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나율·박찬우·김지아·박찬우 각 부문 우승…김시우·김효주 등 스타들 이 대회 발판으로 꽃 피워
대회는 초등골프연맹의 역사와 함께한다. 2003년 연맹이 창립되고 이듬해 대회가 시작됐다. 이전까지 전국 단위의 초등학생 골프대회는 없었다. 1회 대회부터 규모와 권위가 따르는 것은 자연스러운 수순이었다. 긴 역사뿐 아니라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대회다. 전국 각지의 초등골퍼 저학년부터 고학년까지 남녀 170여 명의 선수들이 이번 대회에 참가했다.
많은 선수들이 몰리는 이유 중 하나는 '국가대표 포인트'다. 엘리트 선수를 꿈꾸는 초등선수들의 지상 과제는 주니어 국가대표 상비군 발탁이다. 모든 선수들이 자신의 목표가 국가대표라고 한입으로 말한다. 태극마크를 달기 위해선 각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올려 포인트를 쌓아야 한다. 일요신문-초등연맹회장배는 프로 메이저 대회에 많은 상금이 걸려 있듯이 가장 많은 포인트가 걸려 있는 대회다. 전국 각지의 '고수'들이 몰릴 수밖에 없다.
초등골프계 '메이저격' 대회, 자연스레 숱한 스타들이 이 대회를 거쳐갔다. 초대 우승자 이상희를 비롯해 김시우, 인병우, 임성재, 김효주, 전인지, 고진영, 이미향 등 일요신문-초등연맹회장배 대회 출신 선수들은 훗날 한국과 미국 투어에서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이번 시즌 한국프로여자골프(KLPGA) 투어 신인상포인트 1위를 달리고 있는 유현조도 이 대회 2017년 우승자 출신이다. 지난 7월 스코틀랜드에서 주니어 디오픈 남녀 동반 우승을 차지한 이효송과 안성현 역시 초등학생 시절 일요신문-초등연맹회장배 대회에 꾸준히 참가해 여러 차례 입상한 바 있다. 이번 대회에 나선 선수들과 동반한 학부모들 역시 이를 잘 인지하고 있었다.
여름 내내 선수들을 괴롭힌 더위가 한풀 꺾였다지만 대회가 열린 전남 보성 지역은 여전히 30℃ 내외의 기온을 기록했다. 대회 운영진은 온열질환 등의 예방을 위해 클럽하우스에 얼음을 배치해 참가 선수들이 얼음팩을 활용할 수 있도록 도왔다. 내려 쬐는 햇살 아래에서도 높은 체온으로 일어나는 사고들을 예방할 수 있었다.
대회에 나선 170여 명의 선수들은 때로는 골프선수, 때로는 천진난만한 초등학생의 모습을 선보였다. 성인 못지않은 장타로 놀라움을 안기는가 하면 경기 중임에도 촬영 카메라, 드론 등이 지나갈 때면 웃으며 손을 흔들기도 했다.
경기를 마치고선 자신의 스코어에 만족하지 못해 눈물을 쏟는 선수들도 적지 않았다. 여자 저학년부인 청학부에서는 울음을 그치지 못하자 동료를 안아주며 달래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남자 고학년부인 항룡부에서는 프로 못지않은 세리머니가 펼쳐지기도 했다. 대회 첫날인 3일 결과에 따라 이튿날 상위권에서 경쟁을 펼치던 선수들은 경기를 마치고 우승자가 확정되자 서로 물을 흩뿌리며 축하를 건넸다.
대회 이틀째 오후가 되자 점차 순위가 가려지기 시작했다. 선수들은 대회 운영본부에서 최종 스코어를 받아 들었다.
곧 시상식이 이어졌다. 강전항 한국초등학교골프연맹 회장은 선수들에게 "한 번의 실수로 낙담하거나 의기소침하지 말고 자신 있게 플레이를 즐기길 바란다"며 격려했다.
대회 주최사인 일요신문의 김원양 대표이사는 "올해 KLPGA에서 첫 우승 이후 3승째를 기록 중인 배소현 선수는 2011년 입회한 베테랑이다. 골프는 천부적 재능이 없어도 꾸준히 오래도록 노력하면 꽃을 피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면서 "이번 대회 잘했다고 우쭐댈 것도, 만족하지 못할 성적이 나왔다고 실망할 것도 없다. 목표를 가지고 꾸준히 나아가길 바란다"는 말을 남겼다.
청학부(여자 1~4학년)는 지난해 3학년임에도 우승을 차지했던 김지아 양의 2연패로 마무리됐다. 김 양은 "퍼팅에서 놓친 부분이 있어 아쉬웠지만 열심히 해서 좋은 성적 낼 수 있었다. 그래도 쇼트게임에서 잘 풀려서 우승한 것 같다. 내년에는 불새부에서 경쟁하게 됐는데 또 우승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저를 예뻐해 주시는 '지사랑' 모임이 있다. 감사하다는 말씀 드리고 싶다"고 했다.
불새부(여자 5~6학년)에선 김나율 양이 우승 트로피를 들었다. 김 양은 "어제는 급한 마음에 티샷이 잘 안됐는데 오늘은 차분한 마음으로 보완을 해서 다행이다. 직전 대회 성적이 좋지 않았는데 이번에 우승하게 돼서 기쁘다"라며 "이제 곧 중학교에 가는데 고등학생들과도 경쟁을 해야 한다. 그래도 좋은 성적 내보겠다. 앞으로 고진영·김효주 선수처럼 LPGA에서 우승하는 게 목표다"라고 말했다.
남학생 우승자들은 공교롭게도 동명이인이었다. 항룡부(남자 5~6학년)·기린부(남자 1~4학년) 우승자 둘 다 이름이 박찬우였다. 항룡부에서 우승한 박찬우 군은 "대회 첫날 공동선두로 끝내고 둘째 날은 중간까지 한 타 차로 밀리고 있었다. 역전 우승을 거둘 수 있어서 짜릿하다"며 "아버지께서 코스에 대해 알려주신 대로 하다 보니 좋은 성적이 났던 것 같다. 앞으로 KPGA 투어에서 좋은 활약 펼쳐 PGA 투어까지 진출하고 싶다"고 했다.
기린부 우승자 박찬우 군은 "전에 따로 우승한 적은 있었지만 나와 이름이 같은 박찬우 형과 같은 대회에서 동시에 우승한 것은 처음이다. 두 살 차이라서 가까운 사이는 아니다. 그래도 나에게 잘해주는 좋은 형이다"라며 웃었다. 또 "평소에 연습 많이 한 덕분에 우승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당연히 내년에도 참가할 것이다. 형들과도 경쟁해야 하는데 다시 한 번 우승을 노려보겠다"고 덧붙였다.
전남 보성=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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