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발 등판 전날 새벽까지 술자리 참석…‘30경기 출장 정지, 사회 봉사 활동 40시간’ 징계
롯데 팬들이 그를 향해 야유를 보낸 건 단순히 그의 부진한 성적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는 선발 등판 전날 새벽까지 지인들과 함께 술자리에 있었고, 한 팬이 이 모습을 촬영해 야구 커뮤니티에 올리면서 알려졌다. 바로 롯데 나균안이었다.
나균안이 선발 당일 새벽까지 술자리를 했다는 사실은 이후 롯데 구단과 김태형 감독 귀에 들어갔다. 김 감독은 크게 실망했다. 음주 여부보다 선발 투수가 등판 날 새벽까지 술자리에 있었다는 사실이 도저히 납득되지 않았던 것이다. 구단과 감독은 선발 투수 교체까지 고려했지만 부상 사유 외에는 선발 투수를 변경할 수 없다는 선발 예고제에 의해 나균안을 그대로 마운드에 올릴 수밖에 없었다.
새벽 술자리 이후의 등판 결과는 처참했다. 1⅔이닝 7피안타(1피홈런) 6볼넷 2탈삼진 8실점으로 최악의 투구를 선보였던 것. 김태형 감독은 나균안이 1회부터 흔들렸음에도 불펜에 투수를 대기시키지 않았다. 2회까지 83구를 던지고 마운드를 내려오는 나균안을 향해 팬들은 실망감과 분노를 야유로 대신했다. 그동안 나균안에게 응원을 보냈던 팬들마저 선수의 실망스러운 자기 관리에 등을 돌리고 말았다.
나균안의 일탈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올 시즌을 앞두고 롯데의 새로운 사령탑으로 부임한 김태형 감독이 의욕적으로 시작한 스프링캠프 기간 중 나균안의 불륜 의혹이 터진 것이다. 지난 2월 나균안의 아내 A 씨는 자신의 SNS를 통해 남편의 불륜 내용을 폭로했다. 나균안이 외도를 저지른 것은 물론 일방적으로 이혼을 요구했으며 가정 폭력까지 행사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나균안은 구단과 선수들, 팬들에게 죄송하다면서 아내가 폭로한 내용이 사실이 아니기 때문에 법무적인 대응을 진행 중이라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김태형 감독도 ‘집안 문제’라고 선을 그은 다음 나균안을 선발 로테이션에 포함시키며 신뢰를 보냈다.
올 시즌 나균안은 14경기 2승 7채 60.2이닝 평균자책점 9.05에 그쳤다. 올 시즌 50이닝 이상을 소화한 리그 전체 투수 가운데 가장 저조한 평균자책점이다. 김태형 감독이 사생활 논란에도 불구하고 선수에게 힘을 실어줬지만 나균안은 마운드에서 보답하지 못했고, KIA전 선발 등판 앞두고 새벽까지 술자리에 있다가 그날 경기에 나선 것이다.
선발 투수는 보통 등판 당일 다른 선수들보다 늦게 출근한다. 최대한 경기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구단에서도 선발 투수의 루틴은 간섭하지 않는다. 맑은 정신으로 상대 팀을 분석하고 포수와 상대 타선을 어떻게 공략할지를 준비해야 하는 선발 투수가 당일 새벽까지 술자리에 있었다는 건 도저히 용납되지 않는 행동이다.
나균안은 마산용마고를 졸업하고 2017 신인드래프트 2차 1라운드 3순위로 롯데 유니폼을 입었다. 입단 초기에는 ‘강민호의 후계자’로 불릴 만큼 대형 포수 유망주로 큰 기대를 받았지만 공격과 수비에서 모두 기대에 못 미쳤다.
나균안은 2020년 7월 포수와 투수를 겸업하는 상황에서 원래의 나종덕에서 나균안으로 개명하며 변화를 꾀했다. ‘균안’이라는 이름은 ‘개간할 균(畇)’과 ‘기러기 안(雁)’을 써서 ‘노력한 만큼 높이 올라가는 사람이 되자’는 뜻을 담았다고 한다.
나균안 2021년 1승 2패 1세이브 1홀드 평균자책점 6.41을, 2022년 39경기 3승 8패 2홀드 평균자책점 3.98을 기록했다가 2023년 6승 8패 평균자책점 3.80을 올리고 선발 투수로 자리매김했다.
지난해 나균안은 국가대표에 선발돼 항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 획득으로 병역 혜택까지 받았다. 2024시즌 연봉도 2억 5000만 원으로 오르며 인생 역전 스토리를 만들었다. 그런데 불과 1년도 안 돼 나균안은 야구는 물론 사생활까지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1년 전 나균안은 선발 투수로 좋은 활약을 펼칠 때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당시 롯데 팬들에게 응원을 받는 상황을 이렇게 표현한 바 있다.
“정말 오랜만에 관중들의 함성이 뜨겁게 느껴졌다. ‘부산 갈매기’를 떼창으로 부르는 관중들 소리에 소름이 돋을 정도였다. 팬들이 보인 파도타기 응원을 보면서 정말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는 포수 나종덕으로 롯데 팬들에게 실망을 안겨준 점을 떠올리며 나종덕의 빚을 다 갚기엔 아직 멀었다고 말했다. “포수 나종덕에게 실망한 팬들이 많을 텐데 조금씩 갚아나간다는 마음가짐으로 경기에 임하겠다”는 각오도 덧붙였다.
나균안은 어릴 때부터 롯데 야구를 보고 성장했고, 롯데 야구를 보며 야구 선수의 꿈을 키웠다고 말했다. 그래서 신인 드래프트를 통해 롯데 지명을 받고 유니폼을 입고 모자를 쓴 순간 머리가 하얘졌다고 설명한 바 있다.
“포수할 때는 야구장 나오는 게 너무 무서웠다. 공황장애를 겪을 정도였다. 그런데 지금 그때를 돌이켜보면 그 경험이 나한테 무척 값진 시간들이었다고 생각한다.”
나균안은 구단에서, 감독이 기대하는 만큼의 성적을 내지 못할 때가 가장 두려웠다고 말했다.
“그게 정말 힘들었다. 나를 믿고 기용해 주신 감독님, 코치님한테 너무 죄송했고, 내가 못 해도 밤늦게까지 내 사인을 받으려고 기다려주고, 응원해주신 팬들을 대할 때마다 행복함을 느끼기보다 두려운 마음이 컸다. 그로 인해 위축된 적도 많았고, 타석에 들어서기도 무서웠고, 포수 마스크가 부담으로 느껴졌다.”
나균안은 투수 전향후 야구를 새롭게 느낄 수 있었다고 한다. 처음에는 재미 삼아 한 번 던져보자고 했던 게 어느 순간부터 진짜 재미있다고 생각했다는 것.
나균안의 투수 전향 결정은 성공적이었다. 성적도 성적이지만 아시안게임 대표팀 선수로 병역 면제 혜택을 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나균안에게 “지금 행복하느냐”고 물었다. 나균안은 이런 대답을 들려줬다. “지금은 집에 들어가는 게 정말 행복하다. 아내도 나를 이전과 다른 사람으로 보는 것 같다”라고 말이다.
“집에 들어가는 게 행복하다”고 말했던 나균안은 이후 불륜 의혹에 휩싸였고, 아내와의 불화가 세상에 알려졌으며 최근 등판 당인 새벽 술자리 참석으로 팬들에게 배신감을 떠안겼다.
새벽 음주의 후유증인지 아니면 집중력을 잃은 탓인지 나균안 KIA전에 난타를 당했고, 정상적인 마운드 운영을 선보이지 못했다. 이후 나균안은 2군으로 내려갔다. 워크에식은 물론 책임감 없는 행동으로 분위기를 흐트려 놓은 나균안에 대해 구단에선 자체 징계위원회를 열었고, 28일 ‘30경기 출장 정지, 사회 봉사 활동 40시간’이란 징계를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포수로 프로 생활을 시작했고, 이후 개명까지 하면서 절박함, 간절함을 나타냈던 나균안. 아무리 술을 좋아하는 선수라고 해도 선발 투수들은 경기 전날, 공을 던진 당일에는 술을 마시지 않는다. 대부분의 선발 투수들은 이 루틴을 정확히 지킨다. 그게 자신의 몸을 보호하고, 자신을 응원하고 지지하는 팬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균안은 그 ‘최소한의 예의’마저 저버렸다. 앞으로 그가 부정적인 여론을 등에 업고 어떻게 선수 생활을 이어가게 될지 궁금할 따름이다.
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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