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크린에 다시 서게 된 것은 2022년 ‘뜨거운 피’ 이후 2년 만이지만, 그의 신작 ‘더러운 돈에 손대지 마라’의 개봉은 크랭크업으로부터 무려 5년 만이었다. 코로나19 시국을 넘으면서 일정이 계속 밀리다 이제야 겨우 빛을 보게 된 작품인 만큼 주연인 정우도 개봉을 앞두고 여러 감정이 교차할 수밖에 없었다.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은 제가 고생하고 애쓴 것보다 ‘우리 김민수 감독님이 그 시간 동안 얼마나 애가 탔을까, 얼마나 영화를 기다렸을까’라는 거예요. 달리 생각하면 지금 시기에 개봉하는 게 더 나을 수도 있겠다 싶기도 해요. 코로나19 팬데믹 때는 흥행 여부를 떠나 관객 분들을 직접 마주하고 싶어도 무대 인사 자체를 할 수 없었으니까요. 이번엔 영화제도 가고, 초청도 받고, 또 이렇게 인터뷰를 직접 대면으로 할 수도 있잖아요. 같은 업계 사람들 만나는 게 진짜 오랜만이라서 너무 좋아요(웃음).”

“저는 이 단순한 발상이 참 기발하다고 생각했어요. 영화에서 명득과 동혁은 경찰인데도 비정상적인 수단으로 돈을 벌기 위해 더 비정상적인 범죄 집단을 털려고 하죠. 어떻게 보면 ‘공공의 적’이나 ‘투캅스’처럼 용납이 가능하고 전후 사정이 논리적인 비리가 아닌, 장르적으로 풀어 나간 서사라고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우리 영화는 이런 장르야!’하고 밀어붙이는 힘이 느껴지는데 그 지점에서 제가 매력을 느꼈어요. 그때 이런저런 고민이 많았던 차에 마침 만난 심플하고 분명한 작품이어서 더 끌리기도 했고요(웃음).”
명득은 분명 ‘비리 형사’지만, 그의 범행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수술을 받지 않으면 목숨이 위태로운 어린 딸을 위해 병원비를 한시라도 빨리 마련하고자 했던 것. 범죄를 덮으려 할수록 그를 옭아매는 주변의 압박은 거세지고, 파트너인 동혁마저 졸지에 목숨을 위협받는 도망자 신세로 전락한 것에 극심한 죄책감을 느끼면서도 명득은 자신의 모든 행동이 딸을 위한 것이라고 합리화하려 한다. 선인일 수도, 악인일 수도 없는 그를 보면서 정우가 가장 깊이 공감했던 지점도 바로 이 ‘부성애’적인 면모였다고 했다.
“이 작품을 찍을 때 제 딸이 네 살이었거든요. 지금은 아홉 살인데, 촬영했을 때보다 지금 더 명득이의 부성애에 공감이 많이 되는 것 같아요. 아무래도 그땐 실제 제 딸이 작품 속 딸아이와 나이 차가 있다 보니 ‘이러면 어떨까’ 하는 상상에 의해서 연기를 한 게 있었거든요. 이번 언론시사회 때 저도 영화를 처음 봤는데 딸과 나오는 장면들이 참 슬프더라고요. 그런데 좀 헷갈리기도 해요. 내가 딸이 있어서 공감하는 건지, 아니면 명득이의 감정에 그대로 올라타서 그런 건지. 그래도 제가 연기한 그 감정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으니 일단은 다행이란 생각이 들어요(웃음).”

“명득이는 큰 소리를 내고 싶어도 처해 있는 상황 탓에 스스로를 계속 억누르고 있어요. 힘이 넘칠 수가 없는 처지다 보니 웃어도 웃는 것 같지 않고 사람이 가라앉아 보이죠. 이 작품을 촬영할 때가 저 자신에게도 자꾸만 부정적인 생각이 드는 참 너덜너덜하고 힘든 시기였는데, 지금 생각하면 오히려 그 힘듦이 명득과 잘 어울리고 전체적인 명득의 캐릭터성을 완성시킨 것 같아서 다행이다 싶어요. 제가 연기하는 제 모습을 보고 이런 말하기 좀 쑥스럽긴 한데 ‘참 짠하다’란 생각이 들 정도였다니까요(웃음).”
이처럼 힘들었던 2년을 옛날 이야기하듯 웃어 넘길 수 있을 만큼 여유로워졌다는 정우는 이번 ‘더러운 돈에 손대지 마라’를 시작으로 두 번째 도약을 할 준비를 마쳤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모범가족’과 영화 ‘뜨거운 피’에서 보여준 것처럼 혈기 넘치는 누아르도 좋지만, 이제는 우리에게 조금 더 친숙한 코미디와 로맨틱 코미디 속 ‘빛의 정우’를 또 한 번 보여드리고 싶다는 게 그의 이야기다.
“다른 배우 분들이 밝은 분위기의 작품을 하면 차기작으로 어두운 작품을 선택하는 ‘퐁당퐁당’이 다 이유가 있더라고요(웃음). 제가 지금 뭐든지 할 준비가 돼 있긴 한데 기왕이면 앞서 누아르를 했으니까 이번엔 밝은 것 좀 하고 싶어요! 로코 드라마였던 ‘이 구역의 미친 X’에서 제가 보여드린 모습을 많이들 또 보고 싶어 해주시는데, 저도 이렇게 밝은 장르가 진짜 욕심나거든요. 지금 차기작은 심사숙고 중이지만 아마 기존에 보여드렸던 것과는 또 다른 정우의 모습을 보실 수 있지 않을까요? 저도 그런 작품을 기다리고 있습니다(웃음).”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