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곡 생숙 ‘오피스텔 용도변경’ 성사…전국 단지 “대부분 불가능, 일괄 준주택 인정해야”
롯데건설이 지난 8월 말 서울 마곡마이스(MICE)복합지구에 준공한 생숙 ‘롯데캐슬 르웨스트(876세대)’ 수분양자들은 당초 분양계약 때 예상한 것과 달리 실거주가 불가능해지고, 집단 잔금 대출에도 크게 제약이 생기자 그동안 시행사와 분양계약 효력을 두고 소송전을 벌이며 극심한 갈등을 빚어왔다.
서울시가 지난달 20일 이 시설의 용도를 오피스텔로 변경하는 것을 허용하기 위해 관련 지구단위계획 변경안을 통과시켜 극적으로 숨통이 트이게 됐다. 이를 지켜보는 전국의 주요 생숙 수분양자와 소유주들은 업계 분위기를 반전시킬 계기로 주목하면서도 한숨을 내쉰다.
생숙 업계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전국 592개(10만 3820실) 생숙 가운데 오피스텔로 용도변경에 성공한 단지는 1%에 그쳤다. 김경진 전국레지던스연합회 부회장은 지난 3일 통화에서 “현재도 1.4% 수준만 용도변경이 성사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생숙이 주거시설로 인정받는 오피스텔로 용도변경하려면 △복도 폭(1.8m 이상) △주차면수(세대당 1면) 등 건축법상 요건기준을 충족해야 하는데 이미 준공했거나 공사가 상당 부분 진행된 경우 이에 맞춰 구조를 변경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박미준 힐스테이트창원센트럴 수분양자협회장은 “2025년 10월 준공 목표로 공사 중인 우리 생숙은 복도 폭이 호실에 따라 1.7~2.2m로 각각 다른 상태로, 최소 기준인 1.8m에 못 미치는 곳이 있어 오피스텔로 용도변경이 어려운 상태”라며 “우리처럼 복도 폭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전국의 수많은 생숙 단지가 용도변경 신청을 아예 포기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마곡 롯데캐슬 르웨스트의 경우 다행히 설계 당시부터 오피스텔로서 필요한 복도 폭과 주차면수 요건 등을 충족한 데다 해당 구역 지구단위계획에 별도 담겨 있던 주차면수 요건(전체 호실 수의 120%)을 서울시가 110%로 완화해주는 조치까지 얹어져 용도변경이 가능했다.
사면초가 신세에 놓인 생숙 단지들은 사업시행사에 해결을 압박하기 위한 목적의 분양계약중지 소송을 이어가고 있다. 업계에서는 현재 전국에서 진행 중인 생숙 관련 집단소송이 최소 50여 건, 참여 인원이 3000여 명에 달할 것이라는 추정이 나온다. △경기 안산시 ‘힐스테이트 시화호 라군 인테라스 1차’(2554실) △충남 아산시 ‘한화포레나 천안아산역(1166실) △경남 창원시 ‘힐스테이트 창원 센트럴’(296실) 등 주로 올해나 내년 준공을 앞둔 곳들에서 소송전이 활발하다. 생숙업계 한 관계자는 “서울 마곡 생숙의 용도변경 사례가 알려진 뒤 다른 4개 생숙 단지가 추가로 시행사를 상대로 소송전에 나선 것으로 전해진다”고 말했다.
수분양자들이 잔금 납부를 거부한 데 이어 금융권을 상대로 직접 해당 생숙 시설에 대한 중도금 대출 집행 제한을 요청한 곳도 있다. 경남지역의 한 생숙 수분양자협회 관계자는 “시행사가 기존 분양계약을 유지하지 못하도록 수분양자들이 함께 은행에 중도금 대출 실행을 하지 말 것을 요청하며 관련 내용증명을 보냈다”고 말했다.
생숙 단지들은 극히 일부 생숙만 용도변경에 성공하는 ‘핀셋 수혜’를 지적하며 전체 생숙을 ‘준주택’으로 인정할 것을 정부에 촉구하고 있다. 주거와 업무용도를 모두 인정받는 오피스텔처럼 생숙도 소유주의 필요에 따라 주거나 숙박 용도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요구다.
일부 전문가나 정치권의 지지도 있다. 김지엽 성균관대 건축학과 교수는 “최근 수개월 규모로 집을 단기 임대해 거주하는 방식이 늘어나는 등 거주와 숙박의 구분이 점차 모호해지는 상황에서 생숙의 용도를 주거냐, 숙박이냐로 엄격히 구분하는 것은 무의미해 보인다”며 “기숙사나 고시원의 경우 주민등록을 통해 거주가 가능한데 생숙만 전입이 제한되는 것은 근거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국토교통부는 생숙에 대한 현재의 규제 기조를 이어가면서도 향후 국회가 법개정으로 생숙에 준주택 지위를 부여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는 분위기다. 국토부 관계자는 지난 8월 말 전국레지던스연합회 관계자들과 면담에서 건축법상 오피스텔 용도변경 기준을 완화할 수는 없다고 강조하며 준주택 인정 법개정이 유일한 대안임을 시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토부에서 생숙의 주거시설 기능성에 일부 공감하는 발언도 나와 주목된다. 이진철 국토교통부 건축정책과장은 지난 8월 26일 ‘생숙 제도개선 간담회’에서 “상업지역에서도 주거가 필요하며 이에 정부 정책‧제도가 부응해야 한다는 데는 전적으로 동의한다”면서 “분위기가 조성된다면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의 논의를 통해 생숙을 공공임대주택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적극 논의해보겠다”고 말했다.
송민경 한국레지던스연합회장(롯데캐슬 르웨스트 수분양자협회장)은 "이번 마곡 생숙을 시작으로 전국 생숙의 용도변경에 활로가 열리길 기대한다"며 "서울 등 도심지역의 부족한 신규주택 공급 필요성을 주목해 국토부가 이들 시설의 주거시설 활용성을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강훈 기자 ygh@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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