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체 후 8년 만에 다시 뭉쳐 녹슬지 않은 기량 과시…아이유·뉴진스 등 후배들 ‘축하 영상’ 뭉클
원조 ‘센 언니’라 불리는 걸그룹 2NE1(투애니원) 리더 씨엘(CL)의 이 한마디에 공연장을 가득 메운 관객은 일제히 “네!”라고 외쳤다. 15년 전 데뷔한 2NE1을 보고 자란 세대부터 그들에게 영향받은 후배 걸그룹 팬들도 오랜만에 ‘완전체’로 다시 뭉친 2NE1을 보기 위해 한 자리에 모였다.
2NE1이 지난 10월 4~6일 서울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2024 2NE1 콘서트 웰컴 백(WELCOME BACK) 인 서울’을 개최했다. 이들이 다시 뭉친 건 2016년 해체 후 약 8년 만이다. 티켓 1만 2000장은 순식간에 동났고 “추가 티켓을 오픈해 달라”는 요청이 빗발쳤다. 능히 더 큰 무대도 채울 수 있는 2NE1이지만 왜 올림픽홀을 선택했을까. 멤버 산다라박은 “올림픽홀은 2NE1의 첫 콘서트 ‘놀자’를 연 아주 특별한 곳”이라며 “데뷔 15주년 기념으로 여기서 뭉치게 돼 너무 의미가 깊다”고 말했다.
#히트곡 또 히트곡, 2NE1의 위용
공연의 시작은 ‘컴백홈’(COME BACK HOME)의 한 소절이었다. 그들이 돌아왔음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이에 그들의 데뷔곡 ‘파이어’(Fire)로 초심으로 무장한 2NE1이 다시 뭉쳤음을 웅변했다. 이후에도 ‘박수쳐’, ‘캔트 노바디’(Can’t Nobody) 등 히트곡들이 줄을 이었다. 그들의 공식 팬덤인 ‘블랙잭’은 오랜 기간 보관했던 응원봉인 ‘카드봉’을 다시 흔들며 떼창으로 화답했다.
씨엘은 “올해도 모여서 15주년인데 ‘뭔가 기념을 해볼까’ ‘그냥 기념사진이라도 찍어볼까’라고 시작했는데, 지금 여러분 앞에 이렇게 서 있다”면서 “여러분들도 꼭 하고 싶은 게 있으시다면 조금 무섭고 막막할 수 있어도 도전해보시라고 저와 2NE1이 응원하고 싶다”고 복귀 인사를 전했다.
2NE1은 녹슬지 않은 기량으로 팬들의 기대를 충족시켰다. 그동안 솔로 활동으로 실력을 다진 씨엘은 여전한 카리스마로 무대를 휘저었다. 특히 막내 공민지의 성장이 눈부셨다. 춤에는 일가견이 있는 멤버였지만, 이번 콘서트에서는 가창력도 돋보였다. 두 사람이 마이크를 잡을 때마다 찌를 듯한 고음과 정확한 음정이 우레와 같은 관객의 함성과 반주를 송곳처럼 뚫고 나왔다.
박봄은 아쉬웠다. 박봄은 2세대 걸그룹 메인보컬 중에서도 탑 티어(Top Tier)로 분류된다. 하지만 이날 박봄은 줄어든 성량과 다른 멤버들에 비해 다소 소극적인 퍼포먼스를 보였다. 하지만 그의 곁에는 든든한 멤버들이 있었다. 씨엘과 공민지는 원곡에서 박봄이 불렀던 파트를 나눠 맡으며 빈틈없는 무대를 꾸몄고, 팬들은 박수와 환호로 격려했다.
이 자리에서 2NE1은 그들의 스펙트럼 넓은 음악 세계를 다시 한 번 과시했다. ‘내가 제일 잘 나가’와 ‘아이 돈트 케어’(I don’t care)로는 특유의 개성과 자신감, 유연함을 강조했다. ‘론니’(lonely), ‘그리워해요’, ‘아파’ 등으로는 애절한 감성을 전달했다.
2NE1을 보면서 걸그룹이 되겠다는 꿈을 키운 후배들의 헌정 영상도 뭉클했다. 아이유를 시작으로 트와이스, 에스파, 아이브, 뉴진스, (여자)아이들, 키스 오프 라이프 등이 각 소속사 간 경계를 허물고 2NE1의 컴백을 축하하는 영상을 보냈다. 지드래곤, 지코, 스트레이 키즈 등도 가세했다. 6일 공연 현장에는 가수 윤도현을 비롯해 방송인 노홍철, 씨엔블루 정용화 등의 모습도 볼 수 있었다.
15세 어린 나이에 데뷔했으나 어느덧 30대로 접어든 공민지는 “4명이 함께 여러분을 찾아뵙는 건 꿈에서 본 장면”이라며 “실제로 이뤄지는 걸 보면 꿈은 이뤄진다. 항상 곁에 머물러주셔서 감사하다”고 인사를 전했다.
#‘YG패밀리’, 다시 비상할 수 있을까
‘YG패밀리’는 YG엔터테인먼트(YG엔터) 소속 아티스트들을 가리키는 표현이다. 한때는 대한민국 힙합을 책임지는 ‘K-힙합’의 주연으로 자리매김했던 이들이다.
2NE1의 컴백 공연은 마치 YG패밀리의 동창회에 같았다. 이들의 재결성을 제안한 양현석 총괄프로듀서가 공연장을 지켰고 빅뱅의 지드래곤과 대성, 블랙핑크의 제니, 위너의 송민호와 진우를 비롯해 세븐, 거미 등 YG엔터 출신 가수들이 일제히 공연장을 찾았다. 이 회사의 막내인 걸그룹 베이비몬스터는 게스트로 나서 축하 공연을 꾸몄다.
2NE1 멤버들은 현재 YG엔터 소속이 아니다. 다만 YG엔터가 2NE1에 대한 상표권을 갖고 있기에 팀으로 무대에 서기 위해서는 협업이 필요하다. 현재는 원만히 소통하며 아시아 투어를 준비 중이다. 11월에는 베이비몬스터가 첫 정규 앨범을 낸다. 타이틀곡에서는 지드래곤이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졌고 송민호 등 회사 선배들도 힘을 보탠다. 조만간 위너 멤버들도 모두 군복무를 마치고 내년부터는 정상 가동된다.
YG엔터는 하이브, SM, JYP엔터테인먼트 등과 함께 ‘4대 가요 기획사’로 꼽힌다. 하지만 빅뱅의 활동에 제동이 걸리고, 블랙핑크 멤버들과 팀 단위 활동 외 재계약에 실패하며 사세가 위축됐다. 이런 상황 속에서 2025년은 YG엔터가 도약할 기회로 손꼽힌다. 블랙핑크 활동이 예상되고, 소속 그룹들도 속속 복귀한다. 새로운 그룹 역시 데뷔할 예정이다. 새로운 시험대에 오르는 셈이다.
안진용 문화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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