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문가들은 선진통일당과 새누리당의 합당이 박근혜 후보에게 긍정적으로 작용하겠지만 효과는 크진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
큰선거 때마다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충청권이지만 이번 대선은 큰 변화 없이 이어지고 있다. 충청권은 지난 총선 이후 새누리당 강세 지역으로 분류되면서 박근혜 후보의 지지율이 40% 수준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민주통합당에 대한 애정도 적지 않아서 야권의 두 후보가 10% 후반에서 20% 중반까지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기도 하다. 치열한 승부가 예상되는 대선인 만큼 충청도는 어느 쪽도 포기할 수 없는 카드다.
충청도는 선거 결과가 매번 들쑥날쑥해 여론조사 전문가들조차 혀를 내두르는 지역이다. 대전역에서 구두수선을 하는 한 남성은 “원래 충청도 사람들이 자기 딸 결혼식이 있어도 직접적으로 이야기하지 않고, ‘이번 주 시간 있느냐’라고 에둘러 묻는 정서가 있지 않나”라면서 “전반적으로는 박 후보에 대한 애정이 조금 많지 않나 싶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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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시장 구범림 상인회장은 이번 대선에서 충청도 지역을 위한 정책이 실종됐다는 것에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구 회장은 “단일화니 뭐니 하면서 정작 각 후보의 공약이나 정책들이 잘 안 보이는 게 다 의도된 것 같다”며 “충청권은 어떤 선거에서든 기본적으로 보수진영 30%, 진보진영 30%가 나오기 때문에 각 정당에서도 신경을 안 쓰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그는 “결국 선거 한 달여를 앞두고 시장 상인을 찾아와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할 텐데 서민들 고충을 진심으로 고민해주는 후보가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라고 덧붙였다.
10월 31일, 대전에서는 새누리당과 선진통일당의 합당 소식이 지역 신문 1면을 장식하고 있었다. 그래선지 선진통일당이 없어지는 것에 대한 아쉬움의 목소리도 들을 수 있었다. 선진통일당원인 이 아무개 씨는 “그래도 지역을 우선시하는 정당이 선진통일당이었다”라며 “세종시의 경우에도 박근혜 후보가 원안을 사수한 것처럼 이야기되고 있지만 실제로 지역의 선진당 출신 의원들이 삭발까지 감행하면서 쟁취한 것이었다. 상징적인 말 한마디로 박 후보가 세종시를 지킨 주역으로 평가받는 것이 맞는 일인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대선을 앞둔 합당 효과가 미미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됐다. 특히 대전시를 비롯해 충청북도에서는 선진통일당이 지역구 의원은 한 명도 배출하지 못하면서 영향력을 잃어 버렸다는 평가가 많았다. 선진통일당 대전광역시당 정하길 사무처장은 “같은 충청도라고 해도 충청북도의 경우 합당의 효과가 미미하다면 충청남도는 선진당에 대한 지지율을 무시할 수 없어 합당의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전했다.
리서치피플 김장중 상무 역시 “산술적으로는 이번 합당이 박근혜 후보에게 도움이 된다”라는 입장이었지만 “그 효과가 크진 않을 것이다. 선진통일당을 지지하는 충청권 유권자 80~90%는 이미 새누리당 후보를 지지할 의사가 있기 때문에 대선후보를 내지 못한 상태에서 선진통일당을 흡수한 것이 큰 영향력을 미치지는 않을 것 같다”라고 평가했다.
합당에 대한 당원들의 반발 기류를 완전히 흡수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도 변수로 남아있다. 현재 선진당 내부에서는 합당에 반발해 탈당하거나 민주당으로 옮겨가는 등 갈등이 봉합되지 못하고 있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앞서의 정 사무처장은 “당내 반발과 부정적인 여론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은 당에서도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대선을 앞두고 두 당이 서로 주고받을 것이 있기 때문에 이뤄진 조치 아니겠느냐”라며 “특히 내후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역의 선출직 의원들이 새누리당 이름으로 선거에 나서는 것이 더욱 이득이라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했다.
앞서의 선진통일당원 이 씨 역시 “이인제 대표가 합당을 주도했다고 알려졌지만 사실과는 다른 이야기”라며 “처음에 이인제 대표는 합당이 아닌 정책연대 쪽을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방의회에 소속된 의원 쪽에서 합당을 강하게 요구했던 것으로 안다”라며 “이미 지난 총선을 통해 3자 구도는 승산이 없다고 판단한 지방 의원들이 새누리당에 들어가서 지방선거 공천을 받는 길이 더욱 빠르다고 생각한 것이다”라고 귀띔했다.
일각에서는 선진당에서 박근혜 후보의 대선 승리를 바라지 않는다는 ‘의외의’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선진통일당 중앙당의 한 관계자는 “내년에는 누가 대통령이 되어도 욕을 먹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이번 대선에서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가 지고 민주통합당이 대권을 잡을 경우, 그 반사이익 때문에 새누리당에서 2014년 지방선거를 치르는 것이 낫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분들도 더러 있는 것으로 안다”라고 전했다. 선진통일당 일각에서 이번 합당을 꼭 새누리당의 대선 승리로 연결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한편 대전 지역에서는 이번 대선이 지역 대결이 아닌 세대별 대결이 될 것이라는 단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카이스트 대학원생 정 아무개 씨는 “솔직히 젊은 사람들은 선진통일당하면 이인제 의원의 활약상 정도밖에는 알지 못하는 게 현실”이라며 “결국 대선에서 50대 이상은 새누리당을 찍고 그 이하 젊은 세대는 야권의 후보를 찍는 방향으로 갈 것 같다”고 말했다.
대전=김임수 기자 imsu@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