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초 선임돼 5월 기준 지분도 30% 보유…혼외자 생모 관련 두 계열사 공시 위반 잡음
#셀트리온 계열사 편입 회사 지분 보유
법인등기부에 따르면 서정진 회장의 딸 A 씨는 올해 초 서원디앤디 사내이사로 선임됐다. A 씨는 2002년생(만 22세)으로 서 회장의 큰딸로 추정된다. 기존에는 A 씨의 생모 B 씨가 대표이사와 사내이사로 올라있었으나 2021년 물러났다. 서원디앤디 한 관계자는 “A 씨는 B 씨의 딸이 맞다”며 “디자인 전공을 한 A 씨를 등기부상으로 기재해둔 것이다. 회사에서 급여를 지급하는 직원은 현재 없다. A 씨가 미국에 다시 가야 하므로 조만간 사내이사직에서는 뺄 예정”이라고 말했다.
A 씨는 서원디앤디의 주주 명단에도 이름을 올렸다. 지난 8월 30일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2024년 공시대상기업집단별 소유지분도’ 자료를 보면 ‘동일인(총수, 서정진 회장) 2세’로 표기된 A 씨는 올해 5월 14일 기준 서원디앤디 지분 30%를 보유 중이다. 나머지 지분 70%는 서원디앤디 임원 몫이다. 2023년에 공정위가 발표한 ‘소속회사별 내부지분율 현황’ 자료에 따르면 서원디앤디 지분은 ‘기타친족’이 49%를 갖고 있었다. 공정위에 지정 자료를 제출한 2023년 5월 1일까지만 해도 B 씨가 지분 49%를 보유했다.
2019년 2월에 설립된 서원디앤디는 건설업, 부동산 개발 및 임대업, 전문디자인업, 실내인테리어업 등을 영위하는 회사다.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위치한 빌라 형태의 집합건물 한 호실이 회사 소재지다. 서원디앤디는 이 호실을 임차해서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는 소재지를 옮긴 것으로 보인다. 지난 9월 2일 해당 호실에서 나온 입주민은 “3개월 전쯤 (입주자가) 바뀌었다”라고 말했다.
서원디앤디는 지난해 셀트리온그룹 계열사로 편입됐다. 2022년 12월 개정된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 시행령에 따라 대기업집단 총수가 인지한 혼외자의 생부나 생모가 기타친족으로 분류되면서다. 공정거래법 시행령은 총수와 친족(총수의 배우자, 4촌 이내의 혈족 및 3촌 이내의 인척), 기타친족 등 동일인 관련자가 30% 이상 지분을 보유한 회사를 같은 기업집단의 계열사로 규정한다. 지난해 말 기준 셀트리온그룹의 공정자산총액은 25조 6960억 원으로 재계 19위다.
셀트리온그룹 계열사로 편입된 또 다른 회사 서린홀딩스는 여전히 B 씨가 대표와 사내이사를 맡고 있다. B 씨는 서린홀딩스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2020년 12월에 설립된 서린홀딩스는 의류 제조 도소매업, 건축자재수입 시공관리 및 조경관리업 등을 사업목적으로 기재했다. 서린홀딩스도 서원디앤디의 등기부상 소재지인 역삼동 집합건물 같은 호실에 소재지를 뒀다.
서정진 회장의 혼외자인 두 딸은 법적 자녀로 호적에 오른 상태다. 2021년에 두 딸이 서 회장을 상대로 청구한 친생자 인지청구 소송에서 조정이 성립되면서 두 딸은 서 회장의 친생자로 인지됐다. 서 회장의 큰딸은 20대, 작은딸은 10대로 알려졌다. 친생자 인지가 확정되면 혼외자는 출생 시부터 친자관계가 인정돼 재산을 상속받을 수 있다. 재계에서는 두 딸이 경영 일선에 등판할 가능성은 낮다고 내다본다. 하지만 향후 그룹 지배구도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딸들의 행보도 주목받는다.
서정진 회장은 아들도 둘 있다. 장남 서진석 셀트리온 경영사업부 총괄 대표와 차남 서준석 셀트리온 미국 법인장이다. 상속법에 따라 서 회장의 배우자는 1.5, 네 명의 자녀들은 1의 비율씩 상속받을 수 있다. 서 회장은 셀트리온그룹 지주사인 셀트리온홀딩스 지분 98.13%를 보유 중이다. 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배우자와 두 아들의 지분율을 합하면 과반이 넘어 경영권에는 크게 문제가 없어 보인다”라고 말했다. 다만 아들 사이 경영권 분쟁이 생기면 딸들 지분이 캐스팅보트 역할을 하게 될 수 있다. 서 회장이 상속을 원하지 않더라도 딸들은 유류분 반환 청구 소송에 나서 상속법이 정한 상속분의 절반을 받을 수 있다.
#서 회장 측 "공시 자료 제출에 최선 다할 것"
이와 별개로 서원디앤디와 서린홀딩스는 기업집단현황 공시 의무를 지키지 않고 있다.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대기업집단 소속 회사는 연 1회 회사의 일반 현황, 임원과 이사회 등 운영 현황, 주식소유현황, 특수관계인과의 거래 현황 등을 공시해야 한다. 공시 의무 위반에 귀책 사유가 있다고 판단된 기업집단 소속 회사에는 위반 건당 최대 1000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공정위는 대기업집단 설명 자료에서 기업집단 소속회사를 대표하는 회사는 소속회사들의 공시항목별 현황자료를 취합해 공시할 책임이 있다고 밝히고 있다.
서원디앤디와 서린홀딩스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기업집단현황 공시 의무가 있는 자료를 모두 공시하지 않았다. 올 초 공정위는 두 회사에 공시 규정 위반을 이유로 서원디앤디와 서린홀딩스에 각각 1920만 원, 32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하지만 과태료를 납부하지 않았다. 올해 5월 공정위는 두 회사에 대한 과태료 독촉 공고를 올렸다. 올해 기업집단현황 공시 의무를 어긴 데 대해서는 올 연말이나 내년 초 과태료가 부과될 전망이다. 1년 이상 휴업 중인 회사는 공시의무가 제한된다. 국세청에 따르면 서원디앤디와 서린홀딩스는 휴업 사업자로 분류되지는 않았다.
두 계열사의 공시 의무 위반이 계속될 경우 셀트리온그룹의 ESG(환경·사회·투명경영) 경영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형남 숙명여대 글로벌융합대학장은 “거버넌스(Governance)에 해당하는 투명경영이나 윤리경영에 위배된다고 볼 수 있다”며 “계열사로 분류가 돼 있으면 실질적으로 운영을 안 한다고 하더라도 책임이 없지는 않다”라고 말했다. 김계수 세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장기적으로 기업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라도 계열사를 둘러싼 잡음을 윤리적이고 투명한 경영을 통해 회복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한편 B 씨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공갈, 재산국외도피)과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 등 혐의로 최근 서울중앙지검에 송치됐다. 지난해 서정진 회장은 B 씨가 자녀 양육비 명목으로 143억 원을 갈취했다며 B 씨를 서울 강남경찰서에 고소했다. 경찰은 B 씨가 서 회장으로부터 받은 돈을 불법적으로 국외로 빼돌린 혐의 등이 있다고 봤다. B 씨는 재산세 등을 체납해 B 씨가 소유한 경기도 용인시 자택에 대해 용인시, 강남구, 역삼세무서 등에서 압류를 건 상태다. 해당 자택에 대해선 올 초 임의경매개시 결정이 내려지기도 했다.
이와 관련, 서정진 회장 측 법률대리인은 “(계열사 지분 변동 등의) 사정은 알지 못한다”며 “두 회사에 기업집단현황 공시 자료를 달라고 요청해도 제출하지 않는다. 해당 회사에 인력이 없고 여력이 안 되는 것 같다. 셀트리온이 두 계열사를 지배하는 구조도 아니기 때문에 그룹 차원에서 관리를 하는 것도 부적절하다. 공정거래법에 맞춰 공시나 자료 제출이 충실히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답했다.
김명선 기자 seo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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