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인지 전문치료제 영역에 속하는 ‘먹는’ 탈모치료제 시장이 또다시 뜨거워지고 있다. 경구용 탈모치료제는 2001년 한국MSD가 출시한 ‘프로페시아’가 시장을 독점해오고 있었다. 블루오션이었던 탈모치료제 시장은 2005년 12월 동아제약이 ‘알로피아’를, 올해 11월 한미약품이 ‘피나테드’를 출시하면서 경쟁구도로 진입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현재 9개 제약사에서 탈모치료제 출시를 준비하고 있어 내년에는 치열한 경쟁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탈모치료제 시장은 200억 원 규모. 최근 생활환경의 변화로 탈모 시기가 앞당겨지고 기능성 샴푸, 비누 등 탈모관련 제품 시장이 점차 커지는 추세로 볼 때 시장전망은 어둡지는 않은 편이다. 한미약품은 “내년 피나테드로 100억 원의 매출을 올릴 것”이라며 기대를 걸고 있다. 반면 한국MSD는 “그리 크지도 않은 시장인데 왜 그렇게 많은 제약사들이 뛰어들려고 하는지 모르겠다”는 입장이다. 의사가 처방권을 가진 전문의약품의 경우는 시장이 급속도로 늘지 않으니 결국은 기존 업체의 점유율을 빼앗을 것이라는 고민이다.
결국 현재 탈모치료제 시장의 이슈는 독점적 지위를 고수하려는 한국MSD와 이를 빼앗으려는 국내 제약사들 간의 신경전이다. 이는 최근 한미FTA에서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는 의약품 특허와도 관련이 있어 더욱 관심을 모으는 사안이다.
경구용 탈모치료제의 성분은 ‘피나스테리드’다. 피나스테리드는 원래 전립선비대증 치료제로 쓰이던 약품이었는데, 부작용으로 머리카락이 나는 것에 착안해 탈모치료제로 내놓은 것이다. 한국MSD는 피나스테리드 5mg 제제인 ‘프로스카’(전립선비대증 치료제)와 1mg 제제인 프로페시아(탈모치료제)를 판매하고 있다.
프로페시아는 미국에서 1997년, 국내에는 2001년 출시되었다. 이 약품의 원료물질인 피나스테리드는 2003년 물질특허가 끝났다. 따라서 국내 제약사들도 동일한 물질 제제를 만들 수 있게 된 것. 그러나 MSD 측은 ‘1mg’에 대한 용도특허를 주장하며 타 업체의 진입을 견제하고 있다. 피나스테리드 복제약품은 만들 수 있어도 탈모치료제 용도로 1mg 제재는 만들 수 없다는 것.
“똑같은 물질이라도 탈모치료제에 가장 적합한 양인 1mg을 찾아내기 위해 수많은 연구와 임상실험을 들였기 때문에 이에 대한 특허를 인정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누가 시간과 비용을 들여 제품을 개발하려 하겠는가”라는 것이 한국MSD의 입장이다.
당시 동아제약은 “국내에서는 용도특허는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라면서 “외국 제약사들의 전형적인 특허늘리기인 ‘에버그린 전략’이다”라고 반박했다. 에버그린이란 제약업계에서 오리지널 신약의 특허를 늘려 독점적 지위를 오래 유지해 ‘항상 청신호’를 유지하려는 전략을 뜻한다.
▲ (왼쪽부터) 한국MSD-프로페시아, 동아제약-알로피아, 한미약품-피나테드 | ||
2004년 피나스테리드에 대한 물질특허에 대한 동아제약과 한미약품의 질의에 대해 특허청은 명확한 입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그 사이 식품의약품안전청(식약청)에서 동아제약과 한미약품에 제네릭 제품에 대한 허가가 차례로 나고 판매가 시작됐다.
한국MSD는 “아직 특허에 대한 법적 판단도 내려지지 않았는데 식약청 허가가 난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는 반응이다. 이에 대해 식약청은 “식약청은 약품의 안전성만을 검증할 뿐 특허로 인한 사적 이익에는 관여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약품 허가에 특허를 고려하는 나라는 미국, 캐나다가 유일한데 현재 한미FTA 협상에서 미국은 용도특허를 인정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한편 지난 9월 알로피아는 생동성시험에서 데이터조작 품목에 들어가면서 판매중단되는 바람에 탈모치료제 1라운드는 싱겁게 끝나 버렸다. 동아제약은 “의뢰받은 시험기관이 수주를 유지하기 위해 조작한 것으로 보인다. 동아제약도 피해자다”라고 해명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MSD와 한미약품은 “제약회사가 우월적 지위에 있는 상태에서 시험기관이 아무런 이유 없이 데이터를 조작할 리가 없다”는 반응이다.
이 때문에 한미약품은 자사 제품이 ‘퍼스트 제네릭’(First Generic: 최초 복제약)임을 내세우고 있다. 현재는 한국MSD와 한미약품이 2라운드전을 앞두고 탐색전을 벌이고 있는 상태.
한미약품은 전문의약품 비중이 90%일 정도로 병원을 대상으로 한 영업망을 잘 구축하고 있어 금방 한국MSD를 따라잡을 것이라고 자신하고 있다. 게다가 한미약품 피나테드는 한국MSD 제품보다 가격이 20% 낮다. 업계에서는 의사가 값이 낮은 약을 고르면 차액만큼 추가 시술을 권하거나 샴푸 등의 용품을 팔 수 있는 여지가 생기기 때문에 가격 메리트가 존재한다고 보고 있다.
한미약품은 “환자의 처지를 고려하는 의사라면 같은 효과를 가지면서도 값이 싼 제네릭 약을 고를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한국MSD는 “탈모 환자는 모든 탈모 제품을 다 써보고 최후에 경구용 치료제를 찾기 때문에 값 차이보다는 효능과 안정성이 입증된 제품을 선택할 것이다. 처방료만 받는 의사로서는 검증된 약을 처방하는 것을 선호할 것이다. 또 우리는 미국 본사에서 생산된 원료를 쓰지만 타 업체들은 어디서 수입하는지 검증해볼 필요가 있다”라며 품질 차이를 강조하고 있다. 한미약품은 이에 맞서 “철 금 등도 원료는 다 수입하지 않는가. 원료를 가공하고 합성하는 기술이 더 중요하다”며 반박하고 있다.
아직까지 한국MSD는 한미약품에 대해 이렇다할 대응을 하지 않은 채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그러나 한국MSD는 “2014년까지 보장된 용도특허를 포기할 생각이 없다”는 입장이다. 국내 제약사들이 제네릭 약품을 출시하면 일일이 맞대응할 가능성을 비춘 것이다. 경구용 탈모치료제 시장이 내년에는 더 뜨거워질 것으로 전망되는 이유다.
우종국 기자 woobea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