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40기 하이원리조트배 명인전 4강전에서 이세돌 9단(왼쪽)과 박영훈 9단이 대국하고 있다. |
이9단은 11월 19일 2012 삼성화재배 준결승 3번기에서 최철한 9단을 2 대 0으로 따돌리며 결승에 진출했다. 결승의 상대는 오랜 친구이자 국제 라이벌인 중국의 구리 9단. 이 9단은 이틀 후인 21일에는 제40기 하이원리조트배 명인전 4강전에서 박영훈 9단을 꺾고 결승에 올라갔다. 이쪽 결승 상대는 백홍석 9단. 계속해서 22일에는 2012 올레배 결승5번기 제3국을 이겨 상대를 막판으로 몰고갔다. 23일 속개되는 제5국에서도 이기면 우승이다. 상대는 삼성화재배에서 만났던 최철한 9단. 어쨌거나 이세돌의 끝판 힘내기가 볼 만하다는 얘기가 들린다.
그러나 박영훈 9단과 치른 명인전 4강전은 필패의 바둑이었다. 검토실에서는 99% 박 9단이 이겼다고 단정한 바둑이었다. 그런 바둑을 역전시켰다. 역전시킨 것은 이 9단이 아니라 박 9단이었지만, 어쨌든!
<1도>가 이세돌 -박영훈 바둑이다. 중반의 막바지인데, 이미 흑은 집으로 넉넉하게 앞서 있다. 게다가 중앙 아래쪽에 산재한 백돌들은 여전히 엷은 모습이다. 백은 1로 밀어 보강하고 3으로 좌하귀 쪽에 가일수했다. 여기서 흑4로 단수친 것이 역전의 씨앗이 된다. 중앙 백돌을 괴롭히러 가는데 도움이 된다고 본 것이겠지만, 일단 집으로는 손해다. 흑4는 아무 때나 선수. 그리고 여기는 흑4를 선수하는 것보다는 나중에 백5 자리에 이어 놓고 버리는 것이 끝내기가 되는 자리인 것. 흑4는, 정상급 프로로서는 이른바 ‘자괴의 한 수’였던 것. 프로는 이런 걸 못 견디곤 한다. 흑6, 마음을 가라앉히고 백의 엷음을 추궁하러 가는 건데 -
<1도> 백3은 더 이상 미뤄둘 수 없는 보강이란다. 소홀히 하면 <2도> 흑1에서 3으로 젖힌 후 5로 호구치는 수가 있다는 것. 다음 백6이면 이거야 흑7로 패. 패는 백이 감당할 수 없다. 그렇다고 <3도> 백1로 치중하는 것은 흑2-4로 한 집을 만들어 유가무가, 백이 한 수 부족이다. 또 <4도>처럼 백1로 키워 파호하는 것은 흑2-4로, 백이 하자는 대로 다 해 주어 흑이 선수 빅. 백은 이것도 저것도 안 된다는 것. 그런데 -
<1도> 흑6 다음 백이 <5도> 1로 붙여갔을 때 흑2 쪽으로 뻗은 수가, 앞서 <1도> 흑4의 실수가 부른 패착이었다. 백3으로 흑 두 점이 잡혀 버린 것. 상변 흑4-6, 크게 요동하고 있는 백의 속내가 여지없이 드러나고 있다. 백5에서 9로 멀쩡하던 흑이 거꾸로 걸리고 있다. <6도> 백6에서 끝.
이광구 객원기자
24팀 72명 ‘도시’ 걸고 대결
11월15~20일 중국 항저우에서는 2012 국제도시대항 바둑대회가 열렸다. 3명 단체전인데, 성적을 매기는 방식이 재미있다. 24팀, 72명이 참가했는데, 72명이 스위스리그로 개인전을 벌여서 개인전 성적을 합해 단체전 등위를 정하는 것이었다. 그러니까 각각의 선수는 개인전과 단체전을 동시에 두는 셈이었다.
24팀 중 절반 이상은 중국 각 성에서 온 팀이다. 우리 식으로 말하자면 부산팀 인천팀 대전팀, 그런 식이다. 같은 중국이지만 땅이 워낙 넓으니 저 멀리서 온 팀은 이틀 걸려서 항저우에 왔다고 하니 아닌 게 아니라 외국팀이나 마찬가지. 물론 한국 대만 인도네시아 미국 캐나다 독일 스웨덴 같은 진짜 외국팀과 홍콩 마카오 같은 국제도시에서도 참가했고, 한국 미국 독일은 명분에 걸맞게 고양시, 신시내티, 그라핑이라는 도시 이름을 걸고 출전했다.
대회장은 중국기원 항저우 분원. 분원이지만 규모는 분원이 아니었다. 34층 건물이고, 옆에 5층 건물이 붙어있다. 34층 건물은 항저우 천원 타워호텔. 천원은 바둑의 천원이다. 5층 이하는 대회장 사무국 회의실 박물관 식당 등이고 6층부터는 호텔인데, 로비에서부터 꼭대기까지 내부 전체가 바둑 전시실이다. 층마다, 복도마다 중국 현대 바둑을 빛낸 인물들의 사진과 연보, 바둑 고서화, 바둑판과 바둑알, 역사적 사진, 그런 것들이 즐비하다. 부속건물 같은 5층짜리가 분원이고, 그 안에 바둑학교와 연구실이 있다. 눈은 즐겁기만 한데, 마음이 조금은 오그라든다. [광]