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G디스플레이는 세계 최초로 세계 최고 해상도인 Full HD급의 스마트폰용 LCD 패널을 개발해 공개했다. 사진제공=LG디스플레이 |
10월 한 달간 ‘LG그룹주’ 상승폭을 보면 LG전자가 10%, LG디스플레이가 15%, 지주사인 (주)LG가 5%다. 같은 기간 코스피가 5%가량 하락했고, 삼성전자는 마이너스(-) 4%, 현대차는 -11%의 부진한 흐름을 보인 것과는 크게 엇갈리는 모습이다. 전자 관련주 가운데 가장 돋보이는 것은 부품업체인 LG디스플레이다. 보통 완제품 제조업체들은 부품을 먼저 조달해 제품을 만들게 되는데, 이 때문에 보통 업황 개선의 효과는 완제품보다 부품업체에 선행하는 게 일반적이다.
최대 동력은 3분기 중국 국경절 특수에 따른 TV용 LCD패널 출하 증가와 고부가 제품인 태블릿PC용 패널수요 급증이다. 애플의 ‘아이패드미니’와 ‘아이폰5’ 출시도 자극제가 됐다. 디스플레이 수요가 늘어나면서 패널 가격도 동시에 상승해 수익성 개선이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는 평가다. 삼성의 차세대 디스플레이 전략제품인 OLED의 상품 출시가 지연되면서 LG가 강점이 있는 LCD의 수명이 좀 더 연장되는 모습이다.
송은정 이트레이드증권 연구원은 “올해 흑자전환이 이뤄졌고, LCD 업황이 양호한 데다 고부가 제품 비중이 내년에는 전체 매출의 80%에 달할 정도로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 증권가에서 전망하는 내년 LG디스플레이의 순이익 전망치는 1조 2000억~1조 3000억 원이다. 매출액 영업이익률로 따지면 4%대로, 이만하면 적자에서 완전히 벗어났고 정상적인 수익성을 어느 정도 회복했다고 할 만하다.
현재 LG디스플레이의 자본총계는 10조 원이 조금 넘는데, 시가총액이 11조 6000억 원 정도니 주가순자산비율(PBR) 기준 1.1배다. 과거 LG디스플레이가 정상적으로 수익을 낼 때의 PBR이 1.2배였고, 향후 1년간 최대 1조 원 정도의 자본이 추가로 불어날 점까지 감안하면 주가의 상승 여지는 20%는 넘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추정이다. 현재 3만 3000원선인 주가가 4만 원 근처까지 오를 수도 있다는 뜻이다.
▲ LG 옵티머스G |
김지산 키움증권 연구원은 “그동안 스마트폰의 라인업이 일관성이 결여되고 혼란스럽다는 점이 문제로 제기됐다. 자연히 개발비는 많이 투입됐는데 모델별로 규모의 경제는 누리지 못했다”면서 “하지만 옵티머스 시리즈가 자리를 잡으면서 갤럭시 시리즈와 같은 대표 모델을 갖게 됐고, 이는 수익성 개선에 크게 기여를 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LG디스플레이의 패널 판매가 잘 된다는 점에서 이후 LG전자의 TV 판매도 늘어날 것이란 기대도 크다. 즉 부품 매출이 늘어난다는 것은 이후 완제품 판매가 늘어날 것임을 알리는 신호이고, 이에 따라 아직 LG디스플레이보다 덜 오른 LG전자 주가가 앞으로 더 오를 여지가 크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게다가 LG전자는 LG디스플레이 지분 38%를 가진 최대주주다. LG디스플레이 실적이 좋아지면 LG전자의 지분법 이익도 늘어나 순이익 증가에 기여하게 된다.
증권가에서는 올해 LG전자의 순이익이 약 8000억 원, 내년에는 1조 5000억 원 정도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재 시가총액이 12조 4000억 원 선임을 감안하면 올 순익을 기준으로 한 주가수익비율(PER)은 15.5배에 달하지만, 내년 순익을 기준으로 하면 8.27배에 불과하다. 코스피 적정 PER이 10배 정도라고 할 때 지금보다 20%가량의 상승여력은 충분한 셈이다. 현재 증권사들의 목표주가가 현주가보다 25~30% 높은 9만~10만 원대인 이유다.
이처럼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에 대한 전망이 좋다 보니, 그룹 지주사인 (주)LG에 대한 기대도 크다. 특히 LG그룹의 경우 일찌감치 지주사 지배구조를 완성시킨 덕분에 삼성이나 현대차그룹과 달리 경제민주화 관련 정책부담이 적다. 10월 말부터 (주)LG의 주가 움직임이 더욱 활발해지고 있는 것도 이 같은 점을 감안한 결과로 보인다.
전자부문의 분위기가 한껏 달아오르고 있지만, 그렇다고 LG그룹 전체에 대해 낙관적 전망을 갖기에는 아직 다소 이르다는 평가도 적지 않다. 그룹의 또 다른 축이자 시가총액 기준 최대 계열사인 LG화학의 부진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10월에도 LG화학 주가는 10% 넘게 하락하며 전자부문이 불려놓은 그룹 시가총액을 상당부분 까먹었다.
4분기 중국의 정권교체와 함께 경기부양책이 나올 것이란 기대 때문에 10월 말부터 주가가 빠른 반등을 보이고는 있지만, 아직도 업황 개선을 낙관할 분위기는 아니다. 화학 업종의 특성상 경기 민감도가 높고 이에 따라 유가와의 상관관계도 높은데, 결정적 역할을 하는 중국의 경기개선이 아직은 뚜렷하지 않다.
다만 그동안의 낙폭이 워낙 컸던 데다, 국내 화학업체들의 글로벌 경쟁력이 강한 만큼 10~20%의 반응은 충분히 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이는 LG화학뿐 아니라 호남석유나 금호석유 등 석유화학 업체들의 주가가 동반 반등하고 있다는 데서도 확인된다. 연기금 등 국내 기관들이 연말 수익률 및 주식 비중을 맞추기 위해 가격매력이 있는 대형주 중심의 매수세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업황이 좋지는 않지만 싼 맛에 투자매력이 생긴 셈이다.
이처럼 LG그룹주, 특히 전자 부문의 개선조짐이 뚜렷해지면서 시장의 관심은 구본무-본준 형제의 ‘듀엣(Duet) 경영’이 자리매김할지에 모아지고 있다. 최근 구본무 회장은 ‘독한 LG’를 부르짖으며 그룹 분위기를 다잡고 있고, LG전자도 구본준 부회장 취임 2년이 지나며 달라진 모습을 보여줄 때가 됐기 때문이다.
재계 관계자는 “구 부회장 전임 최고경영자가 이끌던 약 4년여의 시간 동안 LG전자는 ‘스마트 혁명’에 적응하지 못하며 급격히 경쟁력이 약화됐다. 하지만 총수 일가인 구 부회장이 지휘봉을 잡으면서 이전의 분위기를 일신시키고 있다”며 “삼성이 애플에 밀려 고전하다가 애플을 추격하는 데 3년여의 시간이 걸린 점을 감안하면 LG전자도 내년부터는 삼성과의 격차를 본격적으로 줄여야만 새로운 리더십에 대한 시장의 신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열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