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0월 28일 열린 고양 오리온스와 삼성 썬더스의 경기에서 오리온스 최진수가 몸싸움 도중 넘어져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사진제공=KBL |
# 김승현·오세근 등 ‘슈퍼스타’ 볼 수 없다
올 시즌 서울 삼성과 안양 KGC인삼공사는 팀의 핵심 선수를 잃었다. 지난 시즌 삼성으로 이적한 김승현은 시즌 개막 직전 목 디스크 판정을 받고 수술대에 올랐다. 시즌 아웃 위기다. 디펜딩 챔피언 KGC도 시즌 개막 직전 오세근의 발목 수술을 결정했다. 11월 4일 일본으로 건너가 수술을 받는다. 역시 시즌 아웃될 가능성이 높다.
삼성과 KGC는 김승현과 오세근이 중심인 팀들이다. 지난 시즌 최하위로 추락한 삼성은 김승현 영입 이후 새 판을 짰다. 이동준과 황진원을 영입했고, 외국선수도 김승현과 호흡을 맞출 선수들로 뽑았다. 그런데 갑작스런 김승현의 부상에 김동광 삼성 감독은 운영 방향 자체를 바꿔야 했다. 결국 외국선수를 모두 교체했다. 김동광 감독은 “시즌을 코앞에 두고 김승현이 갑작스런 부상을 당해 당황스럽다. 비시즌 훈련을 열심히 했는데, 막상 시즌은 뛰어보지도 못하고 전력에서 제외돼 답답할 노릇”이라고 밝혔다. 김승현도 “이번 시즌은 뭔가 보여주려고 열심히 훈련을 했는데, 자고 일어나 갑자기 찾아온 부상에 할 말이 없다.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쳤기 때문에 최대한 빨리 재활해 코트로 복귀하는 방법밖에 없다. 수술 전부터 재활을 꾸준히 했기 때문에 복귀 시기를 단축 시킬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 고질적인 발목 부상에 시달리는 오세근(가운데)의 결장으로 이번 시즌 KGC 전력에 큰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사진제공=KBL |
삼성과 KGC뿐만이 아니다. 원주 동부와 오리온스도 부상 때문에 감독들의 주름살이 두세 배 늘었다. 지난 시즌 막강의 팀으로 불렸던 ‘동부산성’이 올 시즌 맥없이 무너졌다. 1라운드 마감 성적은 2승7패. 충격적인 추락이다. 귀화혼혈선수 이승준을 영입하며 김주성과 함께 트윈타워를 구축했지만 무용지물이 됐다. 두 빅맨을 살려줄 주축 선수들의 부상 때문이다. 가드 박지현이 무릎 부상을 당해 뒤늦게 팀에 합류했고, 허벅지 부상을 당한 이광재는 1라운드 코트에 나서지 못했다. 동부의 끈끈했던 조직력은 앞선의 부재와 함께 사라졌다.
오리온스는 검증된 외국선수를 잃고 시즌을 맞았다. 시즌 개막 직전 발목 부상을 당한 테렌스 레더는 1라운드 마지막 경기에 복귀했다. 그러나 레더의 복귀 시점에 맞물려 최진수를 부상으로 잃었다.
발목에 뼛조각이 발견된 김동욱도 통증을 참고 시즌을 뛰어야 하는 상황이다. 전태풍의 백업 가드 조효현도 부상으로 빠져 선수 기용 폭이 좁아졌다. 1라운드를 6승3패로 마감한 것이 다행인 분위기다.
▲ 지난 시즌 열린 창원 LG 세이커스와 서울 삼성 썬더스의 경기에서 삼성의 김승현이 부상으로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사진제공=KBL |
▲ KT 선수들이 부상당한 다리 근육에 얼음 주머니를 찬 채 훈련에 임하고 있다.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
# 부상, 부상, 부상…왜?
올 시즌 유독 부상 선수들이 많은 이유가 뭘까. 사실 부상은 매 시즌 반복된 일이었다. 단지 프로농구뿐 아니라 국가대표팀에서도 비일비재했다. 중요한 대회를 앞두고 부상으로 제대로된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했던 적이 허다하다. 당연히 국제대회 성적도 좋을 수 없다. 한국 남녀 농구는 지난 2012 런던올림픽 무대 동반 탈락하는 수모를 당했다.
여자프로농구도 부상에 신음하고 있는 팀이 있다. 용인 삼성생명은 주축 선수 3인방이 모두 빠졌다. 당연히 성적도 곤두박질쳤다. 1라운드 결과 1승4패. 이미선과 김계령, 김한별(미국명 킴벌리 로벌슨)이 비시즌 수술 후 재활로 언제 복귀할지 기약이 없는 처지다. 이호근 삼성생명 감독은 “주축 선수들이 빠지니 마땅히 백업을 해줄 선수들이 부족하다. 2군이라도 만들어 선수들의 기량을 끌어올려야 할 판”이라고 하소연이다. 삼성생명 구단 관계자는 “여자선수들의 경우 운동량이 너무 많다. 시즌도 길고 대표팀 소집도 있고 쉴 시간이 거의 없으니 탈이 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틀린 말이 아니다.
남녀프로농구 모두 비정상적인 리그 운영이 되고 있다. 일단 리그 자체가 너무 길다. 미국프로농구(NBA)를 제외하고 가장 긴 리그가 한국농구연맹(KBL)이다. KBL은 10개 팀이 54경기씩 총 6라운드를 치른다. 비시즌 훈련량도 많아 선수들의 몸이 성할 날이 없다. 시즌 초반 경기 일정이 빡빡한 팀은 곧바로 부상이 터져 나온다. 최진수가 꼭 그렇다. 추일승 오리온스 감독은 “우리의 경기 일정이 터프했다. 이틀에 한 번꼴로 경기를 치르면서 최진수가 좀 불안했는데 바로 부상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통증을 참고 뛰던 김동욱의 부상도 더 악화될 수밖에 없는 일정이었다. 김동욱은 지난 시즌 이후 대표팀에 발탁된 뒤 다시 팀에 합류해 강도 높은 훈련을 하다 부상이 찾아왔다. 결혼식도 미루고 훈련에만 전념한 결과였다.
각 구단의 훈련 방식도 부상 선수를 양산하는 데 한몫하고 있다. 아직도 구시대적인 훈련 방식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 대표적인 것인 트랙과 산을 뛰는 훈련 방법이다. 체력과 정신력을 강화하기 위한 훈련 방법이라고 외치고 있지만 사실상 농구 선수들에게는 치명적인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는 훈련이 될 수 있다. 타 스포츠에 비해 상대적으로 키가 크고 순간적인 동작이 많은 농구 선수들은 무릎과 발목에 무리가 많이 갈 수밖에 없다. 방열 건동대 총장은 “지금까지 미국코치협회에서 보도된 자료를 보면 미국의 수많은 코치 중 어느 팀도 산을 뛰는 농구를 했다고 보도된 적이 없다. 가끔 트랙을 뛰어 심폐 기능을 향상시키는 경우는 있었다. 그러나 체육관이나 코트에서 뛰는 것으로 농구에 필요한 체력 훈련은 충분하다. 아마추어보다 프로에서 더 성행하는 것 같다”고 일침을 놓기도 했다.
▲ KCC 훈련 모습. |
▲ KT의 훈련 모습. |
문태종의 경우 오프시즌 알아서 몸을 만든다. 시즌이 끝난 뒤 충분한 휴식을 통해 체력을 보충하고 시즌 개막에 임박해 본격적으로 몸을 만들기 시작한다. 그리고 시즌 직전 경기 감각을 끌어올린다. 오랜 습관이다. 전자랜드에서도 어느 정도 인정을 해주고 있는 부분이다.
오리온스 전태풍도 “한국에서 산을 뛰는 훈련 등 이해하지 못하는 훈련이 너무 많다. 훈련의 양도 많고 강도도 너무 세다”고 불만을 털어놨다. 여자선수들의 경우 부상에 더 취약하다. 혼혈선수로 WKBL에 들어온 선수들은 미국과 다른 훈련 방식과 강도를 견디지 못하고 대부분 무릎 부상으로 아웃됐다. 삼성생명 김한별 역시 미국서 문제가 없던 무릎 수술을 받았다. 부산 KT에서 마지막 시즌을 맞이한 서장훈이 큰 부상 없이 롱런 할 수 있는 이유는 자기만의 훈련 노하우가 있기 때문이다. 서장훈 역시 시즌을 마치면 휴식이 필수다. 이후 누가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몸을 만들고 시즌에 맞춘다. 서장훈은 “프로는 몸이 돈이다. 스스로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자신의 몸은 선수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다”고 말한다. 흔히 부상이 많은 선수를 ‘유리몸’이라 부른다. 그 누구도 ‘유리몸’이 되고 싶은 선수는 없다. 선수들 개개인 맞춤형 훈련이 진행되지 않는 한 부상은 또 찾아올 수밖에 없다.
서민교 MK스포츠 기자
시즌 일정도 벅찬데 컵대회를?
부상으로 병 들고 있는 프로농구 정규시즌에 생뚱맞은 컵대회를 집어 넣어 빈축을 사고 있다. WKBL은 올 시즌 8라운드에서 7라운드로 축소 운영하기로 한 반면 KBL은 요지부동이다. [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