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직 부장급 검사 뇌물 비리 사건에 이어 로스쿨 출신 새내기 검사의 성추문까지 터지자 검찰청은 패닉 상태다. 검찰 수뇌부는 강도 높은 개혁 방안을 논의하는 등 대책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대검찰청 내부와 검찰기 합성. |
검찰조직 전체를 패닉상태로 몰아넣고 있는 현직검사 성추문 사건 전말 및 그 후폭풍을 진단해봤다.
현직 검사가 검사실에서 여성 피의자와 유사 성행위를 하고 이후 모텔에서 성관계를 가진 검찰 초유의 사태가 벌어져 충격을 주고 있다. 검찰청 내에서 벌어진 검사와 여성 피의자의 부적절한 성추문은 전무후무한 사건이라는 점에서 검찰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준호 대검 감찰본부장은 22일 “서울동부지검의 로스쿨 출신 실무수습 검사에 대해 감찰 조사를 벌이고 있다”며 “실무수습 검사와 사건 관계인 사이에 검찰 청사 내에서의 성추문 의혹과 청사 밖에서의 부적절한 관계에 대한 것”이라고 밝혔다.
감찰본부에 따르면 목포지청 소속으로 검사 실무수습을 위해 서울동부지검에 파견된 A 검사(30)는 11월 10일 검사 집무실로 피의자인 40대 여성 B 씨를 불러 조사하던 중 유사 성행위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A 검사는 이어 사흘 뒤 B 씨를 인근 모텔로 데려가 성관계를 가진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A 검사가 불기소 처분을 대가로 성상납을 강요했는지 여부가 핵심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감찰본부는 “검사가 불기소를 대가로 성상납을 강요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사실 관계를 확인 중”이라며 감찰이 수사로 전환될 수도 있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하지만 해당 검사는 성관계 등 일부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성관계를 맺은 여성 피의자와 서로 문제 삼지 않기로 합의했다”며 성상납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여성 측 변호인도 “검사가 불기소 처분 같은 성관계 대가를 제안한 사실이 없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사정당국 주변에서는 피의자 신분인 B 씨가 검찰청사에서 검사와 유사성행위를 하고 이후 성관계를 맺은 배경에는 뭔가 말 못할 사정이 있었을 것이란 관측이 설득력 있게 나돌고 있다. ‘불기소 처분’ 등 검사와 모종의 약속이 있었을 것이란 얘기다.
실제로 일각에서는 A 검사가 불기소 처분을 대가로 성추행 및 성관계를 맺었으나 약속과 달리 B 씨를 기소하자 이에 앙심을 품은 B 씨가 A 검사를 고소했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하지만 A 검사는 B 씨를 기소하지 않았고 B 씨도 A 검사를 고소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B 씨도 자신의 변호인에게 A 검사와 성적 접촉이 있었다는 사실만을 알렸고, 변호사는 지난 20일 A 검사의 지도검사에게 사실을 확인해보라고 전화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렇지만 B 씨가 최근 서울 종로구의 성폭력피해상담센터를 찾아 이번 사건과 관련해 상담을 받았다는 일부 보도가 나오면서 의혹이 커지고 있다. 이는 양 측이 이번 사건에 관해 재론하지 않기로 합의했다는 내용과 배치되는 정황이라는 점에서 또 다른 논란을 예고하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B 씨는 주로 전화 상담을 했으며 몇 차례 센터를 직접 방문하기도 했다. 상담 내용은 A 검사와의 사이에 있었던 일과 향후 대처 방안 등이었다. B 씨는 이 과정에서 ‘A 검사가 평일이 아닌 주말 늦은 밤에 검사 사무실로 오라고 해서 무서웠다’는 취지의 진술을 했으며 A 검사와 광진구 구의역에서 두 번째로 만나 인근 모텔에 가게 된 경위 등에 대해서도 비교적 자세히 말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B 씨는 방문 상담 당시 증거물이라며 속옷을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B 씨는 속옷에 A 검사임을 증명할 체액이 묻었다고 주장했으며 이후 이 속옷은 국립과학수사연구소로 전달된 것으로 알려졌다. 사정당국은 이 과정에서 해당 사건을 구체적으로 파악하게 된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따라서 감찰본부는 A 검사를 상대로 여성 피의자와 강제적으로 성관계를 가졌는지, 수사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성관계를 요구했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추궁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검은 A 검사에 대해 서울동부지검 검사직무대리를 해제하고 23일부터 법무연수원으로 복귀하도록 인사조치를 단행한 상태다.
검찰 수뇌부도 대책 마련에 분주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한상대 검찰 총장은 22일 저녁 전국 고검장 등 수뇌부들을 소집해 감찰 강화 등 검찰 개혁방안을 밤 늦게까지 논의했다. 특히 한 총장은 정치권에서 요구하고 있는 ‘대검 중수부 폐지’를 포함해 모든 안건들을 백지 상태에서 논의하겠다는 결의를 다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 총장으로 앞으로 몇 차례 더 검사장급 간담회를 열 계획이며 논의 결과를 토대로 이르면 다음달 초 검찰 개혁안을 발표할 방침이다. 석동현 서울동부지검장도 23일 감독 소홀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했다.
이처럼 검찰의 강도 높은 자정노력 및 검찰 개혁안 마련에도 불구하고 이번 사태는 쉽게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정치권이 현직 부장검사 비리 사건에 이어 현직 검사 성추문 사건이 터지자 검찰을 전 방위적으로 압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통합당은 23일 “현직 고검 부장 검사가 수억 원대의 뇌물을 받아 구속된 지 며칠 지나지 않아 새내기 검사의 성추문까지, 대한민국은 망연자실하고 있다. 정말 첩첩산중”이라며 검찰을 강하게 질타했다. 이언주 원내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이같이 개탄한 뒤 “주말 늦은 밤 수사관도 없이 불러낸 것도 문제지만 검사와 피해자 모두 기혼자였고 게다가 검사실에서 조사 중 신체접촉이라니, 어느 것 하나 정상적인 것이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서울 동부지검장은 책임지고 사의를 표명했다. 그러나 검찰총장은 여전히 묵묵부답”이라며 “대통령은 한상대 검찰총장을 즉각 해임하고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개혁방안을 마련하라”며 검찰총장 해임을 촉구하기도 했다.
검찰청 내에서 여성 피의자 성추문이라는 초유의 사태에 직면한 검찰이 등 돌린 민심을 되돌리고 바닥으로 떨어진 검찰 위상을 되찾기 위해 어떤 특단의 조치를 내놓을지 자못 궁금하다.
홍성철 기자 anderia10@ilyo.co.kr
▲ 조형물에 비친 대검청사의 모습.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
검찰의 자폭인가 경찰의 추가 작품인가
11월22일 오후 3시. 대검찰청 대변인의 문자가 검찰 출입 기자들 휴대폰에 찍혔다. ‘동부지검 검사 사건 관련 오후 4시 30분에서 5시 사이에 (대검) 감찰과장이 기자실에 와서 티타임을 가질 예정입니다’.
난데없이 감찰과장이 기자들을 만나겠다는 문자에 기자실이 술렁였다. 김광준 부장검사의 뇌물 수수 사건 취재에 열중하던 기자들은 긴급히 상황을 파악했다. 김광준 부장검사 사건 특임검사 수사본부가 있는 서부지검도 아니고 웬 동부지검?
대변인의 문자가 오기 30분 전. 대검에선 또 다른 문자가 기자들에게 전해졌다. 문자 내용은 이날 대검 중수부장과 기자단이 하기로 한 저녁식사 약속이 취소됐다는 것. 물론 이날 오후 6시부터 검찰총장과 전국 고검장들의 회의가 긴급히 열려 중수부장이 다른 날짜로 연기한 것이었지만, 대변인 문자를 받고 난 이후 뭔가 낌새가 이상하다는 분위기가 기자실에 흘렀다.
결국 티타임 직전에 로스쿨 출신 신임 검사가 여성 피의자를 성추행했다는 사실이 전해졌다. 검찰 입장에선 엎친 데 덮친 격. 기자들한테도 상당한 충격이 전해진 상황에서 대검 감찰본부장과 감찰과장을 향해 기자들의 질문 공세가 시작됐다.
하지만 성관계에 대한 대가성 여부, 피의자의 신원 등 사건의 주요 사실 관계에 대해 “보고받지 못했다” “조사 중이다”라는 말로 일관하자 기자들의 짜증 섞인 압박 질문이 거세게 이어졌다.
성추문의 당사자인 A 검사가 사건에 영향력을 행사하겠다는 취지로 여성 피의자와 성접촉을 했는지를 놓고 검찰과 기자들의 공방이 진행된 가운데, 이 사건이 어떻게 외부로 알려졌는지도 큰 관심사였다. 검찰 입장에선 당연히 보안을 철저하게 유지했을 것으로 보면, 소문의 진원지가 또 다른 파문을 낳을 수 있는 대목이었다.
이미 이날 오전부터 몇몇 언론에선 은밀하게 서울동부지검에 A 검사 소문의 사실 관계 확인을 요청했다. 일부에선 기자들이 경찰 측으로부터 정보를 받았다는 전언도 있고, 검찰 내에서 로스쿨 출신 검사들과 사법연수원 출신 검사들의 경쟁 와중에 얘기가 흘러나갔다는 설도 나오고 있다.
등잔 밑이 어두웠던 검찰의 자폭일까, 아니면 경찰의 추가 작품일까. 사건의 핵심만큼 시선이 모아진다.
이진검 언론인
골 깊어지는 검·경 갈등
신병 지휘 놓고 또 충돌 조짐
필로폰 투약 현행범으로 체포됐다가 자신이 석방되기 위해 제3자에게 필로폰을 투약하게 한 뒤, 경찰에 신고해 구속되게 한 피의자가 덜미를 잡혔다.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는 필로폰 투약 및 소지 혐의로 경찰에 체포됐다가 석방됐던 K 씨(47)를 21일 구속기소했다. K 씨는 지난 8월 필로폰 0.3g을 투약하고 0.81g을 교부한 혐의로 경찰에 체포됐다. 그러고는 다른 투약자를 체포하는 데 협조해 석방됐다.
하지만 ‘협조’는 K 씨의 잔꾀였다. K 씨는 원래 필로폰 유통 윗선인 H 씨를 체포하는 데 협조하겠다는 약속으로 석방됐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경찰 수사를 지휘한 검찰 조사 결과 K 씨는 윗선과 무관한 A 씨에게 필로폰을 투약하게 하고, 경찰에 신고한 것으로 드러났다. 정작 H 씨에 대해서는 도피하도록 도와줬다. 경찰이 K 씨의 속임수에 넘어간 셈.
아울러 경찰이 K 씨 수사 과정에서 다른 피의자 체포를 돕는 조건으로 석방을 약속한 부분은 향후 크게 논란이 될 수 있다. K 씨는 재차 구속된 이후 “경찰이 불구속 수사를 약속했다”고 일관되게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경찰이 직접 피의자에게 신병 처리를 약속한 것은 부당한 수사 관행이라며 이러한 문제점을 강도 높게 점검할 것이라고 밝혀, 또 다시 송치 전 신병 지휘 문제를 놓고 갈등이 예상된다. [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