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수입 비과세, 기타 사업도 세율 우대 혜택…템플스테이·장례 비즈니스용 인기, 귀화 신청 목적도
#후계자 못 구해 폐업
오사카시 스미요시구에 위치한 절 ‘야쿠시지(薬師寺)’는 약 400년 전 에도시대 초기에 창건됐다. 오랫동안 지역 주민에게 사랑받아온 이 절이 갑자기 부동산회사에 매각된 것은 4년 전의 일이다. 야쿠시지에 조상 대대로 무덤과 위패를 모셨던 90세 남성은 “아무런 설명도 없이 본당이 헐리고 조상의 무덤이 옮겨졌다”라며 분노했다. 어떻게 그런 일이 허용되나 싶었지만, 문의해도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라는 말만 돌아왔다.
이처럼 몇 년 사이 일본에서는 절이나 신사 등 종교법인이 매매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인터넷에는 관련 매매 중개 플랫폼이 등장해 ‘급매물 인기지역 하코네의 절’ 같은 광고 문구로 구매자를 모집 중이다.
현지 매체에 따르면, 절과 신사가 매물로 나오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소유하고 있는 주지가 빚 등으로 자금난을 겪고 있는 경우, 나머지 하나는 후계자가 없어 울며 겨자 먹기로 매각하는 경우다. 최근에는 특히 후자의 사례가 늘어나 매매가 활발해졌다고 한다.
세무사 마쓰시마 히로시 씨는 “종교법인을 소유하면 몇 가지 혜택이 있다”라고 운을 뗐다. 예를 들어 절에서 시주를 받는 등 종교활동의 수입은 비과세다. 예배당 등 종교시설에는 고정자산세가 부가되지 않으며, 주차장 사업 등 종교활동 이외의 수익 사업은 과세 대상이 되나 세율이 우대된다. 또한, 종교법인이 고정자산을 매각할 때 상당 연수(10년 정도)를 보유한 자산이라면 비과세되는 경우가 있다. 바꿔 말하면 이 점을 악용해 과세를 적용받지 않고 되팔 수도 있는 셈이다.
일반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일본의 종교법인은 종교인에 국한되지 않고 누구나 매입이 가능하다. 법인의 종교활동에 대한 심사는 각 지자체에서 하고 있는데, 종교의 자유라는 관점에서 기준이 매우 느슨할 수밖에 없다. 한 시청 직원은 “과장을 좀 보태 그럴듯한 분위기만 갖추면 종교활동으로 인정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종교법인이 매물로 나오면 절세하고 싶은 자산가, 자금세탁이 필요한 조직폭력배(야쿠자) 등이 큰 관심을 보인다”고 한다. 여기에 가세해 “최근에는 중국인 부유층의 문의도 쇄도하고 있다”라는 전언이다.
다만 모든 종교법인이 쉽게 매각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소유자의 판단으로 매각할 수 있는 것은 ‘단립 종교법인’뿐이다. 거대한 종교단체는 ‘포괄 종교법인’으로 불리며, 산하에 있는 절과 신사는 상부 조직의 허가 없이 독단적으로 매물을 내놓을 수 없다. 반면, 단립은 말 그대로 독립돼 있기 때문에 각자의 판단에 따라 매각이 가능하다. 일본 전역에는 약 18만 개의 종교법인이 있으며, 그 중 단립은 약 7000개로 알려졌다.
#중국인 “종교는 건실한 사업”
중개업을 하는 야마모토 다카오 씨는 “근래 중국인 부유층으로부터 계약 문의가 많이 들어온다”고 말했다. 절세나 자금세탁을 위해 구입한다면 시골의 낡은 절도 상관없겠지만, 중국인들은 보통 사업을 위해 일본의 종교법인을 사고 싶어 한다.
일례로 중국인 A 씨는 베이징과 상하이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며 돈을 번 뒤 10년여 전 가족과 함께 일본으로 이주했다. 현재는 도쿄에서 컨설팅업을 하고 있는데, 최근 중개업체를 통해 매물로 나온 일본 사찰 10여 곳을 둘러봤다.
사찰을 매입하려는 이유를 묻자 A 씨는 “사업적으로 튼튼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일본은 이미 고령화사회 다음 단계인 다사(多死)사회에 돌입했다. 해마다 장례나 법요(고인의 명복을 비는 불교 의식)의 수요가 높아지고 있어 관련 사업도 크게 확대되는 중이다. 얼마 전에는 일본의 한 장례업체가 ‘스님 배달’ 사업을 아마존 재팬과 제휴하기도 했다.
A 씨는 “최하위 가격부터 최상위 가격까지 폭넓게 매물을 고려하고 있다”고 한다. 그가 생각하는 알짜 매물은 묘지가 병설된 절이다. A 씨는 덧붙여 “묘지 사업을 시작한 지 10년 미만이라면 더욱 좋다”며 “30년 이상 된 묘는 신규 법요가 적어 돈벌이가 되지 않는다”고 전했다.
사찰을 구입하면 주지는 파견 업체에 의뢰할 예정이다. 파견 스님의 급여는 월 20만 엔 정도. 법요의 시주는 3만~4만 엔대로 알려졌다. 한 달에 7~8건의 법요만 받아도 별 무리 없이 급여 지급이 가능하다. 이에 A 씨는 “시주 수익은 비과세이며 다른 사업을 할 경우에도 세금 우대를 받는다. 게다가 매각할 때도 세금이 붙지 않으니 이보다 견실한 비즈니스가 없다”며 흡족해했다.
여기에 더해 그는 중국인 관광객을 겨냥한 사업도 전개하려고 한다. 최근 중국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한적한 일본의 지방 사찰에서 숙박하는 템플스테이가 유행하고 있는데, 분위기 있는 사찰을 민박시설로 개축하면 분명히 수요가 있을 것이라는 예측이다.
장래적으로는 “중국인 전용 종교법인 매매 중개업을 하고 싶다”는 포부도 밝혔다. A 씨는 “일본으로 이주하고 싶어 하는 중국인이 의외로 많다”면서 “종교법인 대표가 통상적인 영리법인보다 귀화신청이 쉽다는 사실이 암암리에 알려져 있다”고 설명했다. 재산 몰수의 불안감, 의료시설의 취약성 등 이유는 다양하지만, 특히 자녀 교육을 위해 중국을 떠나고 싶어 하는 부유층이 많다고 한다. A 씨는 “자식 교육을 위해서라면 중국인들은 돈을 아끼지 않는다. 중국 부유층을 대상으로 하는 종교법인 중개사업은 전망이 밝다”고 내다봤다.
한편 종교법인 매매의 실태가 보도되자, 일본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이러다 조상의 위패를 모시는 절(보리사) 대부분이 중국인의 소유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일본 문화청은 종교활동 이외를 목적으로 하는 종교법인 매매를 탈법행위로 규정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벌칙 규정이 없는 실정이다. 이에 종교 저널리스트 가마우치 히데토쿠는 “사업 목적의 종교법인 매매는 엄연히 종교윤리에 반하는 행위”라고 지적하며 “먼저 일본 종교계가 눈앞의 돈에 달려드는 불미스러운 일이 없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윤화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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