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창원 SK케미칼 부사장 | ||
검찰은 이 씨 관련 사안을 개인비리가 아닌 회사 차원의 비리 혐의로 확전시킬 기미를 보이고 있다. 재개발 사업을 통한 거액 비자금 조성이나 금품 살포가 과장급 사원 개인 주도 하에 이뤄진 것으로 보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검찰은 이 씨에 이어 SK건설의 송 아무개 상무와 이 아무개 부장의 구속영장을 신청한 바 있다. 이번 재개발 비리 수사가 SK건설 경영진과 관련이 있다고 보는 것이다. 검찰은 SK건설의 재개발 비리 규모가 29억 원대인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이들의 혐의가 확정될 경우 SK건설에 10개월간 영업정지 등의 조치를 취할 것으로 알려진다.
이번 재개발 비리 건에 SK건설 수뇌부가 개입한 정황이 드러날 경우 이는 SK건설의 영업실적과 대외신인도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끝나지 않을 전망이다. 그동안 재계를 달궈온 SK 총수일가의 분가설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란 관측이 대두되는 것이다.
현재 SK그룹 총수를 맡고 있는 최태원 회장과 친동생인 최재원 SK E&S 부회장 형제, 그리고 사촌인 최신원 SKC 회장과 최창원 SK케미칼 부사장 형제는 분가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SK 창업주인 고 최종건 회장의 아들들인 최신원-최창원 형제가 SK 2대 총수인 고 최종현 회장의 아들들인 최태원-최재원 형제에게서 따로 떨어져 나오려는 것이다.
SK건설은 이들 총수일가의 분가과정에서 큰 축이 될 수밖에 없는 법인이다. SK건설의 최대주주는 최창원 부사장의 SK케미칼이다. SK케미칼은 최근 380만여 주를 매입해 지분율을 종전의 39.4%에서 58.03%(1178만여 주)로 끌어올려 SK건설에 대한 절대적 지배주주로 올라선 상태다.
SK 총수일가의 개인 지분 변동 또한 분가가 초읽기에 들어갔음을 알려주고 있다. 최태원 회장의 워커힐은 얼마 전 지분 2.38%에 해당하는 48만 3200주를 매각해 SK건설 대주주 명부에서 이름을 지웠다. 반면 최창원 부사장은 SK건설 190만여 주를 신규 매입, 9.61%를 확보해 일약 개인 최대주주로 올라선 상태다.
최태원-최재원 형제와 최신원-최창원 형제 분가하면 최 부사장이 맡고 있는 SK케미칼과 SK건설은 소그룹군의 큰 축으로 부상할 법인들이다. 그런데 SK건설에 대한 재개발 비리 수사 결과가 검찰의 추정대로 경영진 차원의 비리로 판명될 경우엔 최 부사장에 대한 도덕성 논란을 부추길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SK건설은 최창원 부사장 기업군의 확대전략의 첨병이다. 최근 일산 킨텍스 쇼핑몰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등 활발히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이번 검찰 수사가 최 부사장의 경영자질 논란을 부추길 가능성도 있다. 최 부사장은 지난 5월과 6월 두 달에 걸쳐 소액주주들이 갖고 있던 SK건설 주식 190만여 주를 액면가 5000원에 사들여 지분율을 종전의 0.3%에서 9.6%로 올려 개인 최대주주가 됐다. 그런데 당시 SK건설의 또 다른 대주주인 SK해운이 SK건설 주식 250만 주를 홍콩 HSBC은행 사모펀드에 주당 1만 7400원에 매각했던 것이 알려지면서 ‘최 부사장이 지나치게 헐값으로 지분을 확보했다’는 논란이 제기된 바 있다.
헐값 지분 매입 의혹이 불거진 직후인 지난 9월 검찰은 재개발 구역 시공사 선정과정에서 금품을 살포했다는 혐의로 SK건설 사옥을 압수수색했던 바 있다. 최 부사장이 SK건설 개인 최대주주로 올라서면서 회사를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는 셈이다.
이 아무개 과장 구속기소 직후 검찰은 SK건설 송 아무개 상무와 이 아무개 부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법원이 이를 기각한 바 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SK건설이 한숨 돌렸을 것’이라 평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번 영장 기각은 결국 SK건설을 향한 검찰의 칼날을 더욱 날카롭게 만들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이미 외환은행 헐값 매각 의혹 사건 수사와 관련해 론스타 측 인사들에 대한 영장을 신청했다가 법원으로부터 연속 기각을 당한 바 있다. 자존심이 구겨진 검찰이 기업수사와 관련 영장기각 사태가 계속해서 벌어지는 것을 절대 관망할 리 없다는 지적이다.
천우진 기자 wjchu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