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수적 우위를 바탕으로 강문석 대표는 지난 1월 말 동아제약을 상대로 ‘주주제안’을 했다. 강 대표와 이번 3월 주총에서 임기가 만료되는 강신호 회장 유충식 부회장을 포함, 사내이사 4명과 사외이사 6명을 추천한 것.
하지만 강신호 회장은 강 대표 쪽의 주주제안을 거부했다. 지난 2월 22일 동아제약은 이사회를 열고 강 대표 쪽의 이사후보자 추천에 관한 주주제안을 받아들이지 않기로 결의한 것.
한술 더 떠 동아제약 쪽에서는 강 대표의 주주제안 거부 사유에 대한 보도자료를 내고 ‘왜 강 대표의 주주제안이 다수의 주주권익을 침해할 우려가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이 자료가 관심을 끈 이유는 그동안 ‘사람이 먼저 되라’고 아들 강문석 대표를 ‘나무랐던’ 강 회장의 의중이 구체적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동아제약은 주주제안 거부의 근거로 “첫째 부실경영의 책임을 지고 물러난 전임 경영자가 중심이 된 경영참여 요구이며, 둘째 회사의 지속 가능한 발전에 상반되고, 셋째 추천한 이사 후보자들의 적격성에 문제가 있음”을 내세웠다. ‘강문석 대표가 부실경영의 책임자’라는 힐난에 다름 아니다.
동아제약은 그 근거로 강 대표의 동아제약 대표이사 재임시절 벌어진 국제사업부 부실에 대한 책임과 불법행위, 강 대표가 수석무역 대주주에 오르는 과정에서 벌어진 편법 주식매각 차익 ‘의혹’, 계열사 투자 및 지원에 따른 누적손실을 구체적으로 내세웠다.
이에 대해 강 대표 쪽에선 수석무역 지분 취득은 강 대표가 2004년 6월부터 동아제약 경영현장에서 사실상 밀려나 있을 당시 강 회장 쪽에서 그린 큰 그림에 따라 진행된 일이지 강 대표 개인이 주도한 일은 아니라고 해명하고 있다. 동아제약 대표이사만 3명이 있고, 강 회장이 사실상 회사경영을 좌지우지하는 현실에서 일개 2세 대표이사에 불과한 강 대표가 부친(회장) 모르게 도모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강문석 대표만 흠집이 난 것은 아니다. 강 회장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전경련 회장 연임 문제, 동아제약 세무조사설, 부자간 지분전쟁 등으로 곤욕을 겪어왔다.
이런 강 회장의 문제점을 총체적으로 집약한 ‘자료’가 한 언론에 전달돼 특집으로 실린 것. 그 ‘보도’에선 문건 전달자가 부자간 지분 다툼과는 상관없이 ‘전경련 회장이 돼선 안되기 때문에 자료를 공개한다’고 써있었다. 하지만 강신호 회장 주변에선 언론에 전달된 ‘강신호 X파일’의 존재 자체가 강 회장 전경련 연임저지-세무조사로 이어지며 강 회장을 궁지로 몰아넣으려는 강문석 대표 캠프 쪽의 ‘작품’이라는 심증을 갖고 있다.
이에 대해 강 대표 쪽에선 펄쩍 뛰고 있다. 공개된 문서에 실린 내용은 강 회장, 그러니까 동아제약 재무부서 담당자가 아니면 알기 어려운 내부 정보인만큼 유출자는 강 대표 쪽이 아니라 동아제약 내부로 추정된다며 ‘곤혹스럽고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돌이킬 수 없을 만큼 막다른 골목으로 치닫는 양쪽의 다른 두 부자는 결국 법정 투쟁에 나서게 됐다.
동아제약이 주주제안을 거부하자 강 대표 쪽에선 법에 호소하고 나섰다.
동아제약 이사회 다음날인 2월 23일 법원에 이사 선임 제안을 올 정기주총 안건으로 상정해 달라는 ‘의안상정 가처분 신청’을 제출한 것. 법원도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지난 2월 28일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다. 이에 따라 동아제약은 이사회를 다시 열고 이 안건을 정식으로 주주총회에 안건으로 올려야 하고 주주들에게 이 건이 포함된 새로운 정기주총 안내문을 발송해야 한다. 따라서 당초 예정됐던 3월 16일의 정기주총은 연기가 불가피해졌다. 정기주총이 열리기 전 최소 2주 전에 안건을 주주에게 알려야 하기 때문이다.
애초 동아제약 쪽에선 3월 2일부터 우호세력에 대한 위임장 모으기에 나서기로 했던 계획도 수정이 불가피해진 것. 동아제약 쪽에선 법적 대응을 포함한 다각적인 대응책 마련에 나섰고, 일단 새 이사진에 대한 주주제안을 정기주총장에 올리는 데 ‘성공’한 강 대표도 추가 대책 마련에 나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강 대표 쪽에선 이사진 후임에 배다른 동생인 강정석 전무를 배제했다는 일부 기사를 부인하고 있다. 강 대표가 마련한 주주제안은 임기만료되는 이사 후임과 강문석 대표의 이사진 선임을 내용으로 한 것이지 강정석 전무의 이사진 배제를 요구한 적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전경련 회장직 연임도 사실상 물건너 간 것으로 보이는 강신호 회장이 아들인 강문석 수석무역 대표의 표대결 요구에 어떤 방법으로 대응할지 주목받고 있다. 일각에선 양쪽의 다툼이 추가 법정소송으로 이어질 것이란 섣부른 전망도 나오고 있다.
김진령 기자 kj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