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 ||
재벌가 2세들의 전면배치 물결 속에 롯데그룹 신격호 회장 아들 신동빈 부회장도 기지개를 펴고 있다. 신 부회장은 최근 해외에서 전략회의를 직접 주재하는 등 그룹 내 경영 영역을 넓혀가는 것으로 풀이된다.
해외에서 신 부회장이 광폭 행보를 벌이고 있지만 그를 떠받쳐줘야 할 국내 사정은 여의치 않아 보인다. 유통 라이벌인 신세계에게 업계 총매출액 1위 자리를 빼앗기고 만 것이 대표적 사례다. 롯데쇼핑은 지난 1월 25일 2006년 총매출액을 9조 2942억 원이라고 공시했다. 이는 신세계가 공시한 2006년 총 매출액 9조 5533억 원보다 2591억 원이나 적은 액수다. 롯데쇼핑이 신세계에게 유통업계 매출 1위 자리를 빼앗긴 것은 25년 만의 일이다. 할인점 이마트의 급성장에 힘입은 것으로 평가받는다.
신 부회장은 지난해 롯데쇼핑 상장을 주도해 3조 원가량을 수혈했다. 그러나 기대를 모았던 할인점 사업 확장이 여의치 않았으며 우리홈쇼핑 경영권(지분 53.03%)을 획득했지만 태광산업(46%)의 비협조에 막혀 회사 이름에도 태광의 동의 없이는 ‘롯데’라는 이름을 못쓰게 될 난감한 처지에 빠져있다.
반면 유통 라이벌 신세계 정용진 부회장의 발걸음은 상대적으로 가벼워 보인다. 정 부회장은 지난해 말 임원인사에서 종전의 부사장직에서 부회장직으로 고속승진하는 동시에 그룹 경영 전면에 나섰다. 지난해 그룹 측이 ‘1조 원가량 상속세 내겠다’고 미리 밝힌 터라 이에 대한 부담도 상쇄됐다. 참여연대와의 총수일가 차명주식 관리 의혹 관련 법정공방 건이 있지만 그룹 내에서의 위상엔 큰 문제가 없어 보인다는 평이다.
롯데그룹은 신 부회장이 앞으로도 글로벌 경영의 전면에 나설 것이라 밝히고 있다. 아버지 신격호 회장이 격월제로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홀수 달에는 계열사 사장단을 일일이 개별적으로 불러 군기를 잡곤 했는데 이 업무 또한 신 부회장에게 넘어가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려온다. 그룹 경영 무게의 추가 신 부회장으로 급격히 쏠리는 가운데 신세계에 빼앗긴 유통명가의 자존심을 신 부회장이 다시 찾아올 수 있을지에 업계의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천우진 기자 wjchu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