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 개정 가능성 및 한샘 부진 등 변수…인수 후보로 거론되는 야놀자는 “사실무근”
관건은 가격이다. IMM PE 주도로 하나투어 경쟁력을 끌어올린 것은 사실이지만 주가는 크게 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IMM PE는 하나투어를 주당 5만 5000원에 인수했다. 하나투어의 주가는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2만 5000원대까지 떨어졌다가 현재 5만 원대 후반으로 올랐다. 인수 당시보다 조금 오르긴 했지만 투자 기간이 5년에 달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
그럼에도 올해가 매각 적기로 꼽히는 이유는 현재 코로나19 앤데믹(풍토병화) 영향으로 여행 수요가 폭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변수는 업계 2위 모두투어와 여기어때가 잠재적 매물로 거론되고 있다는 점이다. 일각에서는 하나투어 인수 희망자가 나타나면 IMM PE로서는 가격을 두고 장기적인 협상을 진행하기보다는 빠른 처분이 나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실적은 개선됐는데…
증권가에서는 하나투어가 올해 매출 6320억 원, 영업이익 745억 원을 거둘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는 전년 대비 매출은 53.53%, 영업이익은 118.75% 증가한 수치다.
하나투어의 실적 개선을 이끈 배경 중 하나로 꼽히는 것이 ‘하나팩 2.0’이다. 하나팩 2.0은 하나투어가 2021년 ‘노옵션·노쇼핑’을 조건으로 내건 프리미엄 여행 상품이다. 하나팩 2.0은 기존 여행 상품보다 가격은 비싸지만 강제 쇼핑과 같은 스트레스 요인은 제외했다. 하나팩 2.0은 하나투어 1분기 거래금액(GMV)의 42%를 차지했다. 하나팩 2.0은 평균판매단가가 높아 수익성에 지속적으로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다.
하나투어의 온라인 판매 비중은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10%대에서 최근 40% 수준으로 올라섰다. 덕분에 여행비지급수수료, 광고선전비 등을 아낄 수 있었다. 하나투어의 직원수는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의 60% 수준에 불과하지만 매출은 그 이상으로 높아 인당 생산성이 대폭 늘었다. 하나투어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으로 패키지여행객 회복률은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의 60% 수준이다. 연말 100%까지 회복하면 분기 기준 250억 원이 넘는 이익을 낼 수 있다.
문제는 패키지여행객 수요가 계속 증가할 수 있을지 여부다. 전반적으로 패키지여행의 인기는 줄고 있다. 모바일 인터넷 환경이 좋아지면서 중장년층도 스마트폰을 통한 자유여행이 수월해졌다. 최근 패키지여행 수요가 급증한 것은 4~5년 동안 코로나19로 인해 억눌린 데에 따른 반작용일 뿐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하반기 들어서는 패키지여행 회복률이 정체될 수 있는 셈이다.
하나투어도 해당 가능성을 인지하고 있다. 이 때문에 FIT(Free Individaul Tour)라는 이름의 자유여행객 공략 상품군을 강화했다. 세미 패키지, 2~4명 그룹 여행, 반나절 혹은 데이투어, 에어텔(항공+호텔) 등이 FIT에 해당한다. 하나투어는 1분기 실적 발표회에서 중장기적으로 전체 송출객수 기준으로 FIT 부문을 50% 성장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여행업계에서는 FIT의 성공을 섣불리 장담하지 못하고 있다.
#빠른 매각 필요한 이유
IMM PE로서는 하나투어 매각에 있어 법 개정이라는 변수가 있다. 국회에서는 의무공개매수 제도 도입을 논의 중이다. 해당 제도의 주요 내용은 최대주주 지분율이 25~50%일 때 다른 소액주주의 지분도 같은 가격으로 인수자가 매수하도록 강제하는 것이다. 최대주주가 회사를 매각할 때 최대주주만 경영권 프리미엄을 독식하는 것을 제어하기 위한 것이다. 지난 21대 국회에서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통과되지 못해 폐기됐다. 하지만 정부와 야당이 모두 공감하는 정책인 만큼 22대 국회에서는 통과 가능성이 있다.
현재 하나투어의 주요 주주는 △하모니아1호유한회사 16.68% △박상환 하나투어 회장 6.53% △권희석 하나투어 부회장 4.48% 등으로 구성돼 있다. 하모니아1호유한회사는 IMM PE가 세운 특수목적법인(SPC)이다. 의무공개매수 제도가 도입되면 하나투어 인수자는 하모니아1호유한회사, 박상환 회장, 권희석 부회장의 지분뿐 아니라 소액주주의 지분도 공개매수해 총 50%+1주를 인수해야 한다. 하나투어 잠재 인수자 입장에서는 인수대금이 법 통과 전과 비교해 두 배가량 늘어나는 셈이다.
다른 변수도 있다. IMM PE는 2019년 조성한 ‘로즈골드4호’ 펀드를 통해 하나투어를 인수했다. 로즈골드4호는 한샘, 펫프렌즈 등에도 투자했다. 이 중 한샘은 하나투어보다 사정이 훨씬 심각하다. IMM PE는 한샘을 주당 22만 1000원에 인수했지만 한샘의 현재 주가는 6만 원대에 불과하다. 사모펀드 특성상 큰 손해를 보고 매각하기는 쉽지 않다. 따라서 당분간 한샘의 매각은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펫프렌즈도 사정은 비슷하다. 애완동물 관련 산업이 기대만큼 성장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펫프렌즈는 2022년과 2023년 각각 154억 원, 171억 원의 순손실을 거뒀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한샘이나 펫프렌즈는 지금 제대로 팔릴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그나마 상황이 나은 하나투어만이라도 꼭 딜을 성사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하나투어 인수 후보자로는 부킹닷컴과 익스피디아, 해외 사모펀드 등이 거론된다. 일각에서는 야놀자를 인수 후보로 꼽고 있다. 야놀자와 하나투어는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야놀자의 자본총액은 올해 3월 말 기준 1조 4056억 원으로 자본력도 충분하다는 평가다. 그러나 야놀자 관계자는 하나투어 인수와 관련해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
반대로 야놀자가 하나투어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야놀자는 최근 들어 모두투어와 협업을 전개하고 있다. 야놀자는 지난해 사업보고서에서 모두투어 지분 3.88%를 보유하고 있다고 신고한 바 있다. 야놀자-모두투어 연합이 출범한다면 하나투어에 대형 악재가 될 수 있다.
민영훈 언론인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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