 열렸던 대한체육회의 국정감사의 증인 채택은 조 회장에게 상당한 부담이었다. 정치권에서는 국회의원들이 조 회장을 압박하기 위해 상당히 큰 자료들을 준비했다는 얘기도 들려왔다. 작년 말부터 본격화된 다양한 문제들로 곤욕을 치렀음에도 불구, 한 번도 “회장직을 내려놓겠다”는 뜻을 명확하게 전하지 않아 수많은 추측들이 난무했다. 물러날 수 있다는 분석도 있었지만, 마지막까지 주변 상황을 살피다 슬그머니 재선 출마를 할 것이란 시선도 많았다. 그러나 입장은 정리됐다. 정치권 개입 등으로 마치 등 떠밀리듯 떠나는 모양새는 좋지 않지만 내년 1월 예정된 제52대 축구협회장 선거에 조 회장은 나서지 않는다. 이와 더불어 자천타천으로 축구계 하마평에 오르내리는 인물들도 많다. <일요신문>은 차기 협회장 선거 판도와 흐름, 주역들의 면면을 분석했다.
# 축구계 여야 화합은 가능?
조 회장의 연임 포기 선언과 함께 차기 축구협회장이 누가 될지에 관심이 쏠린다. 한 조직의 수장이 바뀔 때면 으레 그렇듯 축구협회도 온갖 소문들이 홍수처럼 쏟아지고 있다. 이 가운데 여야 공존이라는 부분이 핵심으로 떠오른다. 조광래 전 국가대표팀 감독과의 갈등이 조 회장에게 상당한 상처를 남겼기 때문이다.
사실 조 전 감독이 2010남아공월드컵 직후 대표팀 지휘봉을 내려놓은 허정무 전 감독의 후임 사령탑에 선임됐을 때 여론은 뜨거웠다. 조 전 감독은 오래전부터 한국 축구 야당의 대표적 인사였다. 조 회장이 당선됐던 2009년 선거에서도 조 전 감독은 다른 축구인을 지지했다. 그런 조 전 감독이 조 회장과 같은 노선을 걷는 모습은 쉽게 상상하기 어려웠다.
물론 의미는 컸다. 야권까지 아우르면서 축구계가 모처럼 상생의 길을 가게 됐다는 긍정의 시선들이 주를 이뤘다. 조 회장이 3년 전 회장선거 때 공약으로 내세운 것 중 하나가 바로 ‘여야 분열된 축구인들의 화합’이었다. 여기까진 좋았다. 결국 우려대로였다. 조 전 감독을 대표팀 지도자로 모시게 됐다고 전하기 위해 조 회장이 정몽준 축구협회 명예회장을 찾아갔을 때 정 명예회장은 딱 한마디 던졌다고 했다. “정말 괜찮겠어요?”
정 명예회장의 우려는 현실이 됐다. 금세 삐걱거렸다. 양측은 사사건건 마찰을 빚었고, 그들의 불편했던 동거는 조 전 감독의 전격 경질로 막을 내렸다. 표면적인 이유는 성적 부진. 하지만 기술위원회라는 당연한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 그런 중 조 전 감독은 이회택 당시 기술위원장(현 축구협회 부회장)과 대표 선수 차출을 놓고 갈등을 빚은 뒤 “우리 코칭스태프가 제출한 명단을 집어던졌다”고 폭로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협회는 결국 브라질월드컵 3차 예선 레바논 원정 0-1 패배 후 감독 교체를 단행했다.
‘앓던 이’를 뽑은 조 회장은 편안했을까. 전혀 아니었다. 문제는 계속됐다. 조 전 감독의 끊임없는 저격 속에 조 회장도 많은 시련을 겪었다. 대표팀 감독 경질 논란의 파장은 조금씩 사라졌으나 어설픈 내부 일처리가 발목을 잡았다. 한도 끝도 없었다. 비리 및 횡령, 절도 미수 직원에 지급된 억대의 위로금 지급 사태로 김진국 전 축구협회 전무이사가 옷을 벗었다. 대한체육회의 특정감사는 당연한 수순이었다. 또 브라질 공격수 에닝요(전북 현대)를 귀화시키려다 악화된 여론의 직격탄을 맞았다.
이후 2012 런던올림픽에서 홍명보호가 동메달을 땄음에도 박종우(부산 아이파크)의 독도 세리머니 사태와 관련해 일본에 저자세 외교를 한 것이 알려지며 조 회장은 더 이상 설 자리를 잃었다. 결국 여야 화합의 실패가 얼마나 큰 파장을 몰고 오는지 조 회장의 경우에서 찾을 수 있다. 어설픈 화합의 후폭풍과 유탄은 엄청났다.
▲ 차범근, 허정무, 김호곤, 이회택. |
안타깝지만 여권과 야권을 나눠 살펴보는 게 옳을 듯하다. 축구 행정가 및 기업가, 정치인들은 물론 전·현직 축구 감독들까지 후보군이 다양하다.
▲ 정몽규 |
‘유력’이라는 수식에서는 다소 벗어나지만 여권에는 그 밖의 인물들도 많다.
일각에서는 김석한 중등축구연맹 회장과 오규상 여자축구연맹 회장의 출마 가능성도 함께 내다본다. 특히 김 회장은 올해 초 조 회장이 한창 여론의 폭격을 맞고 있을 당시 유력한 축구협회장 후보로 대두됐는데, 아직까지 구체적인 움직임이 감지되진 않았다. 김 회장은 보인고 이사장으로 인조모피업체 인성하이텍의 대표이사 직함도 갖고 있다.
항간에서는 안종복 남북체육교류협회장도 거론한다. 프로팀 주무 등 일반 프런트 직원을 거쳐 인천 유나이티드 사장까지 역임했던 안 회장을 정통파로 보기에는 애매하지만 정 명예회장이 속한 정치권 여권(새누리당)과 가깝기 때문에 여권 인사로 꼽힌다. 안 회장은 안상수 전 인천광역시장과의 각별한 관계를 들며 정 명예회장의 지원을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여권 후보 선출에는 정 명예회장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라 개별 행동에는 아무래도 제약이 따를 수밖에 없다.
▲ 허승표 |
축구계에서는 허 회장뿐 아니라 차범근 SBS 축구 해설위원, 허정무 전 감독, 김호곤 울산 현대 감독 등 전·현직 지도자들의 이름도 거론되고 있다. 이들 대부분은 여·야라는 전통의 이분법식 구분과는 거리가 있어 활동 폭이 넓은 장점이 있고 이들 중 한 사람은 축구협 회장직에 큰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역시 지도자 이력이 있는 이회택 축구협회 부회장도 본인 뜻과는 관계없이 자주 하마평에 오르는 인물이다.
남장현 스포츠동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