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고생 통학길 니시후나바시역 악명 높아…재범률 36% 유부남 다수 “중독성 강해 치료 필수”
#도촬범들이 몰리는 이유
일본 지바현의 니시후나바시역은 도촬 범죄로 악명 높은 곳 중 하나다. 소부선, 무사시노선, 도자이선 등 5개의 노선이 오가는 역으로, 하루 이용자 수가 현내 최다로 알려졌다. 지역 신문에 의하면 “지바현 후나바시시 경찰서 관할 내에서 발생하는 도촬 사건의 절반가량이 이 역에서 일어난다”고 한다.
해당 역 내부 통로에는 ‘주의! 도촬 다발 장소’라는 거대한 경고문이 붙어 있으며, 시각적으로 눈에 잘 띄는 픽토그램(그림문자)을 사용한 ‘도촬 피해 방지 스티커’도 곳곳에 부착돼 있다. 승강장으로 이어지는 에스컬레이터를 타면 이색 광경도 펼쳐진다. 왼쪽 벽면에 커다란 거울이 설치돼 있는 것. 거울이 있으면 무심코 바라보는 심리를 이용한 것으로 여성이 거울을 통해 등 뒤를 살피는 효과를 노렸다.
방지책을 총동원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도촬 피해는 줄어들지 않고 있다. 주간겐다이에 따르면, 니시후나바시역에 도촬범이 몰리는 이유는 두 가지다. 하나는 교복 차림의 여고생들이 통학을 위해 많이 이용하는 역이라는 것. 나머지 하나는 역 구조상 도촬하기 쉬운 장소라는 점이다. 가령 니시후나바시역의 개찰구는 2층에 위치하는데, 승강장까지 올라가는 에스컬레이터가 20m로 비교적 길기 때문에 도촬 시간을 확보할 수 있다. 또한 2층에는 다양한 매점들이 즐비하고, 쉼터 공간도 넓어 도촬범이 ‘타깃’을 정하기까지의 대기 장소로 활용된다.
흔히 도촬에는 스마트폰 무음 앱을 활용하는 것이 전형적인 수법이다. 여기에 갈수록 촬영 도구도 진화하고 있다. 펜이나 손목시계, 안경으로 위장한 초소형 카메라가 차례차례 등장하는가 하면, 스마트폰으로 원격 조작해 줌인 촬영도 가능하다. 더욱이 이러한 상품을 인터넷에서 쉽게 구매할 수 있다는 점도 문제다. 예전에는 2만~3만 엔(약 18만~27만 원) 했던 것들이 최근에는 값싼 중국산 제품의 보급으로 3000엔(약 2만 7000원)이면 손에 넣을 수 있게 됐다.
#암시장 규모는 900억 원대
도촬 범죄는 피해자가 알아차리기 어렵고, 현행범으로 체포되는 경우도 드물다. 이에 전문가들은 “검거되는 건수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로 현장에서 검거된 범인들은 대부분 잡히기 전까지 30~100번 촬영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잡히지 않고 성공한 경험이 쌓이기 때문에 이들의 행동은 점점 악화된다. 흡사 도둑질하기 직전에 느끼는 흥분과 긴장감, 그리고 성공했을 때의 쾌감으로 도벽을 끊지 못하는 것과 유사하다.
일본 인터넷상에는 도촬한 영상을 유통하는 사이트도 다수 존재한다. 도촬범들의 암시장이다. 놀랍게도 “관련 시장 규모는 100억 엔(약 912억 원)에 이른다”고 한다. 경찰도 이러한 암시장의 존재를 알고는 있지만, 해외에 사이트 서버를 두는 등 수법이 교묘해 수사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일례로 2023년 2월, 상업시설 등에서 100명이 넘는 여성들의 치마 속을 몰래 촬영한 혐의로 모리 마사노리 용의자가 체포됐다. 그는 불법 촬영한 영상을 온라인에 팔아 12년간 적어도 1억 5000만 엔(약 14억 원)의 부당 이익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고, 이는 일본 사회에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현지에서는 “관련 법을 강화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졌다.
일본 정부는 2023년 7월 ‘성적 모습 촬영죄’를 신설해 몰카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이 법에 따르면 동의 없이 타인의 중요 부위를 촬영, 배포 그리고 소지하는 것을 금지하는 것은 물론 타인의 성행위를 몰래 촬영하는 행위 역시 범죄 행위로 간주한다. 또한 아동을 대상으로 성적 모습을 촬영하는 행위 역시 처벌 대상이다. 이를 위반할 시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만 엔(약 2700만 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재범률을 낮춰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본 법무성이 2015년 발표한 범죄백서에는 성범죄자의 유형별 재범률이 정리돼 있는데, 몰래카메라형 재범률은 무려 36.4%에 달한다. 전문가들은 “몰래카메라를 범죄로 인식하지 않고 가볍게 여기는 경향이 있다”면서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충격과 상처는 너무나도 크다. 사회적 인신 전환이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범 막으려면 치료가 필수
도촬 등 성폭력 피해 사건을 주로 맡아온 가사이 구니타카 변호사는 “도촬 사건의 가해자 중에는 의외로 유부남이 많다”고 밝혔다. 범죄인 줄 알면서도 중독성이 매우 강해 수렁에서 쉽사리 빠져나오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미국 범죄심리학 연구에 의하면 “이러한 병적인 도촬범 중엔 유소년기에 부모의 성행위를 목격한 사람이 많다”고 한다.
몰래카메라 촬영이 잘못인 줄 알면서도 도저히 멈출 수가 없다면 성의존증일 가능성이 크다. 일본에서는 ‘절시(窃視)장애’라고 부르는데, 이 경우 치료가 필요하다. 의존증 치료 전문기관 ‘에노모토클리닉’이 성의존증 환자 2072명을 조사한 결과가 있다. 성의존증 중 가장 많은 형태는 절촉장애(치한)로 45%(934명)를 차지했고, 이어 절시장애가 25%(521명)로 나타났다.
정신보건복지사 사이토 아키카 씨는 “처음 몰래카메라를 촬영하고 상담·치료를 받기 위해 내원하기까지 걸리는 기간이 평균 7.2년”이라고 전했다. 또한 “치료차 방문하는 사람은 대부분 남성으로 4년제 대학 졸업, 회사원, 한창 일할 나이의 기혼자가 평균 모습”이라고 덧붙였다. 몰카 촬영의 빈도는 주 2~3회가 가장 많다고 한다. 단순 계산하면 내원까지 1000회가량 몰카 행위를 거듭하고 있는 셈이다. 이에 사이토 씨는 “도촬은 성도착 질병으로 분류되는 관음증과 일맥상통한다. 정신적 치료 없이는 낫기가 매우 어렵다”면서 재발 방지를 위해 치료의 중요성을 거듭 호소했다.
강윤화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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