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취록 공개·시민단체 문제제기·학부모 입장문 거치며 여론 요동…검찰 어떤 혐의 적용하느냐가 관건
여론은 SON축구아카데미 측과 고소를 진행한 A 군 부친 사이의 대화가 담긴 녹취록이 공개되면서 요동치기 시작했다. 녹취록에는 양측이 합의금을 두고 의견을 주고받는 내용, 합의금 조정 결렬 과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특히 A 군 부친이 손 감독 측 법률 대리인에게 “5억 원 받아주면 내가 1억 원 줄게. 현금으로”라고 제안한 대목이 논란이 됐다.
손웅정 감독은 손흥민 선수의 부친이다. 이 부분도 합의금 조정 과정에서 거론됐다. 녹취록에 따르면 A 군 부친은 “손웅정 감독님하고 손흥윤(손흥민 친형) 하고 다 껴 있는 거다. 합의하려면 돈이 중요한데, 이미지 실추랑 생각하면 5억 가치도 안 되느냐”고 말했다. 이에 손 감독 측은 “이는 (손)흥민이와 전혀 별개 사건이다. 절대로 흥민이와 결부시키지 말라”는 입장을 보였다. 합의금 조정은 5월 말 최종 결렬된 것으로 알려졌다.
녹취록 공개 이후 여론이 급변하자 A 군 부친이 반박에 나섰다. JTBC와 인터뷰에서 A 군 부친은 “법원 가서 이렇게 돈 많이 요구하고 협박을 해서 합의가 안 됐다, 이런 식으로 여론몰이 해 솜방망이 처벌받고 끝내려고 하는 심산”이라며 “장난 섞인 대화를 임의로 편집해 피해자 가족들을 사회적으로 고립시키려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SBS ‘모닝와이드’와 인터뷰에서는 A 군 부친이 “가족들은 되게 힘든 시기를 겪고 있다. 집사람하고 저하고 지금 파렴치한, 돈 뜯어내려고 하는 그런 말도 안 되는 부모가 됐다”고 토로했다.
A 군 부모의 기본적인 입장은 ‘녹취록은 불법으로 녹취된 대화’라는 점과 ‘아동학대라는 본질에서 벗어난 여론몰이’라는 점이다. 실제로 녹취록을 통해 드러난 합의 과정을 두고 여론이 요동치고 있지만 여전히 본질은 유소년 선수에 대한 욕설과 체벌 등 아동학대 혐의다.
문화연대 대안체육회, 민변(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문화예술스포츠위원회, 스포츠인권연구소, 체육시민연대 등은 지난 1일 발표한 성명서를 통해 “스포츠계의 폭력 종식에 대해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지고, 인권 보호를 위한 여러 제도적 장치들이 만들어졌지만 이와 같은 사건이 또 다시 벌어졌다는 사실에 참담함을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손웅정 감독은 입장문을 통해 “모든 것을 걸고 맹세컨대 아카데미 지도자들의 행동에 있어서 아이들에 대한 사랑이 전제가 되지 않은 언행과 행동은 결코 없었다”고 밝힌 바 있다. 이 부분에 대해 성명서는 “이는 그동안 반복된 스포츠계 인권 침해 사건에서의 가해자들의 변명과 크게 다르지 않다. 오히려 그들의 인권감수성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을 증명할 따름”이라고 지적했다.
이들 단체는 지난 4일 ‘SON축구아카데미 스포츠 폭력 사건을 통해 돌아본 아동·청소년 스포츠 인권의 현 주소’라는 제목의 긴급토론회를 개최했다. 또 체육계 인권 보호를 전담하는 기구 스포츠윤리센터도 손웅정 감독 등 SON축구아카데미 지도자들에 대한 사전 조사를 실시하기로 결정했다.
반면 SON축구아카데미 학부모들은 4일 입장문을 내 지도자들을 옹호했다. 학부모들은 “단 하루라도 감독님을 겪어본 사람이라면, 피해자라 주장하는 그 학부모처럼 아이가 학대를 당하고 있다고는 절대 말할 수 없을 것”이라며 “이렇게 진심으로 아이들을 대한다는 느낌을 받은 지도자는 만나본 적이 없다. 저러다 쓰러지는 것은 아닐까 날마다 걱정스러울 정도로 운동장에서 열정을 쏟아내는 지도자도 본 적이 없고, 그렇게 해맑게 웃으며 아이들을 안아주는 지도자도 만나본 적이 없다”고 밝혔다. 또 “여태 운동장에 한번 와보지도 않은 시민단체라는 사람들은 직접 만나보지도 않았을 감독님을 폭력적이라며 비판하고 있고, 눈길 한번 주지 않던 스포츠윤리센터는 아카데미를 들쑤시겠다며 예고를 하고 있다”며 강한 불만을 표출했다.
수사기관도 움직이고 있다. 지난 4월 강원경찰청에서 이 사건을 송치 받은 춘천지검은 7월 2일 손웅정 감독 등 3명에 대해 첫 소환조사를 진행했다. 기소 여부가 곧 결정될 것으로 보이는데, 법조계에선 기소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기본적으로 손웅정 감독도 훈련 도중 벌어진 욕설과 체벌 등을 어느 정도 인정하고 있다. 입장문을 통해 손 감독은 “저는 나태한 모습을 보이는 아이에게는 불호령을 내리고 집중력을 끌어올린다. 물론 운동장에서의 제 모습에 아이들은 처음에는 겁을 먹기도 한다”고 밝힌 뒤 “시대의 변화와 법에서 정하는 기준을 캐치하지 못하고 제 방식대로만 아이들을 지도한 점 반성하겠다”고 밝혔다.
기소가 이뤄질 경우 검찰이 어떤 혐의를 적용하느냐가 관심이다. 경찰은 ‘아동복지법상 아동학대 혐의’를 적용했는데 검찰이 ‘단순폭행 혐의’를 적용할 수도 있다. 손 감독 측은 단순폭행 혐의는 인정하지만 아동학대까지는 아니라는 입장으로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단순폭행이 아닌 아동학대를 적용하려면 경위, 횟수, 피해 정도, 고의성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경찰은 단순폭행을 넘어서는 정서적인 학대가 있었다고 판단해 아동학대 혐의를 적용했다.
아동복지법상 아동학대 관련 범죄로 벌금형을 받으면 형 확정일부터 1년 동안 아동 관련 기관 취업이 제한되고, 징역·금고 또는 치료감호 3년 이상의 형을 받으면 형 종료나 집행유예 면제일부터 5년 동안 아동 관련 기관 취업이 제한된다. 손웅정 감독과 코치들이 아동학대로 최소 벌금형이라도 받는다면 SON축구아카데미는 1년 동안 운영이 중단된다.
이런 부분을 감안해 SON축구아카데미 측이 A 군 부친과 합의를 시도했던 것으로 보이지만 관련 녹취록까지 공개된 상황에서 더 이상 합의 시도는 어려워 보인다. 손웅정 감독은 입장문을 통해 “고소인 측에 사과의 말씀을 드리고 사태의 원만한 해결을 도모하고자 노력했다”며 “안타깝게도 합의에 이르지 못했으며 현재 별도의 합의 없이 정확한 사실관계에 입각한 공정한 법적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이제 ‘아동학대란 본질’은 검찰과 법원을 통한 법적으로 시시비비가 가려질 전망이다.
김은 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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