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살 원아 살인미수 혐의 체포 “죽일 생각은 없었다”…“반 담임 맡고 과로로 정신적 한계 내몰려” 추측도
#다른 아이들에게도 베인 상처가…
사건이 일어난 시각은 6월 7일 오전 11시경. 평온한 어린이집 원내에서 갑자기 날카로운 울음소리가 울렸다. 어린이집 관계자들이 달려가자 현장에는 피를 흘리고 쓰러진 남자 원생이 있었다. 곧바로 119에 신고해 피해 아동은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전치 4주에 해당하는 중상을 입은 것으로 파악됐다.
목격자가 없는 데다 CC(폐쇄회로)TV에도 상황이 찍히지 않아 당초 사건인지 사고인지 불분명했다. 하지만 수사 결과, 놀랍게도 보육교사 사사야마 나츠키의 범행으로 밝혀졌다. 사사야마는 “정원에서 아이들과 놀이를 한 후 교실로 돌아가던 중 어린이집 현관 부근에서 범행을 저질렀다”고 경찰에 털어놨다.
다만 사사야마는 “부상을 입힌 것은 맞지만 아이를 죽일 생각은 없었다”며 일부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전해진다. 범행 동기에 대해서는 “일과 인간관계에 지쳤고 정신적으로 내몰렸다”면서 “아이에 대한 감정이 격해져 나도 모르게 손이 나갔다”라는 취지로 진술했다. 사용된 흉기는 커터칼이었다고 한다. 이에 사사야마는 “어린이집 작업용으로 쓰려고 주머니에 넣어 둔 것이었다. 계획적으로 소지한 건 아니었다”라고 주장했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사사야마 용의자는 사건이 발생한 어린이집에서 올해 2월부터 근무를 시작해 4월에 반 담임을 맡았다. “근무 태도는 성실했다”라는 동료 교사의 증언이 나왔다. 그런데 한 가지 의문스러운 점이 있었다. 사사야마 용의자의 반 아이들이 다른 반에 비해 베인 상처나 찰과상을 입은 일이 많았다는 것이다. 수사당국은 이에 대해서도 단순한 사고가 아니라 사사야마의 의도적인 행동인지 조사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고교 동창들은 “착하고 활달한 성격”으로 사사야마를 기억했다. 그의 고교 담임교사는 “성실하고 누구에게나 상냥한 아이였다”라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동급생이었던 한 남성은 “굉장히 온화하고 밝았다. ‘아이가 귀엽다’라는 말을 자주 해서 보육교사가 적성에 잘 맞는다고 생각했을 정도”라고 했다. 남성은 “사회에 나온 뒤 어떤 일이 있었길래 그렇게 끔찍한 범행을 저지른 것인지 믿기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용의자의 한 지인은 “사사야마가 가족 때문에 고민이 많았다”라고 전했다. 사사야마 부친의 건강이 최근 나빠져 모친이 아침부터 밤까지 일하며 집안 살림을 책임지는 형편이었다고 한다. “아직 어린 동생이 있어 사사야마가 경제적으로 부담감을 많이 느끼는 것처럼 보였다”라는 증언이다. 더욱이 새로 바뀐 직장 환경에도 적응하지 못했다고 한다. 물론 어떤 이유에서든 아이에게 칼을 들이댄 범행은 용서받을 수 없는 일이다.
#SNS에 “요즘 무서운 꿈을 자주 꾼다”
일본 인터넷에서는 용의자가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소셜미디어(SNS) 게시물이 공유돼 화제가 되기도 했다. 작년 6월까지는 친구들과 찍은 사진이 많이 올라오는 등 고민거리가 있어 보이지는 않았다. 변화가 감지된 것은 근무 시작 1개월째다. “오늘 수업할 때 전부 잘 되지 않았는데, 업무와 맞지 않는 건가. 싫어졌다”라며 일과 관련된 글이 올라왔다. 보육교사를 꿈꿨으나 막상 취업한 뒤 이상과 현실의 간극에서 고민하는 모습이랄지, 열악한 근무환경에 대해 푸념을 늘어놓는 등 흔히 들어볼 법한 이야기들이다.
하지만 이직하고 불과 2개월 만에, 정확히 짚자면 반 담임을 맡은 4월부터 용의자의 SNS는 “요즘 무서운 꿈을 자주 꾼다” “눈에 영혼이 없다. 역시 2주 연속 6일 근무는 피곤하다” “아침 4시가 되면 갑작스러운 복통이 찾아온다” “무서워서 소리를 지르며 일어난다. 봐서는 안 되는 것이 내 눈앞에 있다. 제발 멈춰 줘” 등 호러 내용으로 바뀌어 간다.
현지 매체에 따르면 “용의자가 근무하고 있던 어린이집은 원아 250명 정원에 직원 수가 비상근을 포함해 40명이었다”고 한다. 그중 10명의 보육교사가 올해 3월 대량 퇴직한 사실이 새롭게 알려졌다. 일본 인터넷상에서는 “용의자가 과도한 근무로 정신적 한계에 몰렸고 어린이집 측이 이런 상태를 알고 있으면서도 일손이 부족해 업무를 강요한 것 아니냐”는 추측이 이어졌다.
이와 관련, 어린이집 측은 “3월 말에 10명 정도 직원이 관둔 것은 맞다. 그러나 결혼을 계기로 그만둔 교사가 있는가 하면, 다시 복직한 이도 있다. 교사에게 과중한 부담을 강요하는 갑질은 없었다”고 반박했다. 또 “변호사와 의사 등으로 구성된 조사위원회를 설치해 조속한 진상 규명과 재발 방지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강윤화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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