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T·동방신기·엑소, 반기 든 멤버 셋 새 그룹 결성 ‘평행이론’…수익배분·계약기간 등 공방 23년간 악순환
#SM엔터 분쟁의 역사
‘10대들의 승리’를 외치며 아이돌의 시대를 열었던 HOT. 정작 SM엔터와의 전속 계약 과정에서는 승리하지 못했다. 2001년 멤버 몇몇이 불공정 계약을 도마 위에 올렸다. 결국 장우혁, 토니안, 이재원이 이탈했고 이들은 JTL로 뭉쳤다.
HOT 배턴을 이어받아 더 큰 성과를 낸 동방신기는 2009년 SM엔터와 대립각을 세웠다. 그해 10월 법원은 김재중, 김준수, 박유천 등 멤버 3명이 제기한 전속계약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일부 받아들였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SM엔터 측이 동방신기 멤버들과 체결한 전속계약이 불공정계약임을 인정했지만 수익 배분 문제에 대한 판단은 본안 소송의 영역이라면서 ‘전면적인 효력 정지’는 기각했다. 이렇게 독자활동이 가능해진 3인은 그들의 이름 이니셜을 따 JYJ를 결성했다.
그리고 이제는 엑소의 유닛 그룹 첸백시(첸, 백현, 시우민)다. 세 그룹 모두 SM엔터와 분쟁을 겪었고, 3인 체제이며, 3인의 이름으로 그룹명을 결성한 것 등 놀라울 정도로 ‘평행이론’ 선상에 있다. 첸백시는 계약 기간, 계약 과정에서의 조건 조율 및 그 이행 여부 등을 두고 첨예한 갈등을 빚는 모양새다. 2001년 HOT 사태 이후 23년의 시간이 지났지만 악순환의 고리는 끊어지지 않은 셈이다.
#돈과 계약기간, 분쟁의 핵심
세 그룹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엄청난 상업적 성공을 거뒀다는 것이다. 즉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됐다. 그러니 SM엔터 입장에서는 그들과의 계약 기간을 늘리고 싶을 수밖에 없다. 그러면서도 이익을 극대화해야 한다는 것은 기업의 숙명이다. 여기서 불협화음이 시작된다.
HOT의 경우 앨범 1장당 ‘20원 인세’ 계약이라는 주장이 나오며 공분을 일으켰다. HOT를 통해 K팝 산업이 커지며 동방신기, 엑소의 부가가치는 더 커졌다. 그리고 이런 수익은 결국 계약기간과 결부된다. 활동 기간이 길어질수록 회사가 취할 수 있는 수익 역시 커지기 때문이다. 또한 최근 거대 K팝 기업들이 유가증권시장 등에 상장된 것을 고려할 때, 인기 그룹과 재계약을 맺어 동행하는 기간을 늘렸다는 것은 주가 방어 요인도 된다.
이런 상황 속에서 결국 계약 기간이 분쟁의 주요 키워드로 부각됐다. 동방신기 사례 때 재판부는 “동방신기가 아이돌스타인 점을 감안할 때 계약기간 13년은 지나치게 길다”고 지적했다. 그 여파로 연예계에는 연예인과 기획사가 맺을 수 있는 계약 기간을 최대 7년으로 규정하는 표준계약서가 도입됐다.
하지만 첸백시 논란에서 계약기간 문제가 다시금 수면 위로 올라왔다. 6월 10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첸백시 측 변호사는 “SM엔터가 첸백시에게 기존 전속계약이 만료하면 5년을 추가 연장한다는 재계약서 날인을 미리 요구했다”면서 “3인의 아티스트들은 2010년 6월, 2011년 5월 각각 전속 계약을 체결하여 12년에서 13년 계약 기간이 진행 중이던 상황이었는데, 그 만기가 도래하기 1년도 이전에 기존 계약의 5년을 연장해서 총 17∼18년에 이르는 재계약을 요구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하나의 분쟁, 음원 유통수수료
SM엔터와 첸백시는 현 분쟁에서 각기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첸백시는 “카카오엔터를 통해 음원 수수료율 5.5%를 적용하게 해주겠다”는 SM엔터 이성수 CAO의 녹취록까지 공개한 뒤 이를 이행하지 않았기 때문에 계약이 정상적으로 성립됐다고 보기 어렵다는 입장을 내놨다. 반면 SM엔터는 첸백시가 SM엔터를 떠나기 전 현재 몸담은 소속사와 사전에 접촉했다는 탬퍼링 의혹을 제기했다.
양측의 팽팽한 입장 차 속에서 의미 있는 행보가 포착됐다. 기자회견이 열린 10일, 공정거래위원회는 음원 유통수수료를 차별적으로 부과했다는 의혹을 받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에 대한 현장조사를 실시했다. 이는 첸백시의 계열사인 빅플래닛메이드가 2024년 초 공정위에 ‘카카오엔터가 계열사 및 자회사에 속하는 기획사와 그 외 기획사 간 유통수수료를 차별적으로 부과하는 정황에 대해 조사해 달라’고 신고한 것에 따른 조치다. 공정위에도 이성수 CAO의 녹취록이 증거자료로 제출된 것으로 전해졌다.
공정위의 판단은 카카오엔터의 음원 유통수수료 배정이 불공정하다는 주장에 대한 궁극적인 결론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계열사로서 이를 아티스트 계약 조건으로 내세운 SM엔터의 행보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반면 SM엔터는 탬퍼링 의혹으로 맞서는 형국이다. SM엔터가 이를 입증한다면 응당 첸백시는 그에 따른 책임을 지고 엄청난 대중적 비난을 받을 수 있다. SM엔터는 아직까지 구체적 물증을 제시하진 못했지만 “법과 원칙에 따라 차분하게 대응하면서 법원을 통해 첸백시 측의 책임을 물을 것”이라는 입장을 취했다.
김소리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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