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징역 3년 6월 구형으로 ‘실형 선고’ 필요성 강조…재판부 ‘보석 허가’ 여부 언급 안 해 추측 난무
“가장 먼저 이번 일로 피해 입으신 피해자 선생님께 사죄의 마음을 담아 꼭 전해드리고 싶다. 죄송하고 반성하겠다. 모든 건 저로 인해 일어난 일이다. 옆에 있는 형들에게도 이 자리를 빌려 미안하고 죄송하다고 꼭 얘기하고 싶었다. 훗날 인생을 살아갈 때 오늘 이 시간을 잊지 말고 살자고 꼭 말하고 싶다. 열 번 잘하는 삶보다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 삶을 살아가려고 노력하고 정진하겠다. 정신 차리고 똑바로 살겠다. 진심으로 죄송하다.”
9월 3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6단독 최민혜 판사 심리로 열린 결심 공판에서 김호중이 발언한 최후진술 내용이다. 김호중은 5월 9일 밤 11시 44분쯤 서울 강남구 압구정 도로에서 음주 상태로 운전하다 택시와 접촉 사고를 낸 뒤 바로 도주했다. 이로 인해 구속 기소돼 재판을 받아왔는데 이날 1심 결심공판이 열렸다.
검찰은 “과실이 중하고 조직적으로 사법 방해 행위를 해 국민적 공분을 일으켰다”며 김호중에게 징역 3년 6월을 구형했다. 법조계에서는 징역 3년도 아닌 3년 6월을 구형한 부분에 주목했다. 검찰이 집행유예가 아닌 실형을 선고해야 한다는 의지를 재판부에 전달한 것으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집행유예는 3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 원 이하 벌금형을 선고할 경우에만 가능하다.
김호중 사건으로 사법 방해 행위에 대한 국민적 분노가 커지자 이원석 당시 검찰총장은 일선 검찰청에 “사법 방해 행위를 공판단계에서 양형의 가중요소를 구형에 반영하고 판결이 이에 미치지 못할 경우 상소 등으로 적극 대응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따라서 1심 선고 내용이 실형이 나오지 않을 경우 검찰은 바로 상소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검찰은 김호중 소속사의 이 아무개 대표와 전 아무개 본부장에게는 각각 징역 3년, 매니저 장 아무개 씨에게는 징역 1년을 구형했다.
김호중 측 변호인은 최후 변론에서는 “모두 인정하고 깊이 반성한다. 죄에 상응하는 처벌을 달게 받을 각오가 돼 있다. 지난 5월 구속 이래 4개월 넘게 수감하며 매일 반성과 참회의 시간을 가지고 직접 사죄의 글을 제출하기도 했다”며 “피고인은 수사받는 상황에서 대중들과 여론으로부터 가혹하리라 만큼 무거운 처벌을 받았다. 기회가 주어지면 힘닿는 대로 어렵고 소외된 곳을 기억하고 대중들로부터 받은 사랑을 되갚고자 한다”고 호소했다.
사실 법조계에서 이날 결심공판에서 가장 주목한 부분은 법원의 보석 허가 여부였다. 김호중 측이 8월 21일 청구한 보석에 대한 심문기일이 결심공판 기일로 잡혀 있었기 때문이다. 김호중은 선천적으로 앓아온 발목 통증이 수감 기간 악화돼 빠른 치료가 필요하다고 알려져 있다.
최근 법조계에서는 보석 청구가 재판부의 심증을 떠보려는 로펌들의 주요 전략 가운데 하나라고 분석하고 있다. 재판부가 유죄 판결일지라도 집행유예를 선고하려고 마음먹었다면 보석을 인용해 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김호중의 변호인은 “피고인은 발목 양쪽에 대해 수술로 증상을 완화하려 했으나 살인적인 스케줄로 수술일을 잡지 못하고 의사 처방 약물 복용으로 버텼다”며 “구치소 측에 외부 진료 등을 요청했으나 경호상 문제 등 난색을 보이며 오히려 보석 청구를 권유했다”고 밝혔다. 반면 검찰은 “특별한 사정 변경이 없고 처벌을 피하려 본건 범죄를 저지른 만큼 도주 우려가 높아 기각시켜 달라”고 맞섰다.
다만 이날 재판부는 보석 허가 여부나 결정 시점에 대해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았다. 법조계에 따르면 김호중의 사례처럼 재판부가 보석 심문기일에 허가 여부나 결정 시점 등을 밝히지 않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한다. 보석 청구가 재판부의 심증을 떠보려는 로펌들의 전략이라고 본다면 현재 상황은 아직 재판부가 실형과 집행유예를 두고 결정을 내리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풀이할 수도 있다.
다만 한 서초동 변호사는 “재판부가 보석 허가를 두고 직접 피고인의 상태를 보고 결정하려 한 것일 수 있다. 합의가 아닌 단독 재판부라 보석 허가에 대한 결정이 오래 걸리진 않을 것”이라며 “보석을 허가할 경우 수일 내에 서면 등으로 통보할 수 있지만 보석 허가 여부에 대한 결정이 늦어진다면 기각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결심공판에 출석한 김호중은 목발을 짚고 한쪽 다리를 절뚝이며 법정에 들어섰다.
법조계에선 김호중 측의 사법 방해 행위에 대한 국민적 공분이 크고 이후 유사한 음주 운전 관련 사법 방해 행위가 불거질 때마다 거듭 김호중이 언급되는 상황이 불리하게 작용해 1심에서 실형 판결이 나올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아예 2심에서 집행유예로의 감형을 노리며 꾸준히 재판부에 보석 허가를 청구하는 게 현실적이라고 조언하는 법조 관계자도 있다.
반면 음주 운전 사고 피해자인 택시기사가 김호중 측과의 사전 교감 없이 법원에 “김호중을 선처해 달라”는 내용의 탄원서를 내는 등 유리한 양형 요소들도 있는 만큼 1심에서 집행유예가 나올 것이라고 예측하는 법조 관계자들도 있다. 그만큼 재판부의 고민도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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