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진 이례적 사과, 부정적 전망 잇따라…“주가 역사적 하단 영역” “조직 혁신 실행 여부 주목”
#3분기 영업이익 10조 원 밑돌아
삼성전자는 10월 8일 올해 3분기 연결기준 잠정실적을 발표했다. 매출은 79조 원, 영업이익 9조 1000억 원이다. 2분기 대비 매출은 6.66%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전기 대비 12.84% 감소했다. 당초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의 3분기 실적을 매출 80조 9002억 원, 영업이익 10조 7717억 원으로 전망했다. 실적 방어의 기준은 영업이익 10조 원을 지키느냐였다. 결과적으로 영업이익 10조 원을 못 지켜내면서 삼성전자에 대한 우려의 시선은 더욱 커졌다.
실적이 시장의 예상치를 밑돌자 경영진이 이례적으로 사과 메시지를 전하기도 했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 수장인 전영현 DS(메모리 사업) 부문장(부회장)은 실적 발표 직후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과로 근원적인 기술 경쟁력과 회사의 앞날에 대해서까지 걱정을 끼쳐 송구하다”며 “모든 책임은 사업을 이끌고 있는 경영진에게 있으며 위기 극복을 위해 경영진이 앞장서 꼭 재도약의 계기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삼성전자가 메모리 사업부문에서 경쟁사 SK하이닉스에 밀리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AI 핵심 반도체인 HBM 시장에서는 SK하이닉스가 한 발 앞선 상황이다. 삼성전자는 대만 TSMC와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점유율 격차마저 좀처럼 좁히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올해 상반기 삼성전자 DS 부문 영업이익은 8조 3600억 원으로 SK하이닉스(8조 3545억 원)와 크게 차이 나지 않았다. SK하이닉스가 올해 3분기 실적에서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을 추월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모건스탠리는 지난 9월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10만 5000원에서 7만 6000원으로 낮췄다. 맥쿼리증권은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12만 5000원에서 6만 4000원으로 내리고, 투자의견은 ‘매수’에서 ‘중립’으로 하향했다. 맥쿼리는 메모리 부문이 다운 사이클에 진입하면서 수익성이 악화하고, D램 등 메모리 공급 과잉에 따라 평균판매단가(ASP)가 내림세로 전환되면서 실적 둔화로 이어질 우려가 크다고 진단했다. 국내 증권사도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를 잇따라 하향 조정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일부 외신을 통해 삼성전자가 일부 해외 법인의 인력 감축에 들어갔다는 보도마저 나왔다. 블룸버그통신은 1일(현지시각)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삼성전자가 동남아시아·호주·뉴질랜드에서 수천 명을 해고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인도와 남미 등 일부 지역에서는 이미 인력의 약 10%를 감원했으며, 전체 해외 인력 14만 7000여 명 중 10% 미만에 해당하는 수준의 인력 감축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글로벌 인력 감축설을 두고 삼성전자 전반의 위기설이 나오기도 했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측은 “일부 해외 법인에서 운영 효율성을 개선하고자 일상적인 인력 조정을 실시하고 있다”며 “회사 차원에서 특정 직책에 대해 구체적인 목표치를 설정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HBM, 파운드리 등 경쟁력 밀려”
삼성전자는 올 3분기 잠정실적 발표 직후 설명자료를 통해 “DS는 인센티브 충당 등 일회성 비용 영향으로 전 분기 대비 실적이 하락했다”며 “DX(디바이스경험) 사업부는 플래그십 스마트폰 판매 호조를 보였으며, SDC(삼성디스플레이)는 주요 고객사 신제품 출시 효과로 실적이 일부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또 “메모리 사업은 서버·HBM 수요가 견조함에도 불구, 일부 모바일 고객사의 재고 조정과 중국 메모리 업체의 레거시(구형·Legacy) 제품 공급 증가 영향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삼성전자의 올해 4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11조 7000억 원 수준이다. D램 수요의 40%를 차지하는 스마트폰과 PC 등의 수요 부진이 크게 회복될 가능성이 낮다는 이유로 지난 9월 초 예상됐던 15조 원대보다 하향 조정됐다. 하지만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 2조 8200억 원보다는 4배 이상 많은 수치다.
김운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3분기 영업이익은 일회성 비용으로 성장세가 주춤하지만 일회성 비용을 제외하면 개선세가 4분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다”며 “부진했던 NAND(낸드) 수익성도 가격 반등으로 빠르게 정상화되고 있는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한동희 SK증권 연구원은 “현재 삼성전자 주가는 12개월 선행 주가순자산비율(PBR) 1.02배 수준으로 역사적 하단 영역에 있다”며 “AI 강세 지속 속에 HBM, DDR5, D램 고용량 모듈, e-SSD 호조를 고려하면 최근 세트 부진이 메모리 업계에 미치는 악영향은 지나치게 과장됐다”고 지적했다.
삼성전자가 최악의 상황에 직면한 건 아니지만 사업경쟁력이 뒤처진 건 사실이기 때문에 혁신 동력을 키워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종환 상명대학교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는 “향후 메모리 시장에서는 HBM의 비중이 늘어나기 때문에 그 분야에서 확실히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며 “SK하이닉스가 HBM에 모든 걸 쏟아 붓는 상황에서 삼성전자가 선두를 따라잡는 게 쉽지 않는 건 현실”이라고 짚었다.
권영화 세종대학교 경영전문대학원 대우교수는 “파운드리 분야에서 TSMC가 사실상 독점했지만, 수요가 너무 쏠려서 공급에 차질이 생기면 삼성 파운드리에도 기회가 올 것”이라며 “앞서 전영현 부회장이 제시한 새 조직 문화인 ‘코어(C.O.R.E.) 워크’가 이번 위기를 계기로 활발히 추진될 텐데, 그 혁신을 얼마나 실행하느냐에 따라 향후 사업경쟁력과 실적이 달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노영현 기자 nogoo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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