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교육감 보궐, 정당선거 아니지만 사실상 여야 대결…보수 패배시 책임 공방 전망, 후보 단일화가 변수
대법원 3부(주심 오석준 대법관)는 8월 29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에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조 교육감은 2018년 10∼12월 전교조 출신 해직교사 등 5명을 임용하려는 목적으로 인사권을 남용해 장학관 등에게 공개경쟁 시험을 가장한 특채 절차를 진행하도록 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교육자치법과 공무원법에 따라 교육감은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피선거권을 잃어 퇴직해야 한다. 이날 대법원 판결로 조 교육감은 바로 직을 상실해 교육청을 떠났다.
차기 서울시교육감을 선출하는 보궐선거는 오는 10월 16일 열리는 재보궐 선거에서 치러진다. 당초 10월 재보선은 부산 금정구청장, 인천 강화군수, 전남 곡성군수, 전남 영광군수 등 기초자치단체장 4곳이 대상이라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서울시교육감은 상징성이 크다. 11조 원에 이르는 막대한 예산을 다루고, 부총리를 겸하는 교육부 장관과 교육정책 방향이 다르면 맞설 수 있는 막강한 권한을 가진다. 서울시 교육감을 ‘교육 소통령’이라 부르는 이유다. 서울시교육감 보궐선거가 추가되면서 10월 재보선 판은 커지게 됐다.
교육감 후보는 정치적 중립을 위해 당적을 보유하지 않고 무소속으로 출마한다. 여야 정당 역시 현행 공직후보자 선거법상 ‘교육감 선거 정당개입 불가’ 제한에 따라 교육감 후보를 공개 지원할 수 없다. 하지만 보수와 진보 계열 후보로 나뉘어 경쟁해 사실상 여야 대결 구도를 띤다.
여권 내부에선 친윤계가 10월 서울시교육감 보궐선거를 계기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를 흔들 것이란 관측이 흘러나와 관심을 모은다. 기존에 예정됐던 기초단체장 4곳 재보선은 민주당에 유리한 호남 2곳과 국민의힘이 강세인 부산·인천 2곳으로 나뉘어 있다. 급도 낮고 사실상 승패도 어느 정도 정해져 있다는 분석이다. 설령 국민의힘이 지더라도 한 대표에게 그 책임을 묻기는 쉽지 않다.
여권 한 관계자는 “교육감은 여야 정당이 직접 경쟁하는 선거는 아니다. 다만 대한민국 수도에서 펼쳐지는 서울시 교육감 선거인 만큼 4월 총선 이후 민심이 어떻게 변화했는지 가늠할 수 있는 바로미터로 볼 수 있다. 이에 친윤계에선 선거 결과에 따라 한 대표에 책임론을 제기할 명분은 충분하다고 본 것 같다”고 설명했다.
물론, 진보 계열 후보가 패배해 10년 만에 보수 성향 교육감으로 교체된다면 이재명 민주당 대표도 내상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대표는 2022년 대선과 4월 총선, 두 번의 전당대회를 거치면서 ‘일극체제’를 구축, 책임을 묻는 목소리가 공개적으로 분출될 가능성은 낮다.
한 대표는 이 대표와는 처지가 다르다. 당대표로 취임한 지 한 달이 넘었지만, 여전히 용산 대통령실과 친윤계의 견제 속에 제대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 친윤계에선 윤 대통령과 한 대표의 관계가 이미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틀어진 만큼 흔들기에 그치지 않고 과거 ‘이준석 사례’처럼 중도하차시키는 계획까지 세우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용산 대통령실 일각에서는 한 대표를 향해 ‘내부총질을 하고 있다’는 반응까지 보였다. ‘내부총질’은 앞서 친윤계가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를 당대표에서 몰아낼 때 썼던 표현이다.
정치권에선 재보선 패배 시 오히려 윤 대통령과 친윤계가 역풍에 휩싸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민주당 관계자는 “한 대표는 존재감이 없다. 대표회담에서 볼 수 있듯이 최종결정권도 없어 보인다. 그런데 어떻게 선거의 책임을 따질 수 있겠느냐”고 되물었다. 한 대표보다는, 용산의 책임론이 불거질 수 있다는 취지다.
앞서 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2023년 10월 서울 강서구청장 재보궐 선거와 지난 4월 총선에서 이미 국민들로부터 경고를 받았다. 하지만 윤 대통령과 정부는 바뀌지 않았다. 오히려 의료대란과 뉴라이트 역사 논란 등 민생과 관련 없이 독주하고 있다. 오는 재보선에서 국민의힘이 진다면 여당보다 윤 대통령이 잘못해서 진 선거가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최근 윤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은 20%대까지 떨어졌다. 한국갤럽이 9월 3일부터 5일까지 실시한 자체 여론조사에서 윤 대통령 직무수행 긍정평가는 23%를 기록했다. 부정평가는 67%까지 올랐다.
조원씨앤아이가 스트레이트뉴스 의뢰로 8월 31일부터 9월 2일까지 시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윤 대통령 국정수행 평가 ‘잘함’이 28.1%, ‘잘못함’은 69.5%를 나타냈다. 여론조사업체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 9월 2일부터 4일까지 실시한 전국지표조사(NBS) 여론조사를 봐도 윤 대통령 국정운영 긍정평가와 부정평가가 각각 27%와 66%를 기록했다.
윤 대통령 지지율이 그나마 20%대를 유지하는 것도 ‘70대 이상’이 견인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다. 한국갤럽 조사 연령별 세부지표 긍정평가를 보면 20대(18~29세)·30대는 각각 15%로 10%대에 머물렀다. 특히 40대의 경우 9%로 한 자릿수까지 추락했다. 반면 70대 이상은 긍정평가가 45%였고, 부정평가가 47%를 보였다. 전주(8월 5주차) 조사에서 70대 이상 긍정과 부정평가가 각각 50%와 36%를 나타낸 것과 비교하면, 오차범위 내지만 긍·부정평가가 역전되는 현상이 벌어진 셈이다.
여론조사업계 관계자는 “70대 이상 고령층에 보수 지지자가 많아 윤 대통령에 지지 의사를 많이 보낸다. 그런데 이들은 젊은층에 비해 각종 지병이나 사고로 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다. 의료대란으로 직접 피해를 겪는 일이 점차 늘어나고 있을 것이다. 이에 고령층에서 윤 대통령 지지율이 더 흔들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윤 대통령 직무수행을 부정평가한 응답자에 이유를 물어보니 ‘의대 정원 확대’가 17%로 가장 많았다. 마찬가지로 의정 갈등과 관련이 있는 ‘소통미흡’ ‘독단적·일방적’도 각각 9%와 7%로 나왔다. 뉴라이트 역사관 논란에 관한 내용인 ‘일본관계’ ‘외교’도 각각 4%를 보였다(각 여론조사 자세한 사항은 여론조사기관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앞서의 관계자는 “여론조사 ARS 조사는 정치 고관여층이 많이 응답하고, 전화면접 조사는 일반 저관여층까지도 잡힌다고 보고 있다. 그런데 최근 여론조사는 한국갤럽 등 전화면접 방식에서 윤 대통령 지지율이 더 낮게 나온다. 시민들의 일반 정서가 윤 대통령을 더 안 좋게 보고 있다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동훈 대표가 재보선과 거리두기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도 관전 포인트다. 한 대표는 10·16 재보선 대상 기초자치단체장 공천권을 시·도당에 위임하기로 했다. 한 대표 측에서는 중앙당이 ‘윤심’을 반영해 김태우 후보를 무리하게 공천, 참패한 서울 강서구청장 선거를 반면교사한 결정이라는 입장이다. 반면 일각에서는 한 대표가 취임 후 첫 시험대인 재보선에서 책임을 회피하려는 것 아니냐고 지적한다.
이번 서울시 교육감 보궐선거의 승패는 후보 단일화에 달린 것으로 보인다. 앞서 보수 교육계는 지난 세 차례 교육감 선거에서 후보 단일화에 실패하면서 표가 분산돼 조희연 전 서울시 교육감에게 내리 패했다.
진보 교육계는 ‘2024 서울민주진보교육감추진위’를 구성, 단일화 후보 접수를 마치고 본격적인 단일화 작업에 착수했다. 강신만 전 전교조 부위원장,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 김경범 서울대 교수, 김용서 교사노조연맹위원장, 김재홍 전 서울디지털대 총장, 안승문 전 울산교육연수원장, 정근식 서울대 교수, 홍제남 전 오류중 교장 등 8명이 단일화 후보로 등록했다. 최보선 전 교육의원은 단일화에 참여하지 않고 독자 출마할 계획이라고 전해진다.
보수 교육계는 ‘바른교육국민연합’ ‘범시민사회단체연합’ 두 단체가 꾸린 단일화공동통합추진위에서 단일화 작업을 하기로 했다. 하지만 단일화 방식을 확정하지 못하면서 난항을 겪고 있다. 단일화 기구에 참여 의사를 밝힌 후보도 없다. 보수 진영에서는 조전혁 전 한나라당 의원, 박선영 전 자유선진당 의원, 안양옥 전 한국교총 회장, 홍후조 고려대 교수, 선종복 전 서울북부교육장, 윤호상 서울미술고 교장 등 6명이 출마 의사를 밝혔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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