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두 무게만 8~9톤 ‘괴물’ 국군의날 공개 화제…벙커버스터 기능으로 북 지하시설 완전 파괴
#현무-5 공개 두고 정부 내 반대의견도
이날 처음 공개된 현무-5는 9축 18륜 이동식 발사차량 형식으로, 탑재된 발사관 길이만 20m가 넘어보였다. 지상 분열의 마지막에 등장한 현무-5 발사차량 2대는 거대한 덩치에도 불구하고 18륜 바퀴 전부를 오른쪽 같은 각도로 돌려서 이동하는 일명 ‘게걸음 쇼’를 보여줬다. 육중한 크기에도 불구하고, 도로가 좁고 산악지형이 많은 한반도의 전장 환경에서 완벽한 작전이 가능하다는 것을 입증한 셈이다.
현무-5의 국군의날 공개와 관련해 정부 내에서도 다양한 의견이 있었다고 전해진다. 비닉무기이자 전략무기인 현무-5 공개에 반대 의견이 있었던 것이다.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애초 현무-5는 지난해 국군의날 때 공개하려 했지만, 외교안보라인에서 일부 반대가 있었다”며 “신원식 국가안보실장과 김용현 국방장관이 이번 국군의날 때 현무-5 공개해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해 성사됐다”고 말했다.
#세계 최대의 재래식 탄두 장착
현무-5의 개발이 본격화된 것은, 그동안 우리나라 탄도미사일 개발에 족쇄가 되었던 한미 미사일 지침이 2017년 본격 개정되면서부터다. 미사일 지침이 개정되자 사거리 500km 미사일의 탄두 중량이 1톤(t)에서 4톤으로, 사거리 800km 미사일은 500kg에서 2톤으로 대폭 늘어나면서, 트레이드오프(Trade Off) 즉 사거리와 탄두 무게를 적절히 조절하면서 위력이 증대된 신형 탄도미사일을 개발하는 계기가 마련되었다.
특히 현무-5는 대량응징보복을 대표하는 우리 군의 핵심 무기로 개발됐다. 탄도미사일을 운용하는 육군은 지난 2017년 5대 게임 체인저 계획을 발표하면서 전천후, 초정밀, 고위력의 미사일 전력을 확보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대륙간탄도미사일급 무게 자랑
이러한 배경 아래 현무-5는 현존하는 재래식 중단거리탄도미사일 가운데 8~9톤이라는 가장 큰 탄두 중량을 갖게 된다. 현무-5의 총무게는 36톤 정도로 알려졌다. 방산업계에 따르면 현무-5와 비슷한 무게를 가진 미사일로는 현재 미국을 대표하는 ICBM 즉 대륙간탄도미사일인 미니트맨 3가 있다. 3단 추진 방식의 미니트맨 3는 최대 마하 23의 속도로 비행하며 사거리는 1만 4000km에 달한다.
최대 475킬로톤(kt)의 위력을 자랑하는 W87 핵탄두를 장착한 미니트맨 3는 유사시 우리나라에 핵우산으로 제공된다고 전해진다. 현무-5는 사거리가 300km에 불과하지만 무게는 사실상 대륙간탄도미사일급인 셈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탄두 무게만 줄인다면 우리나라도 사거리가 3000km 이상 5500km 미만인 IRBM 즉 준중거리탄도미사일 개발 능력을 가진 것으로 보기도 한다.
우리나라는 현무-5 이전부터 북한의 지하시설물 파괴에 특화된 벙커버스터(Bunker Buster) 탄도미사일을 개발해 왔다. 벙커버스터란 방공호나 엄폐호 따위를 뚫고 들어가 그 내부를 파괴하는 폭탄을 말한다. 그 시작은 2010년 11월 23일 연평도 포격사건 이후 ‘번개사업’으로 만들어진 전술지대지유도무기였다.
번개사업을 통해 적 갱도진지를 파괴할 수 있는 미사일의 탐색개발이 이루어졌다. 하지만 번개사업은 순조롭게 진행되지 못했고, 그 결과 비닉사업 즉 기밀을 요하는 사업이 아닌 공개사업으로 전환되었고 ‘차기전술유도무기’라는 이름으로 사업이 추진된다. 이후 전술지대지유도무기(KTSSM)로 이름을 바꿔 지속되었다. 사거리는 120여km로 알려지고 있으며 고정형 발사대에서 운용된다.
#2021년 고위력탄도미사일 등장
‘우레’라는 별칭을 가진 전술지대지유도무기는 현재 육군에서 운용중이다. 특히, 북한의 지하시설물의 완벽한 파괴를 위해 침투형 열압력 탄두를 처음으로 사용했다. 열압력탄은 폭발 시 장시간의 고온과 고열 및 고압 충격파로 표적을 파괴 또는 무력화할 수 있다. 특히 동굴이나 벙커 내의 표적에 효과적이다.
2021년에는 고위력탄도미사일로 알려진 현무-4가 등장했다. 이번 국군의날에도 선보인 현무-4는 2톤 이상의 탄두 무게와 500km 넘는 사거리를 가진 것으로 전해진다. 시험 발사에서 ‘홀인원(Hole In One)’ 즉 단 한 발로 표적에 정확히 명중하는 동시에 지면 깊숙이 들어가 폭발하며 군 관계자들을 놀라게 했다.
현무-4의 탄두 무게만 봤을 때, 공군이 F-15K 전투기에서 운용중인 GBU-28 유도폭탄과 비슷하다. 합금강 탄체를 가진 GBU-28의 경우 무게가 2.2톤 이상이며 280kg의 고폭탄이 내장되어 있다. GBU-28은 강화 콘크리트는 5m, 토양은 50m 이상 관통해 들어가 폭발한다.
#미국 MOP를 능가하는 관통력 자랑
현무-5는 벙커버스터 기능을 가진 8~9톤의 대형 탄두를 탑재한다. 탄두 무게 8~9톤 가운데 최소 2~3톤은 지하시설물 관통을 위한 탄체의 무게로 봐야 한다. 이 때문에 탄두에 충전된 폭발물의 양은 6~7톤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사거리 300km의 단거리 탄도미사일이 최소 마하 4에서 최대 마하 7까지의 비행속도를 갖는 고려해보면, 어마어마한 운동에너지가 더해져 상상을 초월하는 관통능력을 자랑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세계 최강의 벙커버스터로 알려진 미 공군의 GBU-57 MOP를 훨씬 뛰어넘는 파괴력과 관통력을 자랑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GBU-57 MOP는 강화 콘크리트 200피트(60.96m)를 관통 가능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현무-5가 강화 콘크리트 관통능력 100m 이상까지 뚫고 들어갈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전술핵무기급의 위력 가져
여기에 더해 전술지대지유도무기와 같이 열압력탄을 탄두에 내장했을 경우, 벙커버스터가 아닌 지표면에서 폭발했을 때 전술핵무기급의 위력을 가졌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렇다면 실제 위력은 어느 정도일까. 2008년까지 미 공군이 운용했던 데이지 커터(Daisy Cutter)와 유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데이지 커터의 총 무게는 6.8톤, 이 가운데 충전된 고성능 폭발물의 양은 5.7톤으로 전해진다.
그렇다면 데이지 커터의 위력은 어느 정도였을까. 1990년 걸프전 당시 미군은 이라크 군을 상대로 데이지 커터가 사용됐다. 이를 목격한 영국군 특수부대 SAS는 본부에 “사령관님! 방금 양키 놈들이 쿠웨이트에 핵을 떨어뜨렸습니다!”라고 보고했을 정도로 전술 핵무기에 맞먹는 위력을 갖고 있었다.
#국산 미사일 개발 50년 최대의 성과
우리 군은 북한이 핵과 미사일 사용 징후가 있을 경우 현무-5 20~30발로 평양을 초토화한다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군 관계자는 “현무-5 20여 발을 평양을 향해 발사하면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원자폭탄이 떨어진 히로시마, 나가사키 정도의 파괴력을 발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리나라의 미사일 개발 역사는 올해로 50년이 된다. 1974년 개발을 시작한 지대지 미사일 백곰이 최초의 K-미사일로 꼽힌다. 이후 1990년대 들어 전략무기인 현무 지대지 미사일과 지대공 미사일 천마, 2000년대에는 함대함 미사일 해성과 휴대용 대공 미사일 신궁 등을 연이어 개발해 우리 군에 전력화한다.
K-미사일의 첫 수출을 기록한 것은 함대함 미사일 해성이다. 2012년 콜롬비아와 수출계약을 체결했으며, 지난해 콜롬비아 해군이 운용중인 해성이 실사격을 통해 단 한 발로 표적함을 침몰시켜 네티즌들의 주목을 받았다.
#현무-5 수출은 불가능해
이후 인도네시아에 신궁이 소량 수출되기도 했고, 2010년대 중반부터는 중동지역에 다양한 K-미사일이 수출됐다. 지난 9월 20일에는 이라크에 3.7조 원 규모로 천궁-2가 수출되기도 했다. 비록 현무-5는 미사일기술통제체제(MTCR) 대상으로 해외 수출은 불가능하다. MTCR의 경우 사정거리 300km 이상, 탄두 중량 500kg 이상의 미사일 수출을 엄격하게 통제하고 있다.
현무-5는 누가 만들까. 현무-5 관련 제원 등은 군사 2급 비밀로 지정된 것으로 전해졌다. 2급 비밀의 경우 국가안전보장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할 수 있는 비밀을 말한다. 다만 방산업계 관계자는 “전반적인 개발은 국방과학연구소(ADD)가 담당했으며, 차량은 기아자동차 특수차량, 발사대와 미사일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맡았다”고 전한다.
이번 국군의날을 통해 전략사령부가 창설되고 현무-5가 공개된 것은 북한과 주변국에게 강력한 메시지를 준 것으로 풀이된다. 전략사령부는 2022년 5월 현 정부의 국정과제로 선정됐으며 이후 창설 준비를 본격화했고 2년 5개월 만에 창설됐다. 전략사는 현무 계열 탄도미사일과 스텔스 전투기, 3000톤급 잠수함 등 우리 군의 전략자산을 통합 지휘한다. 또 ICBM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등을 통제하는 미 전략사령부의 카운터파트로, 미군과 공조해 한미 핵·재래식 통합(CNI) 발전을 논의하고 훈련 실시도 주도하게 된다.
이와 관련, 미국 랜드연구소의 브루스 베넷 선임연구원은 자유아시아방송(RFA) 인터뷰에서 “한국은 지상 및 공중, 미사일 방어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지만 북한의 핵무기가 발사되기 전에 파괴하기 위한 공격 시스템도 구축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김대영 군사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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