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95년 1월 29일에 열린 농구대잔치에서 연세대 서장훈(왼쪽)이 기아자동차 한기범을 제치고 리바운드 볼을 잡아내고 있다. 1980~1990년대가 한국 농구의 황금기였다. 연합뉴스 |
# 아마 선수 팬들에 알릴 기회
프로-아마 최강전은 올해 처음 시도하는 컵 대회다. 프로농구는 그동안 심심했다. 정규시즌-플레이오프를 제외하면 이벤트가 없었다. 겨울이면 후끈 달아오른 프로농구 열기는 여름만 되면 잠잠했다. 이번에 개최하는 컵 대회는 기존의 틀을 깨기 위한 첫 단추다.
프로-아마 최강전은 한선교 KBL 총재의 적극적인 추진으로 성사됐다. 한 총재는 취임 당시 컵 대회 신설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그리고 그 결과물이 프로-아마 최강전이다. 궁극적인 대회 취지는 프로가 아닌 아마농구 활성화를 위한 방안이다. 한 총재는 “프로농구의 뿌리는 아마농구다. 아마농구 선수들이 주목을 받고 살아나야 결국 프로농구도 재도약을 할 수 있다. 대학 선수들이 프로 선수들을 상대로 한 수 배우면서 파이를 더 크게 키울 수 있는 밑거름이 될 것이다. 대학 팀이 프로 팀을 이기면 얼마나 재미있겠나?”라고 밝혔다.
KBL은 적극적으로 움직였다. 7개 대학교 학생들을 직접 만났다. 동아리 및 응원단 회장 등을 한자리에 모아 컵 대회 홍보에 나섰다. 안준호 KBL 경기이사는 “이번 대회 관심은 일반 팬들도 중요하지만, 농구부가 있는 각 대학교 학생들의 관심이 필요하다. 홈&어웨이 방식의 대학농구리그를 하고 있지만 아직 대학에서도 관심이 적다고 들었다. KBL에서도 최선을 다해 부흥을 일으킬 수 있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에 각 대학교 학생들의 대규모 응원도 또 하나의 재미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번 대회는 아마농구 선수들을 팬들에게 알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전 경기 생중계를 통해 팬들을 찾아간다. 각 대학별로 프로에 당장 합류해도 될 정도의 기량을 갖고 있는 선수들도 많아 자존심을 건 승부가 예상된다. 또 프로 구단에 일찌감치 눈도장을 찍을 수 있는 계기도 마련할 수 있다. 스카우트 리포트가 될 수 있는 대회이기도 한 것. 프로 선수들도 재평가를 받을 수 있는 대회이기 때문에 어설픈 경기력을 보이기 힘들다. 프로 선수들로 구성된 상무도 참가해 친정팀과 맞붙는다. 농구 붐업을 위한 흥행 요소로 충분한 가치가 있는 대회라는 것은 분명하다.
# KBL의 일방통행…정답인가
취지는 좋다. 그러나 적절하지 않은 대회 시기에 대한 아쉬움은 크다. 이번 대회는 프로농구 정규시즌 중간에 열린다. 2라운드를 마친 뒤 프로농구도 멈춘다. 프로 구단과 감독들은 대회 취지를 이해하면서도 불만을 숨기지 않고 있다.
이유는 하나다. 프로는 결과가 중요하다. 무조건 성적을 내야 한다. 그런데 주축 선수들이 대회에 나가 부상을 당할 경우 시즌 운용에 치명적일 수 있다. 이미 부상 선수가 속출하며 직격탄을 맞은 구단도 많다. 체력적인 요인도 무시할 수 없다. 6개월의 대장정에 오른 선수들에게 시즌 중간에 대회에 참가해 최선을 다해 뛰라고 요구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이미 일부 구단 감독들은 100% 전력으로 대회에 참가할 수 없다는 의사를 밝혔다. 문경은 서울 SK 감독은 “내부적으로 1군에서 7명, 2군에서 5명이 참가하기로 정했다. 김선형은 손가락 부상 때문에 참가하기 어렵다”고 했다. 또 이상범 안양 KGC인삼공사 감독도 “김태술 양희종 이정현 등 앞선 주축 선수들은 대회에 내보내지 않겠다. 지금도 부상을 참고 뛰고 있는 상황이다. 체력적으로도 너무 힘든 상태이기 때문에 이때 쉬어야 한다. 나머지 선수들로도 충분히 이길 수 있다. 만약에 지면 망신이다. 결승까지 올라갈 경우 주축 선수들의 합류도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다른 구단 감독들도 생각은 비슷하다. 부산 KT도 서장훈을 제외시킨다. 서장훈과 미래의 대들보로 평가받는 고교 졸업생 이종현(고려대)의 맞대결은 성사되기 힘들어졌다. 또 유재학 울산 모비스 감독도 엔트리를 어떻게 구성할지 고민 중이다. 유 감독은 “대회 시기가 좋지 않다. 선수가 부상을 당하고 시즌 성적을 내지 못하면 책임은 감독의 몫이다. 우리는 부상 선수들이 많아 엔트리도 제대로 나오지 않는다. 그래도 대충 뛸 수는 없지 않은가. 엔트리를 정한 뒤 최선을 다해 뛰게 할 생각”이라고 했다.
선수들도 부담스럽다. 대회 결과가 아닌 부상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프로 선수는 “대학 선수들과 경기를 하다보면 부상을 당할 위험성이 크다. 프로 선수들을 이기려는 마음에 앞뒤 보지 않고 달려드는 경우가 많다. 요령을 모르고 막무가내로 부딪히면 큰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불안한 마음을 내비치기도 했다.
그러나 대학 감독들은 정반대 의견이다. 프로 감독들의 마음을 이해하면서도 대승적 차원에서 100% 전력이 맞붙어야 한다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최근 대학 무대를 평정한 최부영 경희대 감독은 “100% 전력을 다해 동생들이 형들에게 배우고 도전한다는 각오로 나설 것이다. 어렵게 성사된 대회다. 프로 팀들이 2군이나 후보 선수들을 내보내면 아무 의미가 없지 않겠나”라고 프로 팀들의 이번 대회를 맞는 반응에 아쉬움을 전했다.
엇갈리는 프로와 아마 감독들의 반응과 달리 KBL의 입장은 분명했다. 이재민 KBL 사무처장은 “시기적으로 프로 팀들이 불만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은 충분히 이해한다. 하지만 지금 시작하지 않으면 또 차일피일 미뤄질 수밖에 없다. 이번 대회는 불가피하게 시즌 중간에 열리게 됐지만, 내년부터는 비시즌에 대회를 개최해 전통적인 컵 대회로 자리잡도록 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서민교 MK스포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