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죽은 물고기 수거 경북 구미시 낙동강변에서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해 시와 환경안전공단 관계자가 죽은 물고기를 치우고 있다. 지역 환경단체들은 4대강 사업으로 인한 물고기 폐사 가능성을 제기했다. 연합뉴스 |
“실태조사를 토대로 4대강에 설치된 대형 보 철거 여부와 훼손된 습지 복원을 검토하겠다.”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공평동 안철수 후보 선거캠프의 기자회견장에서는 안 후보의 환경에너지 분야 정책이 발표됐다. 안 후보 측 환경에너지포럼 대표인 안병옥 기후변화행동연구소장은 이미 완료된 사업일지라도 환경성, 경제성, 기후변화 취약성, 안전성 등에 대한 종합적인 실태조사 및 평가를 실시해 4대강 복원을 고려하겠다는 뜻을 내비췄다.
보 철거나 복원과 같은 직접적인 표현을 쓰진 않았으나 문재인 후보 역시 4대강 사업에 대해 비판적인 자세를 고수하고 있다. 문 후보는 향후 시민사회와 전문가가 참여하는 ‘국민검증위원회’를 구성해 4대강 사업 전반에 대해서 철저히 검증하겠다고 공약했다. 자연환경이 훼손된 부분이 있다면 이를 바로잡아 생태계를 복원하겠다는 구상이다.
두 후보 모두 구체적인 사안은 언급하지 않았으나 재검토라는 말 한마디에 사회적인 파장은 상당하다.
우선 환경단체에서는 보 철거 및 복원작업만으로도 손상된 환경을 되돌릴 수 있을 것이라며 적극 환영하는 입장이다.
녹색연합 황인철 4대강 팀장은 “현재 보 건설로 인해 수질악화가 심각한 상태다. 녹조현상이 심해지고 금강에서는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했다. 흐르던 강물을 강제로 막아 이전 환경에 살던 생물들이 지금은 살 수 없게 됐다”며 “보를 철거한다면 수질환경이 개선되고 자연히 생태계도 되돌아 올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석범 수자원개발기술자도 “보는 홍수피해를 가중시킬 뿐만 아니라 수질오염도 악화시킨다. 보는 단지 수위를 높여서 얻을 수 있는 수상레저, 취수용이, 에너지발전 등의 기능 이외에는 없다”며 “솔직히 4대강 사업에서 보만 설치하지 않았더라도 그 효과는 막대했을 것이다. 그러나 보 건설로 인해 역효과가 더 커졌기에 수많은 문제가 생겨났다”고 말했다.
하지만 보 철거만으로는 완벽한 복원을 이룰 수 없다는 의견도 있다. 동국대학교 오충현 교수는 “준설작업 등으로 4대강 인근의 환경은 완벽히 변화됐다. 때문에 단순히 보를 철거한다고 복원이 되진 않을 것이다. 물론 환경을 위해서는 보를 철거하고 꾸준한 복원작업을 해야 하는 것이 맞지만 서두르면 되레 일을 망치게 될 위험이 있다는 말”이라며 “일단은 완성단계에 이른 4대강 사업을 완벽하게 모니터링 하고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향에서 개선작업을 시작해야 한다. 공사는 2~3년밖에 걸리지 않았지만 이를 다시 되돌리기 위해서는 최소 30~40년의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22조 원이라는 거액이 투입된 사업인 만큼 경제적인 부분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기껏 완성해놓은 보를 하루아침에 없애버리는 것이 더 큰 낭비라는 쪽과 유지비용보다 철거비용이 훨씬 적게 든다는 것이 반대 측 주장이다.
서울과학기술대 윤석구 교수는 “철거작업이 가장 까다롭다고 평가받는 낙동강의 합천보를 기준으로 했을 때 보 폭파비용 및 공사기간 동안 물길을 막을 수 있도록 설치해야 하는 가물막이 공사비용, 도로건설, 폐기물 운반처리 비용 등 모든 것을 고려해도 126억 원 밖에 들지 않는다. 총 16개의 보가 있으니 2016억 원의 비용으로도 보 철거작업이 가능하다는 얘기”라며 “4대강 유지관리에만 매년 2000억 원의 예산이 투입돼야 할 것으로 보이는데 일 년 만에 철거비용 원금을 회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4대강 사업으로 인해 재정낭비가 상당했다고 말하면서도 복원에 대해서는 보다 신중한 입장을 표했다. 경실련 국책사업팀 관계자는 “4대강 사업은 워낙 규모가 컸기 때문에 중단 및 복원에도 쉽사리 분석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게다가 아직까지 복원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이 제시되지 않았기에 섣불리 작업에 나섰다가 예상치 못한 손실이 생길 수도 있다”며 “4대강의 직접적인 개발비용과 주변 환경 개선 작업에 투자한 금액을 모두 합하면 30조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갑자기 없애버리면 또 다른 과오를 저지를 수도 있으니 전 사업에 대한 완벽한 평가부터 끝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 하늘에서 내려다 본 경기도 여주군 남한강 이포보의 모습. 사진제공=청와대 |
또한 국토부는 4대강 유지관리 비용과 환경파괴 논란에도 적극 반박했다. 심 본부장은 “일부 학자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천문학적인 금액이 들지 않을 것이다. 올해 4대강 유지관리 비용은 1368억 원이었고 내년에도 비슷할 것”이라며 “하천 안의 쓰레기만도 15톤 트럭으로 무려 20만대 분을 치웠다. 4대강이 환경을 파괴한다는 주장은 근거 없는 이야기”라고 일축했다.
4대강 인근에 거주하는 국민들의 반응도 양쪽으로 나뉘었다. 사업 초기부터 4대강 사업에 찬성했던 경기도 여주시의 일부 시민단체는 보 철거를 주장하는 안철수 후보 캠프를 찾아가 직접 반대 서한문을 전달했다. 여주녹색성장실천연합회 김연태 회장은 “4대강 사업을 사실상 폐기하고 백지화한다는 소식을 듣고 11만 여주군민 모두가 큰 실망과 분노를 느꼈다”며 “4대강 사업으로 고질적 홍수 위협에서 벗어났으며 보 설치로 인해 여주를 찾는 관광객이 늘어 지역경제에 큰 보탬이 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경북 성주군 및 일부 지방자지단체에서는 오히려 4대강 사업으로 인해 농지가 침수되고 물난리를 겪고 있다며 즉각 철회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4대강 사업을 중지해달라며 수차례 민원을 제기했다는 성주군민 방 아무개 씨는 “빗물에 쓸려온 모래가 낙동강으로 빠지는 배수관을 막아 물이 역류해 참외농가에도 상당한 피해를 입었다. 낙동강은 쓰레기 천국으로 변했고 올해는 평생 겪지 않았던 물난리까지 발생했다. 누가 이를 다 보상해줄 것이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는 4대강 사업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피하고 있다. 대신 당 차원에서의 목소리는 뚜렷하다. 안 후보의 4대강 보 철거 검토 방침이 전해지자 지난 5일 이철수 새누리당 원내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단순히 표를 얻기 위한 탁상공론인지 아니면 아무 생각 없이 던진 ‘무상(無想)공론’인지 모르겠다. 올해 볼라벤과 산바 등 두 번의 태풍을 끄떡없이 견뎌낼 수 있었던 것은 바로 보의 영향이 컸다”며 안 후보의 공약을 ‘헛발질’로 표현했다.
박민정 기자 mmjj@ilyo.co.kr
예산 ‘찔끔’ 일정 ‘빡빡’…보는 ‘쩍쩍’
첫삽을 뜨기 전부터 시끄러웠던 4대강 사업은 완공단계에 이르러서도 여전히 바람 잘 날이 없다. 특히 공사가 마무리 된 16개의 보를 둘러싸고 여러 시민단체들이 부실공사 의혹을 제기해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준공 4개월 만에 낙동강 구미보의 콘크리트 본체에서 물이 새고 상주보에서는 바닥보호공 침하 및 물받이공에서도 균열과 침하가 발견된 것이다.
이런 상황에 4대강 사업에 참여했던 시공사들은 가시방석에 앉은 꼴이 됐다. 국책사업이라 일차적 비난의 화살은 정부로 돌아갔으나 결국 부실공사 논란의 책임은 시공사가 해결해야 할 문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공사들도 나름 할 말이 있다는 입장이다. 악조건 속에서 이와 같은 사태는 예견된 일이나 다름없었다는 속내도 털어놨다.
A 건설 관계자는 “4대강 사업은 워낙 규모가 큰 공사라 대규모 건설사가 아니면 엄두도 못 내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누가 봐도 수익성이 날 사업은 아니라 참여가 꺼려졌다. 그러나 국책사업이라 등 떠밀려 참여하게 됐는데 이젠 욕까지 먹고 있으니 우리도 답답한 심정”이라고 토로했다.
시공사들은 부실공사 논란이 일고 있는 것도 애초부터 무리한 일정을 잡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B 건설 관계자는 “전문가들은 공사일정을 보고 입을 딱 벌렸다. 2교대로도 감당할 수 없는 작업이라 3교대로 인부들을 고용해 불철주야 작업을 마칠 수밖에 없었다. 막바지엔 모두들 극한의 상황에 처할 수밖에 없었는데 인부도 사람이다 보니 실수도 발생했을 것이고 결국 부실공사 논란이 생겨났다”고 말했다.
예산문제도 지적됐다. 앞서의 B 건설 관계자는 “책정된 예산 자체가 너무 적어 애로사항이 많았다. 강바닥을 파내다보면 어마어마한 모래가 나오는데 이를 쌓아둘 곳이 없어 먼 곳까지 트럭으로 실어 날랐다. 이 같은 상황이 여기저기서 발생하다 보니 예상보다 돈이 더 많이 들어가 자재나 공정 등에서 제대로 신경 쓸 수 없는 부분이 많이 생겨났다”고 말했다.
시민단체의 현장공사 방해도 이번 사태의 원인으로 꼽았다. C 건설 관계자는 “4대강 사업에는 유독 환경단체를 포함한 시민단체들의 반대가 심했다. 무단으로 현장에 침입해 반대집회를 열면서 공사를 지연시키거나 중단시켰다”며 “공사하기도 바쁜 우리로서는 이러한 시민단체들과 불필요한 소모전을 갖게 되면서 인력낭비, 작업 중단으로 인한 추가적 비용 발생 등 복합적인 유무형의 피해가 과도하게 발생됐다. 결국 공사에만 집중할 수 없는 환경이 돼버려 애로사항이 많았다”고 말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