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율 1560% 사채 빌려주고 공갈 협박도…“조직 특성 보이스피싱과 유사해져, 수사기관 신고 필수”
#“여친 섬에 팔아버리겠다” 협박
6월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3단독 이종민 판사는 대부업법 위반과 폭력행위처벌법상 공동공갈·공동감금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된 A 씨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 함께 범행한 20∼30대 3명에게는 징역 1년∼1년6월의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재판부는 A 씨에 대해 “죄질이 몹시 불량하고 동종 범행으로 처벌받은 전력이 수회 존재하는 등 준법의식이 미약하다”며 “상당 기간 사회와 격리함으로써 유사 범행으로부터 사회를 보호하고 피고인의 교화와 갱생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법조계에 따르면 A 씨는 2020년 10월 피해자 B 씨에게 “6일 안에 30% 이자를 붙여 상환하라”며 200만 원을 빌려주는 등 2022년 11월까지 126회에 걸쳐 2억 7700만여 원을 대부업 등록 없이 빌려준 혐의 등으로 재판을 받았다. A 씨 일당이 B 씨에게 요구한 이자는 연이율로 환산하면 약 1560%에 달한다. 경찰은 2023년 12월 13일 A 씨 일당을 같은 혐의로 구속송치한 바 있다.
B 씨는 코로나19 팬데믹 등으로 자영업 경영이 어려워지면서 높은 이자를 감당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A 씨는 “여자친구를 찾아 섬에 팔아버리겠다” “아킬레스건을 끊어 장애인을 만들겠다” 등의 발언으로 B 씨를 협박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 관계자에 따르면 B 씨는 극심한 스트레스와 공포심으로 극단적 선택까지 시도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A 씨 일당은 서울의 한 유명 조폭 조직원들과 함께 문신을 드러낸 단체 사진을 찍어 SNS에 올리는 등 자신들이 이 조직 소속이라는 점을 공공연하게 드러낸 바 있다. 경찰은 A 씨 일당을 체포하는 과정에서 다른 사건으로 구치소에 수감된 조직원이 일당 가운데 한 명에게 보낸 편지를 압수하기도 했다. 해당 편지에는 이들이 일본 야쿠자를 숭배하는 것으로 보이는 내용이 발견됐다. 또 “진화 자체가 덜 된 민간인들은 광주화운동(광주 민주화운동) 전두환 때처럼 다 학살해서 떼로 죽여놔야 한다”며 시민을 ‘하등 생물’로 칭하는 내용도 있었다.
2023년 5월 A 씨는 B 씨에게 해당 조직에서 운영하는 인터넷 도박장 게임머니를 억지로 빌리게 하기도 했다. 이후 숨어있던 B 씨를 찾아 “네 여자친구 이름, 엄마 이름도 다 알고 있는데 오늘 줄초상 한 번 치를까”라며 “장애인이 되기 싫으면 돈을 갚아라”고 협박했다. 경찰이 출동해 B 씨를 구출했지만, A 씨는 경찰 지구대에서 보호하는 그를 밖으로 꺼내기 위해 동료를 불러 소란을 피운 것으로 조사됐다.
A 씨 일당의 추가 범죄사실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A 씨는 2023년 8월과 10월 다른 피해자들에게 전화해 경찰에 쫓기고 있다며 “변호사를 사게 돈을 내놔라”며 700만여 원을 뜯어낸 것으로 나타났다. 2022년에는 또래 3명에게 돈을 빌려달라고 요구하고 거절당하자 가슴, 귀, 눈을 찌를 듯이 협박하기도 했다. 일당 2명은 2023년 3월 한 병원 응급실에서 술에 취해 옷을 찢고 진료실 문을 부수는 등 행패를 부린 혐의로도 기소돼 응급의료법 위반 혐의에 대해 유죄가 선고됐다.
이기동 한국금융범죄예방연구센터 소장은 “불법적인 광고는 보통 사업 주체가 정확하지 않다”면서 “돈을 빌리려는 업체가 정상적인 회사가 맞는지 먼저 알아보는 것이 중요하고, 범죄 피해자가 됐다면 가족들한테 알려야 한다. MZ 조폭 등 불법 추심 일당은 보통 가족들을 해치겠다는 식으로 협박하는데, 이 협박의 목적은 피해자가 피해 사실을 가족에게 알리는 것을 막기 위한 방법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소장은 “법정 이자율을 넘는 이자를 요구한다면 수사기관에 반드시 신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검찰 “MZ 조폭과의 전쟁” 선포
한편, MZ 조폭의 활동 반경이 넓어지자 강력한 대처의 필요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실제로 2023년 8월에서 12월까지 경찰이 단속을 벌인 결과 1200명에 달하는 조폭이 검거됐는데 이 가운데 30대 이하 MZ 조폭은 888명(75%)이나 됐다. 검찰 관계자는 “유흥가를 기반으로 정해진 활동 반경이 있던 기존 조폭과 달리 MZ 조폭은 규모와 실체, 활동 범위를 특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부산지검 동부지청은 2024년 5월 부산 해운대에서 경쟁 조폭 간 벌어진 난투극과 관련해 4명을 구속하고 여죄를 수사하고 있다. 같은 달 부산 서면에서 20대 조직원 2명이 시민을 무차별 폭행한 사건도 부산경찰청이 수사 중이다. 4월엔 수원 ‘남문파’와 ‘역전파’ 조직원들이 난투극을 벌여 6명을 구속, 19명을 불구속 기소했고, 대구지검에선 MZ 조폭이 유흥주점에서 소화기를 분사하고 난동을 부리는 사건이 발생해 1명 구속, 5명 불구속 송치 등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시민들을 대상으로 한 범죄에도 MZ 조폭이 빠지지 않았다. 2023년 마약에 취해서 차를 몰다가 길 가던 여성을 치어 숨지게 한, 이른바 ‘롤스로이스 사건’ 가해자 신 아무개 씨(29)도 도박사이트를 운영하는 MZ 조폭과 연루됐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또한 2023년 서울 논현동에서 람보르기니 차량을 주차하다 시비가 붙은 상대방을 흉기로 위협한 30대 홍 아무개 씨도 같은 MZ 조폭과 관련이 있는 걸로 경찰조사 결과 드러났다.
검찰에 따르면 MZ 조폭은 기존 조폭의 ‘또래 모임’ 문화에 SNS 문화가 더해져 단기간에 세를 불리고 있다. 특히 여러 조직을 규합한 뒤에는 온라인 도박, 주식 리딩방 사기 등 신종 범죄까지 손을 대는 게 MZ 조폭의 특징이다. 이기동 소장은 “MZ 조폭의 금융 범죄의 형태가 점점 보이스피싱 조직처럼 변하고 있다”면서 “홍보, 대포통장 조달, 인출책 등 역할 분담이 된 조직 형태로 운영한다는 점, SNS를 통한 비대면 불법 마케팅에 익숙하다는 점이 그렇다”고 분석했다.
이렇게 MZ 조폭 범죄가 단순 폭력 행위를 넘어서서 금융·사기 범죄까지 이어지자, 6월 5일 대검찰청은 MZ 조폭에 대해서 “무관용 원칙에 따라 철저한 수사와 구형, 자금 박탈”을 하라고 전국 일선 검찰청에 지시하는 등 MZ 조폭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도심 한복판에서 MZ 조폭들이 난투극을 벌이거나 무고한 시민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사건이 4∼5월에만 4차례나 발생한 데 따른 조치다.
검찰은 MZ 조폭의 금융·사기 범죄에 대해선 구속 수사를 원칙으로 하도록 했다. 특히 이들이 피해자를 회유·협박해 합의를 강요한 사실이 드러나면 높은 형을 구형한다는 방침도 세웠다. 하위 조직원은 물론이고 배후 세력까지 철저히 밝혀내 범죄단체 조직·활동 혐의까지 적용할 계획이다. MZ 조폭의 범죄 수익과 ‘돈줄’(범행 자금원)도 끝까지 추적해 박탈할 방침이다. 검찰 관계자는 “조직폭력 범죄는 법치국가에서 용납할 수 없는 반사회적 중대범죄”라며 “모든 역량을 집결해 뿌리 뽑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손우현 기자 woohyeon1996@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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