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기사들 “B 마트 구간배달 도입으로 수입 삭감 우려”…‘일방 통보’ 문제 제기도
B 마트는 배민이 자체 물품 창고를 두고 운영하는 온라인 주문배달 서비스, 구간배달은 소비자(주문자)들이 쓰는 ‘알뜰배달(기사 1명이 이동하며 복수의 배달 건을 소화하는 방식)’과 같은 의미의 배민 내부 용어다. 집회 단상에 오른 구교현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라이더유니온 지부장은 B 마트 배달방식에서 구간배달 방식을 다시 없애고, 이전처럼 바로배달(기사가 한 번 이동할 때 주문 한 건만 배달하는 방식) 방식만 운영하라며 배민 측에 목소리를 높였다.
배달료를 둘러싼 배민 측과 라이더 간 갈등이 수년째 이어진 상황에서 배민이 최근 B 마트에 구간배달 방식을 도입한 것이 양측 대립에 기름을 부었다. 현재 배민 배달방식 체계는 바로배달(배민1, 한집배달)과 구간배달(알뜰배달), 두 가지로 나뉜다. 음식 주문에는 두 방식 모두 적용해온 반면 B 마트에는 바로매달 방식만 시행하다가 지난 5월 30일 구간배달 방식이 추가된 것이다.
배민의 물류서비스를 담당하는 ‘우아한청년들’ 관계자는 “B 마트 바로배달을 운영하면서 발생한 현장의 어려움(문제)을 해결하기 위해 구간배달 방식을 추가 도입했다”며 취지를 설명했다. 라이더들이 한 번에 여러 주문 건을 받아 배달하기 위해 B 마트(오프라인 물품 창고) 앞에서 배달 주문을 더 기다리는 일이 발생해 이를 해결하고자 아예 구간배달(복수 주문 배달) 방식을 도입했다는 설명이다.
라이더들이 문제 삼는 핵심 포인트는 구간배달 방식의 ‘기본요금’ 수준이다. 바로배달은 서울 기준 기본료가 3000원부터 시작인 반면 구간배달은 2200원(픽업요금 1200원, 전달요금 1000원의 합)밖에 안 돼 라이더의 배달료 수입이 줄어들었다는 주장이다.
현재 B 마트 바로배달 운임료는 서울 기준 △3000원(0~675m 미만 ) △3500원(675~1900m 미만) △3500원+100m당 80원 추가(1900m 이상) 등으로 구성된다. 구간배달 운임료는 서울 기준 △픽업요금(1200원) △전달요금(1000원) △구간요금(100m당 80원 추가) 등을 합쳐 산정된다. 중복되는 거리에서 나오는 ‘할증 비용’은 라이더에게 지급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라이더 한 명이 B 마트 배달주문을 받아 각각 A 장소(1km 거리), B 장소(2km 거리) 등 수령지 2곳에 배달을 수행할 경우 구간배달 도입 전에는 각각의 거리 요금이 온전히 적용돼 3500원, 3580원 등 총 7080원의 배달료를 받을 수 있었다. 구간배달이 도입된 후에는 두 건 모두 3000원씩 총 6000원으로, 15.3% 삭감된 배달료가 라이더에게 지급된다. 우아한청년들 관계자는 구간배달 기본료 수준에 대해 “라이더들의 수행 동선과 효율 등을 고려해 책정된 금액”이라는 짧은 설명을 내놨다.
한편 라이더들은 배민이 라이더 집단과 정확한 협의 절차 없이 B 마트 구간배달 도입을 강행했다는 문제 제기에도 화력을 쏟고 있다. 배달플랫폼노조 관계자는 “B 마트 구간배달 도입에 대한 협약을 한 적이 없어 (체결된) 협약서도 없다”며 “배민이 노조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라이더 약관을 변경해 (B 마트 구간배달 도입을) 통보했다”고 주장했다. 구교현 공공운수노조 라이더유니온 지부장은 “B 마트 구간배달에 대해 배달플랫폼 노조와 의논만 있었지 ‘(정확히) 실시한다’는 협약을 맺진 않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우아한청년들 관계자는 “구간배달을 B 마트에 적용할 때 대표교섭단체(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배달플랫폼노조)에 지속적으로 안내해 해당 사실을 알렸다”며 “구간배달 관련 내용에 대해 현재 노조와 협의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배달플랫폼노조는 배민과 상시 현안 협의 자리를 열고 있는 점은 인정했다. 노조 관계자는 “배민과 2주에 한 번씩 정책 협의를 통해 모든 현안을 회의에서 다루고 있다”며 “현재 B 마트 구간배달 도입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배민은 구간배달 도입 철회 요구에 대해 ‘당분간 노조의 요구를 들어주기 힘들 것 같다’는 답을 내놨다”며 “당분간이 어디 있겠나. 계속 B 마트 구간배달을 진행하겠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현재 국내법에 따르면 배달앱을 운영하는 기업이 해당 앱을 이용해 배달운임 수익을 얻는 라이더나 그 집단(노동조합)과 배달료 체계를 두고 협의해 동의를 구해야 할 의무는 없다. 하지만 라이더들은 배달료 체계와 금액 수준이 자신들의 벌이와 생계에 직접적 영향을 주는 만큼 배달앱 기업 측과 반드시 협의가 필요하다는 요구다.
법조계나 노동계 전문가들은 대체로 배달앱 기업을 상대로 라이더 노동자들의 입장을 배려한 배달체계 운영을 주문한다. 법무법인 원곡 최정규 변호사는 “현행법상으로는 배달앱의 일방적인 (배달료 체계) 통보를 막을 방법은 없다”면서도 “라이더들의 적정임금을 보장하기 위한 안전운임제 등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김성희 고려대 노동대학원 교수는 “라이더는 근로기준법·노조법상 노동자로 인정받기 어려워 일방적인 노동조건 변경에 저항하지 못한다”며 “기업 측도 변호사·노무사 등과 라이더의 노동권리를 논의하며 (배달료 체계 개편을) 진행하지 않았을까 싶다”고 말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배민과 같은 배달업계 선두 기업이 (라이더 등)종사자를 어떻게 대하는지가 전체 업계 분위기를 보여준다”며 “노사 간 협의를 통해 업계의 건강한 질서를 만들어 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지난 21일 현장 집회에 참석한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기자와 만나 “제22대 국회에서 추진 중인 온라인 플랫폼 독점 규제법 제정을 통해 (라이더들의) 노동 조건과 처우를 개선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통업계에선 코로나19가 주춤한 이후 배달앱 기업과 라이더 모두의 수익이 줄어드는 추세가 지속되며 양측 간 갈등이 장기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배달앱은 전체 (주문) 실적을 고려해 배달료 체제 개편을 진행할 것이고, 라이더들은 배달 수요 감소에 배달료 체계 개편까지 더해져 수익이 줄어들 것을 우려하며 갈등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소영 기자 upjsy@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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